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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난 이대 (1957) - 하근찬 -
민근홍 언어마을
[줄거리]
박만도는 삼대 독자인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는 통지를 받고 마음이 들떠며, 기차는 점심때가 되어서야 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찍이 정거장으로 나간다. 아들이 병원에서 나온다는 말에 걱정이 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설마 자기처럼 되지는 않았으리라고 확신을 하며 한쪽 팔이 없는 자신의 모양을 내려다본다. 팔이 없어서 늘 주머니에 한쪽 소맷자락을 꽂고 다니는 만도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 버리고 아들이 온다는 생각에 휩싸여 시간이 빨리 가기를 기다린다. 언젠가 술에 취해서 돌아오다가 외나무 다리를 건너면서 물에 빠져 옷을 둑에 말리고 사람들이 지나가면 물 속으로 들어가 얼구란 내놓던 것을 회상한다. 정거장에 나올 때 읍 들머리에서 망설이다가 장에 들른 만도는 진수에게 주려고 고등어 한 마리를 사며 지금 대합실에서 아들을 기다리며 그동안 자신이 겪은 과거의 일을 하나하나 회상하게 된다.
만도는 지금으로부터 벌써 32,3년이나 지난 옛일을 회상한다. 그때 그는 일제의 강제 징용에 의해 어딘지도 모르고 고향을 떠나서 남양의 어떤 섬에 도착한다. 섬에서는 비행장을 닦는 일에 동원되어, 숨막히는 더위, 강제노동, 잠자리만한 모기떼, 입에 맞지 않는 음식, 돌림병 등으로 고생이 많았으나 어느 정도 적응해 간다. 비행장이 완성되자 이번에는 산허리에 굴을 파는 일이 주어진다. 어느날 굴에 다이나마이트를 장치하여 불을 당겨야 할 때, 연합군의 공습이 시작되는 바람에 당황한 만도는 다이나마이트를 장치했던 굴로 들어가서 엎드렸다가 다이나마이트가 터지는 폭음과 함께 팔을 잃게 되었다.
기차가 정거장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만도는 손에 고등어를 들고서 긴장하며 기다린다. 어찌된 영문인지 아들의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자 만도는 초조해져서 사방을 두리번거리게 되었고, 뒤에서 '아부지'하고 부르는 소리에 만도는 뒤로 돌아서게 된다. 만도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입이 벌어지고 눈이 무섭도록 크게 떠진다. 그의 눈에 비친 아들의 모습은 한쪽 다리가 없어서 지팡이를 끼고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두사람은 집으로 향했고, 진수는 자신의 걸음이 뒤지기 시작하면서 눈물을 참느라고 애를 쓴다.
주막집에 이르러 만도는 술을 마시고, 진수에게는 국수를 시켜주고는 , 또다시 진수를 앞세워 집으로 향했다. 술기운이 도는 만도는 진수에게 자초지종을 물어, 수류탄에 그리된 것을 알게 되며,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살겠느냐는 아들의 하소연에 그를 위로하고 희망을 준다.
외나무다리에 이르자 만도는 머뭇거리는 진수에게 등에 업히라고 하며, 진수는 지팡이와 고등어를 각각 한손에 들고 아버지의 등어리로 가서 슬그머니 업힌다. 만도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일어났으나 아랫도리가 후들거리며 외나무다리 위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디면서 그는 진수의 신세가 똥과 같다고 생각한다. 만도는 아직 술기운이 있었으나 용케 몸을 가누고 외나무다리를 조심조심 건너가고 있으며 눈앞에 우뚝 솟은 용머리재가 이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 보고 있다.
[인물의 성격]
◆ 박만도 → 일제시대때 강제 징용되어 끌려갔다가 외팔이 신세가 되지만, 일제에 대한 분노나 원망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자신의 운명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이는 인물. 아들의 부상에 화가 치밀지만 이내 체념하고 현실에 순응하고 마는 정적 인물임.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
◆ 박진수 → 6.25전쟁으로 한쪽 다리를 잃고 돌아온 상이군인으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현실에 순응하면서 살아가는 정적인물임.
