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을이 살기 좋은 마을일까요? 지역사회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8월 달그락마을방송에 출연한 패널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그에 대한 답에 조금이나마 접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 날의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DYBS(달그락청소년마을방송국)에서는 매월 4째주 금요일 오후6시30분에 마을방송을 진행합니다. 네 개의 정기 코너로 구성된 방송의 주인공과 내용은 철저하게 군산에 관련된 사람들의 스토리입니다. 8월에는 군산 '평화바람'의 구중서 사무국장님, 자담(자연을 담다)의 김지숙 대표님, 가족에게 주는 김의 임민규 대표님, 군산시청 인구정책계 이영주 주무관님, 마음한장 스튜디오의 김수호 작가님이 참여해 방송을 빛내주셨습니다.
언제나 믿고 볼 수 있는 정건희, 유선주 MC의 진행은 편안합니다. 청소년계에서는 스타 강사 중 한 명이신 정건희 소장님, 20여년 간 방송계에서 진행과 리포터를 하셨던 유선주 위원님은 오늘도 자연스럽게 방송을 이끌고 가십니다. 두 분의 콤비와 호흡도 갈수록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다른 방송국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방송의 첫 순서는 매거진군산 대표이면서, 달그락미디어위원장 겸 달그락마을방송의 PD인 이PD님이 매거진군산에 한 달간 실린 인물과 공간 중 가장 인상깊은 한 분을 스튜디오로 초대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일명 이진우 PD의 '이진위크'인데요. PD님은 8월 초대손님으로 뜨거웠던 여름만큼이나 핫한 군산평화박물관 개관의 중심에 있었던 구중서 사무국장님을 모셔왔습니다. 군산에서 관광지로 유명한 동네인 월명동에 평화와 관련된 박물관이 생겨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고, 군산 시민 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좋은 의미가 될 수 있는 장소이기에 꼭 소개하고 싶었다며 초대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구중서 사무국장님은 자신을 평화바람의 활동가이면서, 군산미군기지 우리 땅 찾기 시민모임의 사무국장 등 6개의 평화, 인권운동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합니다. 이어서 본인은 현장에서 평화를 위해 몸으로 저항하는 일명 '몸빵'을 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평화운동이라는 것이 어렵고 이슈도 잘 안되지만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지에 대한 가치를 지향하는 활동이기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 국장님이 소개해 준 평화박물관은 청소년자치연구소의 바로 옆 이웃이기도 합니다. 원래 이 공간은 ‘여인숙’이라는 유명한 문화예술 공간이었는데, 이 후 문정현 신부님 주도로 여인숙을 매입해 '평화바람 부는 여인숙'이라는 이름의 공간으로 평화를 주제로 한 전시회를 꾸준히 기획해서 운영하다가 최근에 평화박물관으로 리모델링을 한 것입니다.
참고로 '평화바람' 이라는 단체는 위계가 없고 총 6명의 활동가가 군산, 서울, 제주도에서 각자 활동을 하다가 연대할 일이 있으면 함께 하는 조직입니다. 2003년에 국가에서 대한민국 청년들의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을 때, 이에 저항하기 위해 조직이 되었습니다. 조직을 설명하던 구국장님은 평화 바람 활동가들은 '경계 가족'이라는 표현을 한다고 말합니다. 이 단어는 일전에 활동가들끼리 정체성에 대해 토론을 하다가 나온 말이라고 했습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힘들 때 서로 돕고 연대하는 활동을 위해 모인 공동체의 의미가 듬뿍 담긴 단어였습니다.
평화박물관은 그 동안에 평화를 위해서 싸워 왔던 운동의 내용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에 시민들과 관광객들에게 평화에 대한 내용들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데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사무국장님은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청소년 평화 교육의 장으로서 활동을 넓혀 가려는 계획도 있다고 덧붙여 주십니다. 대화 중에 달그락 청소년들의 평화운동과도 함께 할 수 있는 장도 마련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코너는 '영미의 인생가게'입니다. 군산 교차로 신문의 박영미 기자님은 한 사람의 깊은 인생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며,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게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8월에는 ‘마켓, 머물다’ 협동조합 이사 이면서 자연을 담다 '자담'의 대표 김지숙 님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대표님은 맘카페에서 신비아파트 주인공 이름을 따서 만든 ‘강림하리’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분이었고, 실제 밖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8년 전 네 살이었던 김대표님의 아이는 아토피 피부염이 심해서 염증 완화에 좋다는 것을 백방으로 알아보다가 천연비누를 접하게 됐고 아이의 가려움 증상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고 자신이 직접 만들어 보겠다는 모성애가 발동해서 시작한 사업이 지금까지 이르렀다고 말합니다.
