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의 소설가의 소설집 『그날들』(푸른사상 소설선 59).
현대사의 비극을 그린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함께 고려 몽골 침략기의 삼별초 항쟁을 조망한 중편소설이 수록되었다. 작가는 시대의 파란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을 소설로 끌어안으며 그날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오늘의 역사로 되살리고 있다.
2024년 8월 10일 간행.
■ 작가의 말 중에서
「방어할 수 없는 부재」는 등단작이고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는 제1회 5·18문학상 수상 작품이면서 2012년에 발간한 제1회 5·18문학총서에 수록된 소설이어서 제게는 매우 특별합니다. 두 소설 다 5·18 이후의 다소 비루한 우리 모습을 성찰하는 작품이지요. 「누가 남아 노래를 부를까」는 제1회 부마항쟁기념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것이어서 제게는 그 의미 역시 작지 않지요. 본래 제목이 「새로운 시작」이었는데, 소설집에 수록하면서 제목을 바꿨습니다. 「꽃도 십자가도 없는」, 「누가 남아 노래를 부를까」 두 작품은 모두 부마항쟁 관련 소설이고, 「얼룩을 지우는 일」은 1948년 여순 사건을 조망하는 작품입니다.
■ 추천의 글
「누가 남아 노래를 부를까」(원제:새로운 시작)는 항쟁의 현장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지만,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고, 각각의 인물에게 자기 몫의 시선과 목소리를 부여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제1회 부마항쟁기념문학상 심사평에서
「그 희미한 시간 너머로」는 26년이 지난 지금 항쟁 당사자들이 보여주는 이러저러한 변화와 부침을 아무런 과정이나 신비화 없이 담담하게 보여주려는 용기가 돋보였다. 이 작품은 아주 지혜롭고 안정된 문체로 현재의 오월이 처한 다소 게으르고 나태하고 비루하기도 한 상황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오월 정신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잃지 않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제1회 5·18 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김형중(문학평론가·조선대 교수)
「방어할 수 없는 부재」의 “이제 누가 있어 순수의 모닥불을 지필 것인가?” 하는 결말의 문장은 작금의 우리의 허위와 더러움을 추스르게 하는 한 줄기 정화수와 같다. 처음의 다짐에서 너무 멀리 온 것 같은 부정적인 현실에서 고뇌하는 이 소설의 인물은 알베르 카뮈 소설 『페스트』 속의 의사 리외를 떠올리게 한다. ―전남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중에서, 한승원(소설가)
■ 작품 속으로
상처는 세월이 흘러간다 해서 스스로 치유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 고통으로 가득한 이의 말을 고요하게 들어주는 이가 있다면, 아주 더디게라도 아물 수도 있으리라고, 강미진은 생각했다. 온전하게 아물지는 않더라도 얼룩을 지울 수는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사흘장을 치르지 않고, 아무에게도 부고를 내지 않고 어머니를 화장한 후,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트라우마 센터로 출근했다. (「얼룩을 지우는 일」, 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