◆ 주막집 여편네 → 쾌활하고 스스럼없는 성격의 소유자. 작중 보조 인물로서, 만도와 진수의 심리 상태를 표면으로 드러나게 하며, 두 사람 사이의 침울한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함.
[구성 단계]
◆ 발단 : 만도는 6 · 25 전쟁에 나간 아들이 고향에 돌아온다는 통지를 받고 역으로 마중을 나감.
◆ 전개 : 만도는 일제의 강제 징용에 끌려갔다가 방공호 작업장에서 한 팔을 잃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함.
아들의 귀향을 축하하는 마음에서 도착 시간보다 이르게 나가 장에서 고등어를 사들기까지 함.
◆ 위기 : 기차에서 내린 아들이 다리를 하나 잃은 채 목발을 짚고 있는 것을 본 만도는 분노하여 뒤도 안 보고 걸어감.
◆ 절정 : 외나무다리에서 팔이 없는 아버지가 다리 없는 아들을 업고 건너며 서로를 위로함.
◆ 결말 : 용머리재가 부자를 내려다 봄.
[구성 단계의 문학적 의미]
① 박만도가 전쟁이 끝난 후 귀향하는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기쁨에 들뜬 국면
⇒ 설레임, 초조함, 긴장감의 교차
② 박만도의 징용 체험, 즉 10년 전의 비극적 체험
⇒ 박만도 운명의 불행( = 민족사적 불행이자 역사의 비극임).
비극성 고조.
sub plot 역할(작품의 핵심이 역사의 폭력성에 대한 고발 내지는 항거에 바탕을 두고 있음)
③ 아들과의 상봉
⇒ 비극적 반전(희망에서 절망으로 추락, 공포에 대한 본능저 자각과 충격적인 놀라움의 발생)
갈등 및 딜레마 발생
④ 술을 마시고 소변을 보는 장면
⇒ 공포와 연민의 카타르시스 유발, 부자 사이의 운명적인 공감대 형성
⑤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순간
⇒ 딜레마의 결정적 해소, 갈등에서 화해로의 전환
절망과 방황을 딛고 이겨나가는 이 민족의 굳센 극복의지("한"의 초극)
[이해와 감상]
< 수난이대>는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면서 아버지와 아들이 겪은 가족사적 비극을 통해 우리 민족의 수난사를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징용으로 끌려가 팔 하나를 잃고 불구의 삶을 살아간다. 아들 진수는 한국전쟁으로 다리를 잃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가계를 이어가는 뿌리들이 이렇게 불구자가 된다면 그 가계의 삶이란 간난 신고의 연속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더구나 그들의 고통이 자신들이 책임질 문제에서 연유한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일방적으로 부여된 고통이기에 그들의 절망은 헤어날 길이 없는 아득한 것이 되고 만다. 또한 이 부자(父子)는 어디에서고 만날 수 있는, 질곡의 현대사를 살아온 우리 이웃들의 모습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부자의 아픔을 집중적으로 그림으로써 수난의 시대를 살았던 민족의 아픔을 극화하는 작품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아름다움은, 그러한 수난이나 비극을 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절망을 딛고 일어서려는 몸짓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불구를 딛고 살아갈 의욕을 다지게 된다.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장면은 뭉클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서로의 결손을 채워가며 힘들지만 외나무다리의 위태로운 현실을 조심스럽게 건너가는 것이다. 이 장면은 앞으로 이 부자가 살아가게 될 삶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용머릿재라는 높고도 험난한 고개가 버티고 있는 것이, 그들의 앞으로의 삶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힘들지만 둘은 힘을 합하여 고난을 개척해 나갈 지 모른다.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러한 주제의식에 있다. 이대에 걸친 가족의 수난, 그리고 앞으로 험난한 길이 버티고 있는 고통의 현실, 오로지 의지 하나로 헤쳐 나가야 하는 처지, 이런 것들을 모두 극복하고 마침내 수난의 시대를 끝내게 될 것이다.
