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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이 죽음을 무릅쓰고 동쪽으로 간 까닭은? 행20:23-24 21:11-13
누구나 행복한 부부생활과 가정생활을 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사뭇 다릅니다. 이런 가운데 부부 갈등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이혼률은 30%를 훌쩍 넘어섰고, 그 부부갈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자녀들에게로 전달된다는 것을 알면 사소한 갈등이 가정 파괴의 일등공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갈등으로 인한 상처는 가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정부내에도 있습니다. 요즘 좌파정부의 정책을 보노라면 너무 화가 날 지경이다. 아파트 폭등도 그렇고 추미애 법무무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간의 갈등은 대다수 국민들이 이게 나라인가를 생각하게 할 정도이다. 부동산 임대법만 하여도 그렇다. 그래도 과거에는 저축하고 좀 고생하면 내 집 마련할 기회가 왔었는데 부자들을 를 정죄하고 기업을 옥죄며 세금폭탄을 날리는 정부를 향해 그를 택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배신감을 느낄가? 서민들을 위한 좌파정부가 이런 서민들의 꿈들을 깡그리 짓밟아 버렸다는 웃지못할 일이 실제 일어나고 있다. 저들 말로는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지만 모두가 서민을 월세사는 빈곤층으로 만드는 정책이라는 것을 왜 그들만이 모를까? 하나님이 주신 이 사회는 누구나 평등할 기회는 공유하지만 기회가 평등한 것이지 실은 모두가 평등할 수 없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의 능력이 다르고 개인의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회사내에는 회장이 있고 부장이 있고 사원이 있고 정규직이 있고 비정규직이 있게 마련인데 저들은 이러 기본적인 것들을 무너뜨리는 정책에 목이 메어있는 모습이다. 정책하나 잘못하면 모두가 고생을 하는 것인데 그 피해는 있는 자들보다는 없는 자들이 훨씬 더 고통을 받고 있다는 것을 저들만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무슨 정책을 세울 적마다 중지를 모으고 여러번 심사숙고 하여 결정하고 마지막은 하나님께 자문한다면 그분께서는 선한 정책을 만들도록 지혜를 주실 것이다.
2019년은 어쩌면 우리 생애에 다시 볼 수 없을 대한민국의 분열을 경험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2016년 대통령 탄핵 이후 숨죽이고 있던 보수가 비리백화점의 조국일가를 구하고자 그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한 것에 대한 국민적인 반발 실은 보수들이 세력을 결집하려는 동안에 2019년 9월 28일 서초동에서는 조국을 기소한 검찰을 개혁하자는 진보 측의 집회가 열렸고, 이어 10월 3일 개천절에는 광화문에서 조국의 구속과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보수들의 태극기파 집회가 열렸다. 나도 그날 참여 했지만 난생처음 이런 일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5호선 광화문 역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나오는 데만 30분이 걸렸을 정도이니 그 인파는 대한민국 70년 역사상 이렇게 모여본 적이 없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국가정책에 반기를 들었다고 해고 과언이 아니다. 그런 사태로 인하여 조국대신 추미애가 법무부 장관이 되면서부터는 진보와 보수와의 대결이 아니라 자기들끼리 대결하는 뉴스를 볼 적마다 국민전체를 피로하게 만드는 증후군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나 검창총장 다 대통령의 임명받은 자인데 저들끼리 다투는 것을 보면 이게 나라인가 할 정도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아마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작년 문재인 정권의 실세인 조국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사건을 권력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수사한 점을 국민들이 지켜보면서 그의 인기가 올라가더니 최근에는 대선후보감으로 거론되면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도 그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국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퇴임 후에는 무엇을 할 거요?’라는 질문에 ‘국민과 사회에 봉사하는 일을 하겠다’고 답변함으로써 정치권 진출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대선후보감으로서 급부상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국민의 힘을 포함해서 문재인 정권을 반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문재인 정권의 불법과 부패를 제대로 수사해서 문재인 정권을 끝장날 수 있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데다 제대로 된 대선후보감을 내세우지 못하는 가운데 최근 대선후보감 여론조사에서 20%를 넘어 1위를 한 곳도 있다는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야당인 국민의힘 쪽에서 공연히 윤 총장으로 하여금 정치를 할 뜻이 있음을 내비치게 함으로써 문재인 정권(민주당)이 윤 총장을 쫓아낼 명분을 갖게 해주었으니 바보짓이 아닐 수 없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9일 윤석열 검찰총장과의 갈등이 부각되는 최근 상황 등과 관련해 고통을 느낀다면서도 검찰개혁이라는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여당조차 윤 총장의 수사지휘를 정치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 앞으로 윤 총장은 권력형 부정을 수사하기가 더욱 어렵게 될 것같다. 이런 와중에 요즘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는 등 둘의 대립이 점점 폭발하기 직전까지 가고 있지만 법적으로 2년 임기가 보장된 윤 총장을 해임하는 건 어렵다고 보고 있지만 윤 총장이 자진사퇴를 결심하지 않는 이상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기 때문에 추미애 법무장관의 의도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징계 해임하겠다는 것이다. 갈등이 격화되어 윤석열 검찰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는 문재인 정권의 불법과 부패에 대한 수사는 커녕 이것은 국민에 대해 크나큰 손실임은 물론이다.
