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병산,
이름도 처음이고 걷기도 처음이다.
대간능선 중 수월한 구간이라는 기록이 많았지만
대설의 겨울에 녹록치 않으리라 짐작하고 시작하였다.
짐작이 맞았다.
생계령까지의 순조롭던 발걸음이 행복한 구간였다.
해뜨기 직전 고병이재 못 가 931봉까지의
헥헥거리던 오르막에선
한걸음 걸으면 반걸음 미끄러지기를 무한 반복ㅠ
푹푹 빠지는 눈길 산행에서 쉬 지쳐버린다.
고난의 구간도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투덜을 보채지 않는다.
카르스트지형이라 알고 갔지만
컴컴한 속에서
석회동굴, 석굴, 채석장 등을 보지는 못하였다.
다만 점심 먹을 자리 찾다가
돌리네같은 구멍을 하나 보기는 했다
오른쪽으로 벌겋게 돋아오는 해를 보면서
고무되는 심연의 본능은 희망차다.
배고픔을 달래려
바람없고 햇살좋은 곳을 찾았으나 쉽지 않다.
먹고나니 힘나서 좋긴 한데 체온이 내려가 더 춥다.
부지런히 걸어야한다.
점심 후부터는 러셀하신 분 기럭지가 달라졌다.
짧은 다리로 그 눈구멍 맞춰 걷느라 아주 힘들었다.ㅠ
생태문화체험지에서 오르면
석병8담이라는 물치유길도 있다고 이정표가 알려준다.
잣나무사이로 피톤치드를 휘감으며
潭과 沼들 사이로 걷는다면
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데....
물이 많으니 아마도 물봉선도 많을 것이고
배초향도, 말나리, 동자꽃, 각시취, 여로 등등도
볼 수 있을 것인데 아쉽다.
석병산 오르내리는 구간 내내
아름다운 얼레지 군락과 진달래가 아쉬웠다.
석병산 자락이 보인다.
수려하다.
가까이 갈수록 육산이던 지형은 암릉구간이 많아진다.
석병산과 삽당령 갈림길서 석병산으로 오르며
기대 가득함을 숨길 수 없다.
거세지는 바람마냥
석병산 주변의 멋진 암름에 감탄사도 절로 많아진다.
여름에 오른다면
석병산에서의 산바람이 참 시원했겠다 싶지만
지금은 쌩쌩 바람에 인증사진 찍기도 어려울 정도다.
더구나 정상부는 뾰죡한 기암절벽이라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찾아들면 매우 위험하겠다.
주변 휘휘 막힘없는 조망이 압권이었기에
추웠지만
공들여 주변을 스캔하며 가야할 곳들도 챙겨보았다.
멀리 대관령 방향과 가까이 석병산 일월봉,
눈에 덮인 안반데기,
안반데기 너머에는 발왕산(?) 정상도 보인다.
멀리 동쪽으로는 동해바다...
선자령도 보인다는데 잘 모르겠다...
석병산을 도로 내려와 왼쪽 경사로로 조금 내려서면
일월문이다.
오랜 세월동안의 풍파에
석벽이 보름달처럼 둥글게 뚫리고
뾰죡한 테두리 일월문이 형성된 것이
너무나 신비롭고 기묘하다.
일월문으로 통해 일월봉(촛대바위)이 보인다.
눈과 얼음으로 덮인 일월문을 통해 밖을 보는 신기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여 아쉬웠으나 어찌하랴.
삽당령으로 가려고 내려가며 뒤돌아보니
석병산 정상에서 길게 뻗어내린 암벽지대가
과연 병풍을 두른 모양새다.
눈이 내린 겨울이 아니라면
누군가는 일월봉 뾰죡봉에 올랐으리라.
그이가 나일 수도~^^
두리봉으로 가는 길도 서너개의 작은 봉을 넘는 것 같다.
800m남았다는 두리봉이 언제나 나오나 하며 걷다가
또 간식을 먹으며 힘을 얻는다.