◆ 공간 이동을 통한 갈등 해소의 과정
기차역(기다림과 만남) → 신작로(거리감) → 주막(거리감 해소) → 논두렁길(대화) → 외나무다리(갈등 해소) → 용머리재(수난 극복)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가족사 소설, 전후소설
● 배경 : 시간적 : 일제 강점하에서 6 · 25 직후까지
공간적 : 현실적 공간 -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농촌
허구적 공간 - 일제 암흑기의 남양의 어떤 섬과 6 · 25의 전쟁터.
사상적 : 전후의 허무주의, 반제국주의, 반전주의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에 작가 관찰자 시점이 다소 혼용된 형태
● 표현상 특징 : ① 과거와 현재의 교차를 통해 회상 또는 연상의 기법을 적절히 구사함.
② 사실적 묘사, 토착어의 구사 등을 통해 인물의 성격과 상황, 분위기를 제시함.
③ 오전에서 오후로의 이동을 통해, 희망에서 절망으로, 상승에서 하강으로의 분위기
변화를 자연스럽게 끌고 감.
● 주제 ⇒ 민족의 수난과 그 극복 의지.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단면과 극복의지.
비극을 통한 인간정신의 고양(휴머니즘)
● 출전 : 「한국일보」(1957) 신춘 문예 당선작
[생각해 볼 문제]
1. 박만도가 하룻동안 걸었던 길의 상징성은 무엇인가 ?
→ 가는 길(기쁨과 설렘의 길), 오는 길(설움의 길)
2. '주막'과 '술'과 '외나무 다리'의 상징성에 대해 말해 보자.
→ * 주막(낭만적 환상과 실제적 현실이 부딪치는 장소. 만도와 진수의 마음이 합일하는 공간)
* 술(절망에서 긍정으로 나아가게 하는 촉매 역할. 역사의 어려움 혹은 삶의 어둠을 카타르시스 시켜주는 피와 눈물의 객관적 상관물)
* 외나무 다리(위태롭고 힘겨운 삶의 상징. 힘든 삶을 딛고 일어서는 부자의 의지)
3. 만도가 불구가 된 아들을 처음 만났을 때, '에라이 이놈아!'라고 화를 낸 것은 어떤 심정이었겠는가 추리해 보자.
→ 충격과 놀라움과 아득한 절망의 표현이지, 결코 아들 진수가 제 몸을 건사하지 못했다는 책망의 표현은 아니다.
엄청난 운명의 비극 앞에 참담해진 마음이 진수에 대한 모진 소리로 드러난 것임.
4. 아버지는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아들은 6 · 25로 불구가 된다. 이러한 비극적 설정을 통하여 작품이 의도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 이 소설은 한 가족사의 비극이면서 동시에 우리 민족사의 비극을 보여 주면서 수난을 극복하는 삶의 의지, 역사적 시련 극복의 한 모습을 나타낸다.
[더 알아 봅시다]
◆ 마지막 장면(부자가 외나무 다리 건너는 장면)의 의미에 대해서 말해 보자.
⇒ 전후소설이 거둔 비극적 미학의 절정으로 평가받는 장면이다. 외나무 다리는 '위태하게 살아온 두 사람의 삶(=민족의 삶)'을 상징하는 배경으로, 다리 하나를 잃은 진수의 삶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황혼의 이 외나무 다리를 아버지가 아들을 업고 건너는 장면은 실로 장엄한 비극이요, 만일 두 사람이 건너지 못하고 추락하는 것으로 상황을 설정했다면, 그 비극성은 치열해질 것이고, 전쟁이 두 사람에게 남긴 상처의 고통이 독자의 심상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와 감당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그 자체만으로도 비극은 충분한 것이 되고, 그러기에 무사히 외나무다리를 건너게 했던 것이 조화스럽게 여겨짐.