2019년은 어쩌면 우리 생애에 다시 볼 수 없을 대한민국의 분열을 경험한 해로 기록될 것인데 이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매우 문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적 분열에 기독교가 한 축을 담당했다고 본다. 청와대 길목에 천막을 쳐 놓고 연일 저주 섞인 기도회를 열었던 전광훈 목사가 문재인 하야를 외치면서 다수의 보수적 기독교인들이 세력을 결집하였다. 요컨대 2020년 4월의 총선이 자유민주주의냐 사회주의냐의 대한민국 체제를 결정하는 중대한 선거라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기독교인 간에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지는 양상들이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보수적인 성도들은 개천절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다. 대부분이 연세가 드신 분들인데 머릿수라도 채워야겠다는 심정으로 나오셨다고 한다. 기독교 신앙과 애국심 그리고 우파적 가치가 결합됐다는 말이다.
그 세력에 눌려 진보 기독교인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젊은 성도들이 보수적 목사들의 설교를 애써 참다가 너무 힘이 들면 '가나안 교인'이 되었다는 말도 있다. 기독교는 전부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줄 알았지만, 4.15 총선 투표 결과인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가운데 기독교인은 90명이 좀 못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또한 기독교인들이라고 해서 특히 보수진영 후보에게 투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교인들이 목사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은 것이고 목사들 중에도 진보로 치우친 목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기독교인이 80대 20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사태를 바라보면서 걱정은 기독교인으로서 이 분열상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가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다스리신다는 것을 믿고, 그 다스림의 원리가 성경에 제시되어 있음을 알고, 그리스도인의 희생과 결단을 깨달은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당연히 이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는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지금의 문재인정부를 맞아 성령의 인도를 구하며 서로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세대 교회가 나아갈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큰 걱정이다. 기독교와 극우파가 동일시됨으로 극우를 싫어하는 젊은 세대의 신뢰를 잃어버렸을까? 2020년 2월 발표된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75%, 30대의 85%가 기독교와 목사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이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성장이냐 퇴보냐가 아니라 생존을 염려해야 할 때가 되어버린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어두워진다. 중요한 문제는 진보적 그리스도인과 보수적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화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지지하는 정당과 이해관계에 따라 역사를 보는 시각이 판이하게 다르고, 살아 온 삶의 세계와 미래의 비전이 다르다. 그리스도인의 경우에는 둘 사이의 화해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한 가지 더 있으니 바로 각자의 신앙관이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사회적 이념과 신앙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념의 한 가운데 신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 신앙의 이름으로 자신을 정당화하고 신앙의 이름으로 상대를 저주한다. 같은 하나님을 섬기고 한 중보자 예수그리스도를 믿는 성도들이라고 하기에는 진보와 보수의 골이 너무 깊다. 그러나 나는 진보적 그리스도인과 보수적 그리스도인이 화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니 한 분 하나님을 함께 섬기는 자녀들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구속함을 받은 형제들이며, 함께 천국을 상속할 동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분열을 극복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분열을 극복하고 화해와 일치로 나아가려는 노력은 성경에 많이 있는데, 특히 사도행전 21-26장의 바울의 행적 즉 바울이 예루살렘으로 가는 여정과 예루살렘에서 겪은 일이 감명 깊게 다가온다. 잘 알려지지 않는 이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나라 안에서의 진보, 보수의 화해의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그 길이 사도행전 바울이 3차 선교여행을 마치면서 결박과 죽음이 기다리는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서 알 수 있다.
