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을 위한 추모 행렬이 전국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중곡동 소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무처에서도 김수환 추기경을 위한 미사가 2월 18일(수) 오전 8시 30분에 거행되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전국 교구를 사목하는 주교들의 협의체이자 한국 천주교회를 대표하여 외국 교회와 로마 교황청을 연결하는 기관으로, 김수환 추기경은 1970~1975년과 1981~1987년 두 차례 주교회의 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의장은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가 맡고 있다.
“추기경님께서는 인생이라기보다 신앙을 사셨던 ‘거룩한 바보’이셨고 이 시대 우리 민족에게 오신 ‘하느님의 얼굴’이셨다”면서, 오늘을 사는 모든 이가 추기경님께서 보여주신 ‘하느님의 얼굴’을 자신의 삶에서 다시 보게 되기를 기원했다. 다음은 강론 전문.
우리는 가끔 우리 스스로는 장악할 수 없는 생명과 죽음이라는 두 개의 신비 현장에 처합니다. 아찔한 사고를 목격할 때, 가깝거나 존경하는 분의 죽음을 접할 때 특히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에게 많은 말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김수환 추기경이 누구였고 어떤 분이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만 생각해 봅시다.
첫째, 그분은 ‘거룩한 바보’였습니다. 신앙 안에서 우리는 인생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행복들을 모아놓은 것 이상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이루어놓는 몇몇 업적과 실적들, 성공과 실패들 그 이상의 것이라는 사실을 느껴 압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은 살아있는 동안의 시간들 그 이상의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과 나 사이에 어느 만큼의 내용과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질문과 관련된 그 어떤 것입니다.
성서는 단순한 생물학적 실존뿐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서의 삶”에 대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죽음은 생명의 종점을 넘어선 저편의 일입니다. 죽음은 그 자체가 하나의 손상이고 실패이며, 큰 독소이고 맹목적인 보복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친히 십자가 위에서 죽으심으로써 이 죽음 자체가 변형되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최대 승리는 바로 죽음을 이긴 이 승리”(떼이야르)입니다.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이 죽음과 부활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바로 이 점으로 인해 우리는 김수환 추기경님을 어느 만큼은 안다고 하는 것입니다. 고인은 신앙으로 물든 삶을 사셨습니다. 아니, 인생이라기보다 신앙을 사셨던 분, ‘거룩한 바보’였습니다.
둘째, 그분은 이 시대 우리 민족에게 오신 ‘하느님의 얼굴’이었습니다. 추기경께서는 우리 민족에게 삶을 밝히는 등불이었습니다. 이분이 우리에게는 인생을 안내하는 살아있는 책이요 지침이었습니다. 이분은 어지러운 민족이 의존했던 지팡이요, 죽기 위해 떨어지는 밀알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그분에게서 양심을 배웠습니다. 우리 민족은 그분에게서 올바로 생각하는 것과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 진실하게 고백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명동성당 주변에 길게 줄을 선 조문객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슬픔 한가운데서마저 감사해야 할 것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아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분과 함께했던 그 많고 긴 사연들, 뒤엉켜 함께 가졌던 대한민국의 기쁨과 슬픔을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그동안 이분과 함께 가지고 나눌 수 있었던 그 모든 아름다운 일과 추억에 관하여 고맙게 여기고, 들었던 많은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민족은 추기경과 더불어 비로소 이만큼 와 있었던 것입니다. 추기경님은 우리에게 인간의 목표와 생명력을 중개하였습니다. 이분이 있어 가능했던 일들이 좀 많았습니까.
우리는 추기경님의 모습과 지극했던 사랑을 특히 우리 자신들을 통해 늘 다시 볼 수 있기를, 추기경께서 보여주신 ‘하느님의 얼굴’을 내 삶에서 다시 보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각자 물어보십시다. “나는 어디만큼 와 있는가? 내 삶의 방향은 올바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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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김수환 추기경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김수환 추기경(스테파노, 87세)님께서 2009년 2월 16일(월) 오후 6시 12분에 강남 성모병원에서 선종 하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리라는 희망 속에,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신 추기경님께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시기를 기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빈 소 |
주교좌 명동성당 대성전 |
입 관 |
2009년 2월 19일(목) 오후 5시 |
장례일시 |
2009년 2월 20일(금) 오전 10시 |
장례미사 |
주교좌 명동 대성당(한국주교단과 사제단 공동 집전) |
장 지 |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인 공원묘지 내 성직자 묘역 |
추도미사 |
명동성당 - 2009년 2월 22일(주일) 낮 12시(주례 : 교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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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성직자 묘역 - 2009년 2월 22일(주일) 낮 12시(주례 : 총대리주교) |
연 락 처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무처 02-727-2023~6 FAX) 02-773-19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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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본부 상황실 02-727-2440~3 FAX) 02-727-24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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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소 방문시간은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입니다. |
▣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약력 |
1922년 5월 8일 |
대구 출생(음력) |
1933년 |
성 유스티노 신학교 예비과 입학(대구) |
1941년 3월 |
서울 동성상업학교 (현 동성고등학교) 을조(乙組) 졸업 |
1941년 4월 |
일본 조치(上智)대학교 입학 |
1944년 1월 |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하여 학업 중단 |
1947년 |
성신대학(현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편입 |
1951년 9월15일 |
사제 수품 · 안동성당(현 목성동성당) 주임 |
1953년 4월 |
대구대교구 교구장 비서 |
1955년~ 1956년 |
김천성당(현 황금성당) 주임 겸 성의중고등학교 교장 |
1956년~ 1963년 |
독일 유학, 뮌스터대학교 대학원 사회학 전공 |
1964년~ 1966년 |
가톨릭시보사(현 가톨릭신문)사장 |
1966년 5월31일 |
주교 수품, 마산교구장 착좌 |
1968년 5월29일 |
대주교 승품, 제12대 서울대교구장 착좌 |
1969년 4월28일 |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하여 추기경 서임 |
1970년~ 1975년 10~ 2월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1차 역임) |
1975년~1998년 |
평양교구장 서리 겸임 |
1981년~ 1987년 |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2차 역임) |
1998년 5월29일 |
서울대교구장 및 평양교구장 서리 퇴임 |
2009년 2월16일 |
선종 |
첫댓글 이 시대 우리에게 오신 하느님, 김수환 추기경님께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거룩한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