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장면 (Vatican Media)
교황
래드클리프 신부 “시노드는 이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가꿔야 할 나무”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작업 마지막 주간은 몇몇 신학적, 영적 성찰로 시작됐다. 호주 신학자 오먼드 러쉬 신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마찬가지로 이번 시노드 총회도 하느님께서 오늘날 교회에 요구하시는 바를 반역사적이지 않은 역동적으로 이해하도록 부름받았다”고 말했다.
Alessandro De Carolis
“시노드 과정은 경쟁적이라기보다는 유기적이고 생태적입니다. 싸움에서 승리하는 게 아니라 나무를 심는 것과 같습니다.”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가 마지막 주에 접어들면서 총회 이후의 여파에 큰 비중이 할애됐다. 10월 23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전체모임을 통해 이번 주간이 “임신시기”와 같은 “적극적인 기다림의 시간”이며 “쇄신된 교회”가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주간에 뿌려질 씨앗을 적절히 가꾸지 않으면 불임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도미니코 수도회 소속 티모시 래드클리프 신부는 시노드 이후의 판세를 이 같이 효과적인 이미지로 그려냈다. 그는 최근 2년 동안, 특히 지난 10월 4일부터 축적된 작업을 통찰력 있게 읽어내는 일을 반복적으로 맡아왔다.
희망의 언어 혹은 “정당 정치”
“며칠 후면 우리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고, 다음 회기까지 11개월이 걸릴 것입니다. 이 기간은 겉으로 보기에 공허한 기다림의 시간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는 아마도 시노드에서 가장 비옥한 시간, 싹을 틔우는 시간, 발아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래드클리프 신부는 시노드 총회 제1회기 마지막 주간 회의를 시작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아브라함과 함께 바다의 모래처럼 많은 후손을 약속받은 나이든 여인 사라가 1년 후 이삭의 어머니가 됐다는 성경의 사례를 제시했다. 사라의 경우 하느님에게서 약속을 받았음에도 처음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래드클리프 신부는 “가장 귀중한 선물은 선물을 찾으러 가서 얻는 게 아니라 기다림으로써 얻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하느님의 기다리심’(Waiting of God)을 강조했다. 그는 시노드 총회 대의원들에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이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당파적 사고방식”으로 모든 대립을 양극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의 압력에 “굴복”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말이 수확에 자양분이 될까요, 아니면 독이 될까요? 우리는 미래의 정원사가 될 것인가요, 아니면 낡고 메마른 갈등에 다시 휘말릴 것인가요? 우리 각자가 선택할 일입니다.”
씨앗, 예수님의 방식
이어 비볼도네의 베네딕도 수도원 원장 마리아 이냐시아 안젤리니 수녀도 발언권을 얻어 영적 통찰을 전했다. 안젤리니 수녀는 복음에 나오는 예수님의 몇몇 행적에 대해 “선포보다는 비유로 말하는 것”의 중요성, “주님의 현존과 우리의 체험 사이의 연결점”을 찾고 초월적인 신비가 인간에게 “이질적”인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방지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씨앗의 비유는 “작음이 미래를 잉태하고 있다는 놀라운 의미”를 드러낸다며 “그리스도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안젤리니 수녀는 이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을 가장 보잘것없고 헐벗은 비천한 씨앗, 눈에 띄지 않고 희망이 없으며 아름다움도 없는 씨앗으로 보신다”고 말했다. “심지어 돌아가시면서도 땅에 당신 자신을 넘겨드림으로써 예측할 수 없고 멈출 수 없는 환대의 역동성 안에서 생명을 되찾으십니다.”
래드클리프 신부와 마찬가지로 안젤리니 수녀도 이번 총회 제1회기 동안의 “인내심 있는 작업”이 삶이 요구하는 개혁, 곧 새로운 형태를 향한 길을 열도록” 이끌어줄 “파종”과 같이 요약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처럼 “가장 작고 미래를 잉태한” 씨앗이 “패권을 차지하는 싸움의 문화, 이익 중심 문화, ‘추종자’를 얻는 데 혈안이 된 문화, 현실도피의 문화”에서도 “근본적으로 판을 뒤엎고 혁명적인 행동”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과 미래
호주 신학자 오먼드 러쉬 신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비교하며 이번 시노드 총회에 대한 책임감을 예리하게 지적했다. “저는 지난 3주 동안 바오로 6세 홀에서 여러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여러분 중 몇몇이 진리에 대한 사랑에 비춰볼 때 전통이라는 개념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러쉬 신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부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들의 응답이 오늘날의 사안에 대한 우리의 성찰을 이끄는 권위가 됐다면,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의 미래에 대한 여러분의 식별을 종합하는 데 있어 지금 이 시노드를 위한 몇 가지 교훈을 제시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러쉬 신부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긴장 지점” 중 하나였던 “전통” 문제에 대한 당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베데딕토 16세 교황)의 성찰을 인용하면서, 교회가 본질적으로 “반모더니즘” 혹은 “새로운 모든 것을 소위 신경증적으로 거부하는” 입장을 고집해야 하는지, 아니면 “신앙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예방조치를 취하며 자신의 기원, 자신과 유사한 입장의 사람들 및 오늘날 세상과의 새롭고도 긍정적인 만남을 향해 나아감으로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 갈 것인지” 여부가 근본적인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러쉬 신부는 공의회 교부들 대다수가 두 번째 입장을 택했다며 “이를 통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새로운 시작이 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라칭거 추기경이 말했듯이 이는 “전통에 대한 ‘정적인’ 이해 – 곧, “율법적이고 명제적이며 반역사적”(이를테면 모든 시대와 장소에 적용할 수 있는) – 에서 “인격주의적이고 성사적이며 역사에 뿌리를 내린” “‘역동적인’ 이해”로, 과거에 멈추지 않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래에 열려 있는” 새로운 시작이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응답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러쉬 신부는 “이번 시노드의 시노달리타스와 목적 자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느님의 계시 자체가 “단순히 과거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만남으로 제시된다”며, 하느님께서는 “성령의 비추심과 권능을 통해 인류를 새로운 인식, 새로운 질문, 새로운 통찰로 이끄신다”고 설명했다. 러쉬 신부는 이번 시노드 역시 “하느님과의 대화”라며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이것이 바로 성령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여러분의 특권이자 도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응답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번역 이창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