1. 사도행전은 바울의 선교활동 이야기이다
사도행전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1-12장은 예루살렘과 유대 지역에서의 복음의 확산을 기록하는데 그 주인공은 베드로다. 제2부, 13-28장은 바울을 중심으로 한 이방인 선교 기록으로 바울이 주인공이다. 제2부를 또 다시 구분하면, 13장부터 20장까지 모두 3차에 걸친 선교여행이고, 21-26장은 바울이 예루살렘으로 가는 여정과 예루살렘에서 겪은 일, 27-28장은 로마로 가는 과정을 다룬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생긴다. 21-26장, 무려 여섯 장에 걸쳐 예루살렘에서의 바울의 사역을 다루는데 이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하는 질문이다. 복음서들이 예수님이 마지막 한 주간 예루살렘에서 하신 일에 할애한 분량과 얼추 비슷하지만 사도행전 21-26장은 클라이맥스라기에는 내용이 약간 맥 빠진다. 여기서 핵심내용은 흥미진진한 선교여행의 주인공 바울이 무슨 이유에선지 무리하게 예루살렘에 갔다가 체포되어 옥에 갇히고 몇 차례 심문을 받는 이야기가 전부다. 그런데 이게 사도행전의 기록자 누가나 바울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고 본다. 나도 이 부분이 복음의 본질을 드러내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3차 선교여행을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간 사건을 기록한 성경은 사도행전 외에도 고린도전서16장, 고린도후서 8장과 9장은 예루살렘 성도들을 돕기 위한 연보의 방식에 대하여 길게 설명하며, 로마서의 끝 부분(15:22-33)에서도 예루살렘으로 가는 여행을 언급하면서 로마의 성도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것은 바울 사역의 중장기 선교 계획을 생각할 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알다시피 사도행전 13장에 바울과 바나바는 안디옥교회가 금식하고 기도한 후 성령님에 의해 이방인 지역으로 보내지 않았던가! 그 후 바울은 이방인의 사도로 부름을 받아 로마제국 여러 성들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웠다. 세 번에 걸친 선교여행을 통하여 터키와 그리스의 도시들을 다녔다. 에게해를 중심으로 빌립보, 아데네, 고린도, 데살로니가. 에베소 등의 해안 도시들에 복음을 전하였다. 물론 그가 한 일은 대단한 일이지만 전 로마제국을 생각하면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터키와 그리스 내륙까지 깊숙이 들어가지 못하였고, 유럽이나 북아프리카는 계획조차 못 세우고 있다. 3차 여행을 마친 후 서쪽으로 가서 로마에 들르고, 그들의 후원을 얻어 땅 끝 스페인까지 전도하여 복음을 전하는 것이 그의 선교의 마지막 과업이다(롬15:28). 자 그런데 그는 지금 로마와는 정반대 방향, 동쪽에 있는 예루살렘으로 간다. 때는 57년 경, 3차 전도여행을 마치고 로마서 집필을 막 끝냈다. 지금 있는 고린도에서(행20:2) 예루살렘까지는 해상과 육로로 1,300km를 가야 하는 거리다. 고린도에서 직접 로마에 가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먼 거리이다. 당시의 항해는 오늘날처럼 크루즈 선에서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에 의해 가야하므로 닻을 내리고 노를 저어가는 그야말로 목숨을 건 모험이었다. 이렇게 위험한 여행을 하면서 예루살렘을 간다는 것은 누가 예루살렘에서 바울을 기다리고 있기에 그리도 가고 싶어 한 것일까? 그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도행전 20장 23절에는 누가 기다린다고 하는데 (행20:23) 오직 성령이 각 성에서 내게 증언하여 결박과 환난이 나를 기다린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예루살렘으로 가려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만류하였다. 그가 예루살렘 가까이 가이사랴에 있는 빌립보 집에 있었을 때는 아가보라는 예언자는 바울의 띠를 풀러 자기 수족을 잡아매면서 예언하였다.
(행21:11) 성령이 말씀하시기를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들이 이같이 이 띠 임자를 결박하여 이방인의 손에 넘겨주리라.
이 말을 들은 바울의 제자들은 한결같이 그가 예루살렘에 가는 것을 반대하였다. 사실 바울도 이미 자신이 예루살렘에서 잡힐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 그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결심을 말하였다.
(행20:24)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행21:13) 여러분이 어찌하여 울어 내 마음을 상하게 하느냐? 나는 주 예수의 이름을 위하여 결박당할 뿐 아니라 예루살렘에서 죽을 것도 각오하였노라.
2. 유대인 그리스도인과 이방 그리스도인의 갈등을 해결하고자
그렇다면 위험한 여행이고 또한 바울의 미래 선교 계획과도 어긋나는데 바울 사도는 왜 환난과 핍박이 기다리는 예루살렘으로 가야 했을까?
(1) 예루살렘 성도들에게 구제 헌금을 전달하기 위하여
이방교회에서 모금한 구제헌금을 예루살렘교회에 전달한다는 말씀이 사도행전에는 자세한 설명이 없지만, 로마서와 고린도 전후서에서는 예루살렘 방문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롬15:25-26) 25 그러나 이제는 내가 성도를 섬기는 일로 예루살렘에 가노니, 26 이는 마게도냐와 아가야 사람들이 예루살렘 성도 중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기쁘게 얼마를 연보하였음이라.
(고전16:1-3) 1 성도를 위하는 연보에 관하여는 내가 갈라디아 교회들에게 명한 것 같이 너희도 그렇게 하라. 2 매주 첫날에 너희 각 사람이 수입에 따라 모아 두어서 내가 갈 때에 연보를 하지 않게 하라 3 내가 이를 때에 너희가 인정한 사람에게 편지를 주어 너희의 은혜를 예루살렘으로 가지고 가게 하리니
(고후9:11) 너희가 모든 일에 넉넉하여 너그럽게 연보를 함은 그들이 우리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게 하는 것이라.