2018년 플리마켓을 시작하면서부터 대표님의 천연비누 사업이 더욱 활기를 띄었고, 상상마켓은 개인브랜드 30여개가 모일 정도로 호황이었다고 했습니다. 좋은 제품이 잘 팔리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일정 수익을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것에 판매자들은 더욱 즐겁고 뜻깊어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과정 가운데 협동조합도 운영하는 등 좋은 사람들과 멋진 사업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최근 주춤하긴 하지만 대표님은 여전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아이가 열심히 일하는 어머니를 자랑스러워 한다고 했습니다.
바쁜 나날 가운데에서도 대표님을 힘나게 하는 건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자랑스러워 하는 아들, 천연비누와 화장품을 사랑해주는 두터운 고객, 플리마켓 동료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들으며 새삼 가족과 공동체를 살리는 사람의 중요성을 생각해봅니다.
김수호, 편제현 대표가 진행하는 로컬플레이어의 초대 손님은 ‘가족에게 주는 김’의 임민규 대표입니다. 임대표님은 청년 창업자로서 군산공설시장 내에 업장이 있고 온라인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김을 만들고 판매하는 청년사업가입니다.
특이한 것은 아버지께서 김공장을 하고 계셨고 가업을 이어 가면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직접적으로 사업에 뛰어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업체명 '가족에게 주는 김'은 가장 좋은 김은 남겨두웠다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주었던 할아버지의 마음과 유업을 받들어 만든 이름이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임대표님 역시 어려운 게 사실이고, 처음 창업을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게 쉽지 않지만 가족들과 함께 의지하여 일하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김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처럼 많은 청년들도 열심히 준비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최선을 다하면 좋겠다는 응원 메세지를 끝으로 방송을 마칩니다.
마지막 순서인 ‘이슈 따라잡기’에서는 군산시청의 인구정책계의 이영주 주무관님과 2021 군산시 인구정책 UCC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수호 작가님이 함께 했습니다.
이영주 주무관님은 외국에서 4년간 활동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공무원이 된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가진 청년이었습니다. 이주무관님은 2021년 8월 기준 군산시의 인구와 외부로 나가는 청년들의 문제, 군산시 인구정책 등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습니다.
군산시의 인구 증가를 위해 군산시나 시민들이 어떤 노력을 하면 좋겠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수호 작가님은 청소년, 청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여성에 대한 배려를 말합니다. 청소년과 청년들의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군산에 대해 많이 알리고, 군산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계기와 동기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한 지원이 꼭 필요하며, 전업 주부에게도 국가에서 월급을 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함께 말합니다.
이 주무관님 역시 그런 김작가님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여성을 위한 실제적인 돌봄서비스 확대와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방송에 출연했던 패널들의 관점,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은 다시 한번 삶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또한 지역사회가 행복해지기 위한 충분 조건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선주 MC님은 클로징 멘트에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우리 달그락 마을 방송 관계자와 시청취자들도 2년 함께 했으니 가족 맞는거죠?"
유MC님의 말 안에 있는 '가족'이라는 단어가 오늘 방송의 요체인 듯 합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닐지라도 신뢰로운 사람들이 함께 할 때 그 삶이 가장 행복하고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복이 되며, 존중하는 관계가 살아숨쉬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라면 그게 바로 가족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런 가족 같은 공동체가 지역에 많아질 때, 지역은 더욱 살기 좋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인식이 물질적이고 양적으로 풍성한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신뢰롭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풍성한 관계가 살아숨쉬는 사람들이 많은 게 바로 '진짜' 행복이라는 방향으로 바뀌면 좋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달그락마을방송과 DYBS가 계속 좋은 역할들을 해나가길 바래봅니다.
* 8월 달그락 마을 방송 전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