어쨌든 쉬지 않고 가니 두리봉이 나오고
또 걸어가다 보니 삽당령까지 0.7Km 이정표가 나오고
어느새 0.1Km 지점까지 내려섰다.
늦은 나를 고샅에서 기다리던 엄마처럼
회원들을 기다리는 회장님과 낙동 버스가 보인다.
아~~다왔다.
따뜻한 목간에서 씻고
아라리시장에서
맛있는 저녁 먹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입가가 벙글어진다^^
19기 기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때로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으리라
네오대장님과 찍는 영광도~^^
좀 더 광활한 지점서 일출을 보았더라면
장쾌한 맛이 더할진대 아쉬움ㅠ
매번 보아도 해돋이는 가슴 벅차다
강원도 구간서 한동안 보지 못했던 비실이부부 시그널이 반가워~
지나온 구간을 뒤돌아보고
가야할 구간도 훑어보고~~
저기, 석병산의 웅장한 자태가 드러난다
맑은 하늘을 수놓은 듯 반짝이던 빙화
그 풍경 속으로 쑥 들어오던 더 아름다운 그녀들
고지가 저기다~~☝️☝️☝️
저기 저기가 석병산 봉우리다.
살쿰 드러나는 대관령 방향의 마루금.
저 뒤 암봉에 선 용감한 그녀 둘🙋♀️💁♀️
오늘의 하이라이트, 석병산👍
멋진 우리 산하
마치 유명한 판화작품을 보는 듯
무채의 명암이 뚜렷하다
일월문으로 조심스럽게 내려서며
일월문이 보인다
오금저린다며 일월문을 몸으로 닫는다ㅠ
조금 간이 큰 그녀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
일월문을 만난다
문밖의 풍경
저 뒤 암봉이 일월봉이라고 한다
석병산을 많이 지나쳐 왔구나.
800m 거리의 두리봉은 언제 나오냐ㅠ
새로 산 아이젠 한번 찍어주며 즐거운 간식 타임~^^
드디어 두리봉, 반갑다.
이젠 조금만 애쓰면 삽당령이다.
야호~~다왔다💕
정선아라리시장서 맛있는
곤드레, 옥수수, 더덕 막걸리의 안주들과 저녁밥~^^👍
첫댓글
냉정님의 백두대간 완주일에
함산할 수 있어서 너무 행운였습니다~^^
그동안 너무 수고많으셨습니다.
그리고 무지 축하드립니다 🎉 😄 👍
등산화 불끈 조여 묶고 스틱 말아쥐고 한구간 한구간
밤인지 낮인지 걷고 또 걸어
28구간이 되었어요
이쁜사진과 글이 다녀 왔던 구간을 선명하게 추억해 주셔서 언제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수고로움 덕분에 함께 하신 산우님들은 정성스런 구간들을 오랜동안 보게 될 터지요
따뜻한 마음과 포옹력에 서로를 돈독하게 엮어 주시니 또하나의 희망은 피워 오릅니다
(참 란선님 초반에 가지 않은구간 20기에 참석 하시어 19기에서 꼭 졸업 하시길 기원 합니다 🙏)
홍님,
걸어야 할 구간의 예습을 열심으로 하셔서
매번 빼곡하게 메모해 오시는 정성을 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오는 건성이 부끄럽답니다.
밝게 동료들을 격려하시는 모습도
큰 힘이 되구요.
이 힘든 여정을 먼저 시작하신 용기도
부럽습니다.
'시작이 반'이고 대간구간의 반 이상을 걸었으니
이젠 다 걸은 것과 같을까요?ㅋㅋㅋ
19기 졸업도 챙겨주시는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
다음 구간서도 우리 반갑게 만나
신나게 걸읍시다^^
추운 날씨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의 멋진 산하를 예찬하는
한편의 서사시를 읽는 느낌이네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사진도 한컷 한컷 어찌 이리 멋지게
담으셨는지요.
마치, 실물을 복귀하는 느낌이네요.
모델들도 아주 멋지십니다.
역시 란선 대장님이십니다.
하산주 쏘신것 너무 맛 있었습니다.