예루살렘 성도들이 흉년을 만났다는 소식을 들은 바울은 마게도냐와 고린도 등 자신이 세운 이방인 교회들에서 모금을 요청하였다. 그는 그 돈을 전달하기 위하여 몇 제자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연보를 전달하는 목적이 전부였을까? 예루살렘에 구제 헌금을 전달하는 것이 로마와 스페인에 가서 복음 전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가? 믿을 만한 사람이 그렇게 없어서 바울이 직접 가야 했을까?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예루살렘 방문을 길게 기록하는 사도행전에서 구제 헌금에 관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예루살렘에 가기 전 마게도냐와 고린도에 들른 것을 간단히 기록할 뿐(행20:1-2), 헌금을 모으는 이야기도, 예루살렘에서 헌금을 전달했다는 기사도 찾아볼 수 없다.
(2) 예루살렘의 유대인 교회와 바울이 세운 이방인 교회의 화해를 위하여
제일먼저 세워진 예루살렘교회의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자. 예수님 승천 후 베드로 사도 등에 의해 예루살렘에 교회가 세워졌다. 초기의 박해를 딛고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수만 명의 큰 교회로 성장하였다. 예수님의 동생 야고보를 수장으로 하는 예루살렘 교회는 예수를 믿으면서도 계속해서 유대인의 전통과 율법을 지켰다. 남자들은 할례를 받고, 율법에서 규정한 깨끗한 음식만 먹고, 안식일에 모임을 가지고, 성전을 둘러싼 제사나 결례 등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니 성경 어디에도 기존 유대인들과의 충돌하였다는 말은 없다. 기독교가 유대교의 한 부류로 인정받은 것이다. 한편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교회는 예루살렘에 교회핍박이 오자 일부는 안디옥을 비롯하여 로마제국 곳곳으로 전파되었다. 예수님 승천 후 20여 년 동안 여러 곳에 예수를 믿는 교회공동체가 세워졌다. 이들 가운데 사도행전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울의 선교사역으로 에게해 연안의 도시들에 교회가 세워지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바울이 세운 교회들을 살펴보자. 이 교회들은 주로 이방인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고, 이 이방인 가운에는 유대교의 습관을 존중하는 교인들도 많았다. 이들 이방인 지역에 세워진 교회들은 예루살렘 총회(행15장)가 결정한 대로 할례, 안식일, 음식법 등 유대인의 전통과 율법에 따라 교회생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야고보를 수장으로 하는 예루살렘의 유대인 교회와 바울이 선교한 지역에서 세운 이방인 교회 사이에 점차 깊은 골이 생겨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두 교회는 한 분 예수를 주로 섬기지만, 교회의 전통과 문화가 달랐고 오랜 세월 교제를 나누지 않다보니 자연히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쌓였다. 문제는 예수 믿은 후에도 할례, 안식일, 음식법 등 토라의 계명을 지켜야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것이었다. 예루살렘 교회 출신 제자들 가운데 여러 사람이 바울이 세운 교회들을 방문하였는데, 이들은 그 교회에서 구약의 계율을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적잖은 혼란을 일으켰다. 이들 중 일부가 갈라디아 지방에 방문하였고(갈2:4), 고린도도 방문하였다. 고린도 교회는 이런 사건으로 인하여 친 바울파와 반 바울파로 나뉘어 반목하였는데, 예루살렘에서 온 방문자들이 반 바울파와 한 패가 되어 바울을 공격하였다. 이 문제를 다루는 고린도후서에서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온 방문자들을 천사로 가장한 사탄의 일군이요 거짓 사도라고 공격하였다(고후11:13-15). 바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고린도 교회에서 반 바울파를 몰아내는 것으로 분란은 매듭지어졌다(고후7:7). 사도바울은 이런 오해와 불신이 지속되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했다. 갈라디아나 고린도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예루살렘에서 온 제자들은 예루살렘 교회의 수장인 야고보가 인정한 사람들인가? 할례와 같은 문제는 이미 예루살렘 총회에서 해결된 것 아닌가? 한 분 예수님을 믿는 교회가 이런 일로 갈등을 겪어야 하는가? 바울은 이방인 교회와 예루살렘 교회가 오해를 풀고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방책을 고심하였다. 바로 이 때 흉년으로 인한 유대인 교회의 어려움을 들었고, 이방인 교회에서 연보를 보냄으로 갈등 해소에 보탬이 되어야 하겠다고 생각하였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오해의 중심에 있는 자신이 직접 헌금을 직접 들고 가서 화해를 성사시켜야 하겠다고 결심이 바로 바울이 예루살렘으로 가는 진짜 이유이었을 것이다.
모금을 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방인 교회 성도들도 극심한 빈곤 가운데 살고 있는데 만난 적도 없는 예루살렘 교회를 위하여 헌금하도록 설득해야 하였기 때문이다. 바울의 간곡한 설득 장면이 고린도후서 8-9장과 로마서 15장에 기록되어 있다. 그의 논지는, "만일 이방인들이 그들의 영적인 것을 나눠 가졌으면 육적인 것으로 그들을 섬기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었다(롬15:27). 하나님의 은혜로 많은 거액의 연보를 모으는 데는 성공하였다(고후8:20).
