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이지만 학교를 지키는 사람은 대부분 교감 또는 교장이다. 몇 개 학교 아는 교감에게 연락을 해 보니 학교에 근무 중이다. 새해 덕담을 주고 받고 인사 발령에 관해 정보도 주고 받는다. 교육청에서 함께 근무했던 모 교감과의 대화이다.
"경기도는 이번 2월 명퇴자가 484명인데 지난해 전체 인원의 3배랍니다."
"공무원 연금법 개정 여파 등이 주요 원인이라지요."
"그 중 32명이 교감과 교장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어요."
"교직에서 교감과 교장 되기 얼마나 힘이 드는데 명퇴를 신청했을까요?"
"혹시, 주위에서 명퇴를 신청한 교감, 교장 아세요?"
"네, 00고 Y교장과 00중 L교장이 냈다고 들었어요."
"왜 그 분들이 교직을 떠나려 할까요?"
"잘 아시잖아요. Y교장은 개교 당시부터 모 단체 교사들로부터 괴로움을 당한 것. 그리고 L교장은 학생 사안이 자주 일어나 어려움을 많이 겪은 걸로 알고 있어요."
차라리 연금 때문에 명퇴를 택했다는 이야기라면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지 않겠다. 이건 퇴직후 생활에 관한 게 아니라 교육본질에 관한 문제다. 혹시나 소속 교직원과의 불화로, 학생과 학부모의 등쌀과 성화가 명퇴를 재촉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리포터는 주장한다. 교장, 교감, 교사, 학생들 모두 출근과 등교길이 경쾌해야 한다고. 동료와의 만남, 학생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지고 즐거워야 교육이 성공한다고.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행복해야 한다고. 교사나 학생이나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悅乎)'의 참맛을 느끼는 곳이 학교여야 한다고.
선생님은 교단에서 긍지와 보람을 먹고 산다고. 선생님의 교육 자존심이 무너지면 교육은 무너져 내린다고. 훌륭한 학부모는 선생님을 존경한다고. 그 이유는 선생님의 인격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고.
그리고 선생님은 배울만큼 배운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그들은 자율적인 통제능력이 있고 감독과 감시가 없어도 양심에 따라 학생들을 지도하는 분이라고. 때론 일탈하는 극소수의 분들이 전체를 욕먹게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은 교육에 열정을 바치고 있다고.
그런데 그게 아닌가 보다. 일부이긴 하지만 교사들이 교장을 적대시 하여 색안경을 쓰고 바라다보고 거기에 성이 안차 비리를 캐내려 하고.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학생들은 교사들의 정당한 지도에 불응하고 불손한 행동을 취할 뿐 아니라 대들기까지 하고. 일부 그릇된 학부모는 교사의 약점을 잡아 금품을 요구하기도 하고.
이러다 보니 교육공동체의 신뢰가 깨졌다. 선생님끼리 상부상조하는 정신도 희박해졌다. 승진규정이 바뀐다하니 선후배 따질 겨를이 없다. 제도가 바뀌면 10년 이상이면 경쟁구도로 몰아 넣는다. 학생들은 선생님을 존경의 대상으로 여겼었는데 지금은 그런 학생이 많지 않다. 선생님이란 직업 자체가 자랑스러웠는데 국민들은 철밥통의 대명사라 여기고 교직을 보는 시선이 차갑기만 하다.
교직의 사명과 보람만으로 교단을 지키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20-30년 또는 그 이상을 교직에 몸 담고 떠나는 사람이 교직에 있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한 평생 바쳐온 교직에 염증을 느껴, 교육이 싫어, 학생이 싫어, 동료가 싫어 떠나는 일이 있으면 아니 되는 것이다. 그것은 교육의 실패 뿐 아니라 국가의 실패작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교단을 떠나는 선생님들의 명퇴 속사정이 차라리 연금, 건강, 승진, 가정 일 등 다른 사유라고 믿고 싶다. 그 동안 몸담았던 학교와 헌신했던 교육, 그리고 학생, 선생님, 학부모가 싫어 교단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이것이 리포터의 기우(紀憂)였으면 좋겠다.
첫댓글 참 정말로 아나까운 현실이로다! 동료교사들이 싫고 학부모나 학생들의 등쌀에 못견뎌 명퇴를 하다니 이 나라가 어찌되려는가?
그것이 기우였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괜한 걱정, 쓸데없는 걱정이길 바라고 있어요. 박용준님, 건승!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돈 몇푼 더 받겠다고 나가는 것보다 많은 부분 교직에 대한 염증이나 회의 때문이라고 보는게 떠도는 설 만은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