◆ 하근찬의 작품 세계
하근찬의 작품 세계는 처음에는 농촌을 소재로 형성되었다. 그의 농촌은 폐쇄된 자연이 아니고, 한국의 역사적 상황이 연관된 현실이라는 점에서 문단의 인정을 받기 시작하였다. 실존주의의 영향과 전후파적 취향이 영향을 미치던 1950년대 후반기에 소설 영역에도 지적 허영과 관념적 난삽함이 적지 않게 성행하였다. 이러한 시대에 가난한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획기적이었다.
그가 그려내고 있는 농촌은 사회적 변화에서 유리된 자연공간은 아니다. 오히려 역사적 수난과 고통을 가장 절실하게 축적해온 삶의 현장이다. 농촌의 삶과 현실이 역사적 상황의식에 대응되어 문제성을 드러내고 있는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이 「수난 이대」이다. 전체적인 내용이 생활 속의 절실한 인정과 역사적 수난의 아픔이며, 그 아픔을 이기고 일어서는, 삶에 대한 강한 집념인 점에서 창작의 당연하고도 새로운 본령을 일깨웠다. 또 「흰 종이 수염」(1959)이나 「왕릉과 주둔군」(1963)은 주체적인 민족의식이 토착적인 세계 속에서 외래적인 것과 갈등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작품들로서, 이처럼 농민 생활과 농촌 현실에 대한 그의 꾸준한 관심은 1950년대를 넘어서면서 농민 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구축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자기 아들을 징용에서 빼주지 않는다고 면사무소에서 대변을 보는 아낙네를 그린「분(糞)」(1961), 전사통지서를 배달하지 않고 물에 띄었다는 죄로 해고당하고 웃는 「미소」등에서는 역사적 현실 속에 드러난 사회의 모순에 대해 강한 고발의 자세를 견지하였다.
하근찬은 현실의 어두움을 그리면서도 해학미를 잃지 않고 있는데, 이는 농촌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농민들의 삶과 그 애환을 작품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연유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대부분의 전후작가들이 전쟁의 상처로 황폐해진 도시 소시민의 내면세계와 메커니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그는 인정과 향토성이 짙은 농촌을 배경으로 그들이 겪는 민족적 수난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일에 주력하였다. (출처 : 두산세계대백과)
◆ 「수난 이대」인물의 상처 극복
한국 전쟁을 소재한 소설들, 가령 최인훈의 <광장>, 황순원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 박경리의 <시장과 전장>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전쟁이란 무엇이고, 왜 있어야 하고 역사는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실존의 몸부림을 치는 반면 「수난이대」의 두 부자는 '소극적'인 대응법을 취한다. 이들은 기껏해야 운명론의 무드에 빠지거나 아니면 팔자타령을 하고 있을 뿐이다. 역사와 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를 생존 본능의 확인을 통해서 잊으려 하거나 뛰어 넘으려 하는 것이다.
◆ 외나무 다리와 고등어
두 소재는 만도 부자가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면서 주제 표출과 작품의 유기적 구조에 이바지한다. '고등어'는 부자 화해의 계기, 분위기의 전환, 부자 간의 온정 확인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면서 부자 협동에 의한 수난 극복의 소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외나무 다리'는 앞에서는 아들이 한쪽 다리를 잃고 나타나리라는 것을 암시하고, 뒤에서는 '협동'이 수난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는 의미를 내포하면서, 부자간 협동에 의한 수난 극복의 현장으로 활용된다.
◆ 외나무 다리의 상징성
이 작품에서 외나무다리는 두 번 등장한다. 첫 번째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읍내로 나갈 때이며, 두 번째는 아들을 업고 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올 때이다. 첫째 장면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만나게 된다는 기대감으로 기쁨에 가득 차 있다. 둘째 장면에서는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로 인해 슬픔과 절망감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외나무 다리를 건너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와 아들은 이러한 절망감을 딛고 일어선다. 한 다리를 잃은 아들이 한 팔을 잃은 아버지의 도움으로 외나무다리를 건넘으로써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2011_5_1.수난_이대(01)_지학사(방)_국어_2_2_기말.hwp
2011_5_1.수난_이대(02)_지학사(방)_국어_2_2_기말.hwp
2012_2_1.수난이대(01)_신사고_국어_1_2_중간[26문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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