예루살렘에 가는 바울의 마음을 누르는 두 가지 근심이 있었다. 하나는 예루살렘에 사는 비 기독교인 유대인이 바울을 잡아 죽이려 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바울은 가는 곳마다 유대인의 반대에 부딪혔었고 그에 관한 안 좋은 소문으로 인하여 예루살렘에는 이미 바울을 증오하는 많은 유대인들이 있었다. 다른 하나는 예루살렘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이 가져간 헌금을 기쁘게 받고, 그동안 쌓였던 불신이 해소될 수 있을까 하는 염려이다. 바울의 이런 걱정들이 로마서의 말미에 로마 성도들에게 두 가지 기도를 부탁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롬15:31) 나로 유대에서 순종하지 아니하는 자들로부터 건짐을 받게 하고, 또 예루살렘에 대하여 내가 섬기는 일을 성도들이 받을 만하게 하고.
구제비를 들고 가는 사람치고는 대단히 겸손한 기도부탁이다. 예루살렘 성도들의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물질을 전달하여, 예루살렘 교회와 이방인 교회 간에 좋은 관계가 형성되기를 원했다. 예루살렘에 도착해서도 그는 유대인 기독교인들의 관습을 존중하려고 성전에서 결례를 행하기도 하였고(행21:20-26), 이방인 교회가 하나님의 뜻 가운데 있는 것을 이해하도록 바울이 예루살렘 교회 수장인 야고보에게 문안하고 하나님이 자기의 사역으로 말미암아 이방 가운데서 하신 일을 낱낱이 말하였다(행21:19). 바울이 예루살렘으로 가고자 하는 이유를 정말 안다면 오늘날 분열된 교회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사는 우리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대한민국의 교회는 신학과 관습과 지역과 이념에 따라 수많은 교단들로 나누어져 있다. 자기의 명예와 이익을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소인배 지도자들의 책임이다. 교단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기득권을 잃지 않기 위하여 분열을 기정사실화하고, 신학자들은 자파의 신학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 자신들의 학문을 사용한다. 특히 서론에서 말한 보수와 진보의 분열 역시 다른 모든 분열을 능가할 만큼 한국교회의 앞날을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을 것인가?
3. 은혜의 복음의 완성
구제 헌금 전달은 하나의 구실이고 이것을 통하여 예루살렘의 유대인 교회와 자신이 설립한 이방인 교회 사이에 화해를 이루려는 것이 예루살렘 방문목적 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꼬리를 무는 질문이 생긴다. 화해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물론 그리스도 안에서의 화해는 정말 선한 일이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이 하나님의 아들이 될 것이며, 형제와 화목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그 예배를 받지 않으신다고 예수님도 가르치셨다.
(마5:23-24) 23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24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정말 할 수만 있다면 바울은 모든 사람과 화평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의 수평적 화해가 정말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하나님과의 수직적 화해의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로마와 스페인으로 가는 것을 뒤로 미룰 만큼 그렇게 중요한가? 결국 바울은 예루살렘에서 잡혀 죽을 고생을 하고 가이사랴의 감옥에서 2년 동안 미결수로 수감되어 세월을 허비하지 않았는가? 우리가 다 헤아리지 못하는 깊은 뜻이 있는가? 바울의 예루살렘 방문의 세 번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 은혜의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다음 구절에서 바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을 만류하는 제자들에게 한 말로서 특히 소명 받은 신학생들이 즐겨 암송하는 말씀이다.
(행20:24)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기 위해서는 생명조차 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물론 바울은 주께서 환상가운데 바울에게 말씀하신 것을 굳게 믿었을 것이다.
(행18:9-10) 9 밤에 주께서 환상 가운데 바울에게 말씀하시되 두려워하지 말며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 10 내가 너와 함께 있으매 어떤 사람도 너를 대적하여 해롭게 할 자가 없을 것이니 이는 이 성중에 내 백성이 많음이라 하시더라.
주님께서는 바울이 선교하는데 함께 하신다는 보증을 서주신 것이다. 주님 말씀이신데 그보다 위로가 되는 말씀은 없을 것이다. 복음은 예수님을 증언하는 일이다. 증언하다라는 말을 딤전5:21에서는 명하다로 번역하였다. 바울은 주님으로부터 이방인 선교에 명함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증언하는 것을 마치려 함에는 생명조차 구차하게 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마치다라는 지금 예루살렘에서 죽음이 기다린다 하여도 바울이 지금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을 진정한 복음전도의 완성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울이 복음전도를 완성하려면 예루살렘이 아닌 서쪽 로마와 스페인으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실은 바울이 받은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이 어떻게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언을 완성하는 것이 되겠는가?