원래 술을 잘 못하는데,
큰형님, 19기 선배님들과 첫 대작하는 황송한 자리에
냉정님 대간 완등 축하까지 겹쳐,
기쁨 마음에 제법 마신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다음 산행때 건강한 모습으로 뵙길 바랍니다.
란선 대장님!
산사랑제이님은
어찌 이리 풍부한 표현력을 가졌을까요^^
매번 칭찬에 흥겹게 춤춥니다.ㅋ
지금 함께 발걸음하는 분들의 면면이
한길님을 위시하여
참으로 대단하다고 늘 생각합니다.
산에 대한 사랑의 깊이와 넓이가 남다른
산사랑제이님과 합류하게 되어
이 또한 경사스러운 일입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낙동산악회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이어오신 회장님, 대장님들과 더불어
열정과 품격을 갖춘 회원들이 함께 하는
이 뜨겁고 진중한 대열에 같이 하는 것만으로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늘 따뜻한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잣나무사이로 피톤치드를 휘감으며
潭과 沼들 사이로 걷는다면
절로 건강해질 것 같은데....
물이 많으니 아마도 물봉선도 많을 것이고
배초향도, 말나리, 동자꽃, 각시취, 여로 등등도
볼 수 있을 것인데 아쉽다."
무릎까지 빠지는 겨울산행 중, 5월을 말하는 자는 선험성을 인지하고 초월이 무엇인지 아는 산사람이다
행복은 실천에서 오나? 사실 초월 속에서 오는 방식인지 모른다. 갑자기 바디유가 말한 행복이 떠으르네요.
고맙습니다.
늘 철학적 사유로 삶을 조우하는 님께
향기로운 하루를 선사드립니다~^^
별 것 아니던 글이
댓글에 의해
갑자기 어마한 무게를 가진 글로 변신하게 됩니다.ㅋㅋ
이런 기적의 행운을 얻을 수 있게 한
지인을 가지게 되어
완전 따봉 기분입니다.
점심 맛있게 많이 드셔서
주말 대간길이 조금은 덜 춥도록
내장의 지방층을 돋우소서^^
물 흐르듯 써내려간 산행기.
눈을 감으면 백복령~생계령~석병산~두리봉~삽당령을 글 감흥을 따라 걷고 있는 듯합니다.
훌륭한 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그 글 속에 푹 빠져들어 글쓴이의 마음을 제대
로 이해하고 감동을 일으키게 하는 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눈길. 쉽지 않은 구간을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산행기로 오롯이 복기해 내는 재능에 감탄합니다.
힘들고 바쁜 걸음에도 대원들 멋진 모습. 멋진 풍경을 실물보다 더 아름답게 사진으로 담아낸
솜씨에 손뼉을 칩니다.
발걸음이 아주 빨라 산에서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기운 넘치는 산행 실력 성원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선 막걸리 고맙습니다.
한길님 가득 부풀린 칭찬 댓글에
살짝 젓가락 놓습니다.
안 먹어도 배부릅니다.ㅋㅋ
이 달 초부터 이래저래 바깥 음식을 너무 먹어댔더니
급기야 속 탈이 났습니다.
단촐하게 도시락으로 달래고자 했는데
아니 먹는 것이 더 이롭겠네요ㅋ
현장서도 후배들 챙겨 주시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이리 격려해 주시니
영광이옵니다.🥰
맛점하십시오~~
난이도가 낮을 거라 생각하고
이번 산행은 조금 빨리 끝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였는데
쉬운 대간길이 없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막걸리 3종셋트 잘 음미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월문 사진 감사합니다.
구간마다 진지하게 연구하며 걷는 모습이
보기좋습니다.
힘들다면서도 꾸준하고 유쾌한 기분으로
대간을 대하는 것 같아서
응원이 된답니다.
덥고 추운 한바퀴를 도셨으니
이제 조금 맘 내려놓고 걸을 수 있겠습니다.
막걸리 맛있게 음미해 주셨으니
고맙습니다 ☺️
* 자세를 바로잡지 못하여
일월봉을 넣고보니 일월문이 길쭉한 ❤️ 모양이 되어 버렸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