3. 복음은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바울이 기록한 로마서에 따르면 하나님의 은혜는 바울이 전하는 복음의 출발점이고 핵심이다. 복음은 하나님의 은혜 즉 선물인데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주어진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께서 구원을 베푸실 때 유대인과 이방인의 차별을 두지 않았다는 말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차별 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말은 생각할수록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간사회를 구별하는 사회적, 문화적, 윤리적 경계들을 무력화하는 다시 말한다면 혁명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던 바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구약성경(토라)이 명령하고 있는 규례들(할례, 음식법, 절기 등)을 예수 믿는 이방인에게 강제로 지키게 하는 것이냐 하는 문제였다. 예수를 믿으려는 이방인에게 이 모든 것들을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은 예수 믿기 전에 먼저 유대인이 되라고 하는 것으로서 정말로 이것은 이방인들에게는 불필요한 짐이었다. 그래서 사도행전 15장에 기록된 예루살렘 총회에서 이방인에게 우상숭배와 할례 피 음행 등 4가지 외에는 다른 짐을 지우지 않기로 결의하였는데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도 아니었다. 예루살렘에 있는 유대인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를 믿으면서도 구약의 규례들을 더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이방인 교회에서는 어떠하였는가? 이방인들만 있는 교회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할례를 안 받아도, 돼지고기를 먹어도, 질책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안디옥과 같이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 있는 교회에서는 어떻했을까? 안디옥 교회에서 유대인과 이방인이 함께 식사하는 것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마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시대 흑·백 분리 화장실이나 1960년대 미국 남부의 버스처럼 두 집단을 분리시키는 장벽이 쳐져 있었다. 예루살렘 총회(행15장)의 결정은 이방인 전도의 편의를 위한 결정일 뿐, 유대인과 이방인 차별의 철폐에 대하여는 애매한 영역으로 남겨두었다. 이 점에서 사도바울은 단호하였다.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것은 토라의 법이 아니라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뿐이다. 유대인이 지켜오던 외적인 규정들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지켜야 하는 보편적인 하나님의 명령이 아니라 모세를 통하여 그리스도가 오실 때까지 임시로 주어진 규정일 뿐이라는 것이다. 아브라함은 율법 이전 무할례시에 할례를 받았기에, 아브라함은 할례자의 조상일 뿐 아니라 믿음을 가진 무할례자의 조상이기도 한다(롬4:11). 음식이나 안식일 준수와 같은 문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이 마음에 정한 대로 지키면 되는 규례들이다(롬14:1-12). 만일 이런 율법의 규례들 때문에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 차별을 둔다면 예수님은 헛되이 죽으신 것이고, 하나님의 은혜는 폐하여진 것이다.
(갈2:21) 내가 하나님의 은혜를 폐하지 아니하노니 만일 의롭게 되는 것이 율법으로 말미암으면 그리스도께서 헛되이 죽으셨느니라.
간단히 말하자면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믿는 바울은 천년 이상 내려오던 토라의 규례들을 고정화 시킨 것이 아니라 상대화시킨 것이다. 예수 믿는 유대인들이 그 규례들을 지키는 것에 대하여 그는 어떤 문제도 제기하지 않았다. 그 자신도 유대인이었기에 유대인처럼 살 수도 있었고(고전9:20) 복음전도의 효율성을 위하여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에서 난 디모데에게 할례를 받게도 하였고(행16:1-3), 심지어 자신이 나실인의 서약을 준수하기도 하였다(행21:26). 그러나 이방인들은 유대인의 율법(할례, 음식법, 안식일)을 지킬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대신 그는 신자의 삶의 표준으로서 이방인의 상황에 적합한 새로운 규례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 두 신자 그룹 사이에는 우열이나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
자 다시한번 말하면 차별 없이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롬3:22; 10:12)는 이방인과 유대인 사이를 가로막는 경계의 표식인 할례, 음식법, 안식일 등을 이방인들에게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그들이 지켜오던 것들을 계속 지킬 수 있으나 이방인들에게 이를 강요하면 안 된다. 만일 적용한다면 그는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규약이나 전통들 중에서 복음의 정신이나 토라의 정신과 일치하는 것들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 다른 전통을 가진 그리스도인과 교제하는 데 어떤 어려움도 느끼지 않다는 것이다. 바울의 생각은 유대인의 전통을 고착화하지 말고 이방인과 거리낌 없이 교제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함을 완성하는 것이다. 복음을 믿는 것이 우선이고 이후에는 은혜의 복음 속에 차별하지 않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는 말이다. 자신의 전통을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것으로 알고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은 복음이 무엇인지 은혜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바울이 원하였던 예루살렘 성도와 이방인 성도들의 화해는 바로 유대인 그리스도인과 이방인 그리스도인은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믿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바울은 이 사실을 알려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고 결박당할 것을 예상하고 목숨을 버릴 것도 각오하고 예루살렘에 가서 화해의 복음을 몸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이게 안 되면 로마나 스페인으로 가서 복음을 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었다.
4. 예루살렘 방문하기 전 기록한 로마서
바울의 이런 정신이 잘 나타난 문서가 바로 예루살렘 방문 직전에 저술한 로마서다. 바울은 은혜의 복음이 어떻게 이방인과 유대인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지를 로마서를 통하여 보여주고자 하였다. 1세기 지중해 세계에서 복음을 전하던 사도바울의 신학적 기록이고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던 로마 교회에 제시한 해결책이기도 하다.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의 복음이 유대인의 율법을 어떻게 뛰어넘는지를 보여줌으로, 유대인도 자랑할 것이 없고, 당연히 이방인도 자랑할 것이 없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 설명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유대인의 전통적 삶의 양식과 사고의 구조를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백 년에 걸쳐 수없이 많은 랍비와 학자들이 쌓아 놓은 체계 즉 율법의 해석과 그 율법으로부터 나온 조직신학을 근본부터 뒤집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어려운 것은 한 획 한 획이 하나님의 말씀인 구약성경의 명백한 명령들(할례, 음식법, 안식일, 성전제사 등)이 폐지되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이었으리라. 바울이 어떻게 이런 혁명적인 발상을 하게 되었을까? 바울은 자신이 겪은 은혜의 체험으로부터 힘을 얻었다. 자신의 간증처럼 자신과 같은 박해자를 찾아오신 측량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할 때 뛰어넘지 못할 장벽이 없었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너무도 생생하여 율법과 전통이 이를 대체할 수 없다. 인간 실존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죄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신 위대한 용서의 복음과 성령의 힘에 압도되어, 죄를 이기기 위한 오랜 관습들은 아주 작은 의미 밖에 가지지 못하였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유대인이 그 관습에 집착하는 것은 죄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위선과 교만의 죄를 더하는 것일 뿐이다. 바로 과거의 자신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말이다. 주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나니 바울은 성경을 다시 읽는 법을 배웠다. 자신 신학의 관점으로 구약성경을 재구성한 것이다. 율법을 지킴으로 의(義)를 얻을 것이라는 구약의 말씀을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義)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하였다. 아브라함에게 주어진 할례의 의미, 다윗에게 주신 용서의 복, 아담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죄와 사망의 보편성과 그리스도로 말미암는 더 보편적인 구원, 예언자들에게 주신 남은 자(remnant) 사상 등이 결국 차별 없이 주어지는 은혜의 복음을 가리키고 있음을 증명하였다. 로마서는 사도행전 21-26장의 예루살렘 방문을 뒷받침하는 이론이고, 예루살렘 방문은 로마서의 실천이다.
바울 자신이 받은 은혜 체험을 더듬으면 그로부터 시작한 구약의 재해석만으로 천 년 이상의 지켜온 전통들을 근원부터 다시 생각할 수 있을까? 자신이 태어나고 성장해 온 자신의 기반을 허물 수 있을까? 신앙적 체험이나 성경지식으로만은 이런 혁명적 발상과 자기희생이 불가능하다. 오늘날 큰 체험을 가진 목회자들이 돈에 굴복하고 공부를 많이 한 신학자들이 돈 때문에 교묘하게 기존질서를 합리화하는 것을 목도하지 않는가? 이런 것들이 결국은 인간의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성령께서 하나님과 세상을 보는 안목을 바꾸어주시고 이를 증언하고 싶은 불타는 심령을 주실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울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예루살렘으로 갈 결심을 말하면서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
(행20:22) 보라 이제 나는 성령에 매여 예루살렘으로 가는데 거기서 무슨 일을 당할는지 알지 못하노라.
성령에 매여"(bound in the Spirit)는 번역하자면 나는 성령에 결박당하여 예루살렘으로 간다는 뜻이다. 그는 예루살렘에서 대적에게 결박당할 것을 예상하고 있는데(행20:23; 21:11) 이미 성령에 결박당하였다. 성령의 결박이 더 강하기 때문에 대적에게 결박당할 위험이 있어도 그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성령께서는 바울의 예루살렘 행을 확인하였을 때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성령은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이 어떻게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차별을 없애고 이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화해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기를 간절히 원하셨다. 복 있도다. 성령에 결박당한 자여! 오늘의 대한민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바울이 동쪽으로 간 이유를 반드시 알아야만 하겠다.
5. 그리스도인들이여 갈등의 대한민국을 치료하자
복음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은혜는 유대인의 특권과 의무를 상대화시킬 만큼 충분한데 그것이 어떻게 지금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간의 갈등을 해결하는데 연관이 있단 말인가? 1세기 지중해 세계를 살았던 바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유대인과 율법이었다. 그러나 바울은 이 모든 것들을 분토처럼 버릴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유대인과 이방인의 구별을 상대화시켰다는 말은 당시 가치 있다고 여겨졌던 것들 이를테면 로마의 시민권(빌3:20) 가문과 족보(빌3:5) 교회의 지도자(고전3:5) 영적 은사(고전13:1-3, 고후12:5)들이 은혜로 받은 복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도 이런 은혜로 받은 복음을 갖는다면 원수도 사랑할 수 있는데 진보와 보수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결국 21세기 대한민국의 진보적 성향의 그리스도인과 보수적인 그리스도인에게까지 말로만 아닌 실제로 은혜의 복음을 받아야 한다. 은혜로 인한 상대화와 양비론(兩非論)은 언뜻 보기에 비슷한 것 같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르다. 양비론은 생각하기 귀찮은 사람들이 양쪽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혼자 고고한 체 하는 것이다. 반면 바울의 상대화는 양자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면서 긴 고뇌 끝에 자신의 특권을 포기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다.
(롬9:4-5) 그들은 이스라엘 사람이라 그들에게는 양자됨과 영광과 언약들과 율법을 세우신 것과 예배의 약속들이 있고 5 조상들도 그들의 것이요 육신으로 하면 그리스도가 그들에게서 나셨으니 그는 만물위에 계셔서 세세에 찬양을 받으실 하나님이시니라 아멘.
위의 목록에 나오는 것 어느 것 하나라도 모두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고 한 사회를 규정할만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것들이고 일생에 걸친 노력과 희생을 요하는 것들이다. 바울은 별 생각 없이 이것들의 가치를 깎아내린 것이 아니다. 목록에 나오는 각각의 항들이 상대화 된 것은 사려 깊은 논증과 목회 사역의 경험이 뒷받침 되어 나온 결과이다. 이제 우리 시대 진보적 그리스도인들에게 부탁드린다. 우파적 가치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고난과 영광의 체험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기억하였으면 좋겠다. 생사를 가르는 6.25한국전쟁터에서의 경험, 산업화를 가능하게 하였던 근면과 금욕, 가족을 위한 책임 있는 희생, 집과 땅을 팔아 자녀를 양육한 헌신, 한 영혼을 위한 눈물의 기도, 신앙 때문에 당하는 박해와 사회적 따돌림 등이 대한민국의 보수 그리스도인들의 몸에 새겨져 있다. 그리고 이것들을 뒷받침하는 세계관과 신앙관이 영혼 깊숙이 각인되어 있다. 여기에 어르신들의 곤고하고 가난하고 외로운 현실, 그래서 과거의 영광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다. 예컨대 어르신들은 박정희 시대를 자신들의 시간 고향으로 공유하고 있다. 진보적 지식인들이 이 세대를 평가 절하할 때 '시간의 실향민'인 어르신들은 자신의 과거를 송두리째 부정당한 것 같아 분노한다. 이 모든 것들은 하나님이 주신 은혜와 영광의 결과이기에 존중 받아야 마땅하며 또한 그 은혜와 영광 자체가 아니기에 상대화되어야 한다.
우리 보수그리스도인들에게 부탁한다면 젊은이들은 전쟁의 아픔과 두려움도 경험하지 못하였고 산업화 시대의 고생과 희망을 알지 못하며 태어나 보니 풍요롭고 자유로운 세상이 되었다. 과거 조상들이 받았던 박해를 뒤로 한 채 모태신앙으로 나서 편안히 예수 잘 믿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만들어 놓으신 세상이 유토피아는 아닙니다. 세상이 정신없이 변해가는 탓도 있고 코로나바이러스나 환경 문제와 같이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재난도 일어나고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이 놀고 있습니다. 탐욕에 근거한 경제시스템 때문에 빚어진 양극화나 위태위태한 한반도 상황 같이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숙제도 있습니다. 과거 어르신들이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해야 했듯이 지금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르신들이 답을 찾기 위하여 하늘의 지혜를 구했듯이 그들도 바늘구멍만한 답을 찾으며 힘겹게 살아갑니다. 그들도 나름대로 성경에 대한 이해와 신앙 체험도 있고 교회와 세상을 위한 헌신과 결단도 있습니다. 그러니 진보적인 사람들을 비난하고 저주하지 마시고 함께 기도해 주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결국 어르신들의 삶이 가능하였던 것이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였으니 그들에게도 새로운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기를 기도합시다. 그래서 믿지 않는 자들에게 보여줍시다. 기성세대와 젊은이 진보와 보수가 이념이 달라도 예수그리스도의 이름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아름다운 모습을요. 이게 서로에 대한 분노와 혐오로 상처를 주고받는 분열된 대한민국을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나아가서 현 좌파정부의 동떨어진 포퓰리즘 정책에 대해서도 하나님으로부터 올바른 정책을 만들도록 기도하여야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기독교인들은 나라가 안전해야 주님오실 때까지 자유대한민국에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복음의 영광과 매력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습니까? 측량할 수 없는 하나님의 은혜 그리고 그 은혜 받은 사람들의 차별 없는 사랑 모든 사회적 차별을 뛰어 넘는 화해 이것이 복음의 영광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