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5차 전북 진안 천반산(2024. 4. 18)
오늘은 전북 진안의 천반산을 다녀왔습니다. 2주 전에 마이산을 다녀 왔는데 이 지역을 자주 오는 것 같습니다. 천반산을 올라서 보니 저 멀리 마이산 두 봉오리가 보였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흐릿하게 보였지만 천반산에서 보는 마이산은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회장님 말씀마따나 날씨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는 화창하고 멋진 날씨였습니다. 그동안 산행에 비가 많았는데, 시산제를 우중에 지내서 그렇다는 말이 있었지만, 오늘 날씨를 보니 그 말은 기우였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산행은 A코스와 B코스로 나누었는데, 김정기 부회장님이 A코스는 4시간이 더 걸리는 힘든 코스라고 해서 대부분 B코스를 택했습니다. 더구나 오늘은 김종분 님이 마련한 맛있는 점심이 기다리고 있으니 모두 빨리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더욱 B코스를 택하게 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B코스도 만만한 코스는 아니었습니다. B코스는 천반산 아래 자연 휴양림에서 올라가는 길인데 정상까지 거의 가파른 길이라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정상에 가니 A팀은 이미 다녀가고 노창우 부회장과 산 대장님만 우리를 기다려 같이 내려왔습니다.
저는 천반산의 천자가 하늘 천(天)일까, 일천 천(千)일까, 상상하면서 올랐는데, 올라서 보니 산 능선 양쪽으로 멋진 강이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방석하 고문님의 표현을 빌리면 ‘용이 살아서 꿈틀거리는 형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천반산의 천이 혹시 내 천(川)자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양쪽에 내를 거느리고 그 중간을 가로질러 나 있는 산의 모습이 궁금했습니다. 산을 밟고 서 있어서 그 형상을 볼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인터넷에 있는 항공 사진을 보니 정말 한반도가 장엄하게 뻗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천반산의 천은 안타깝게도 저의 기대와는 달리 川이 아니고 天이더군요. 天盤山, 하늘의 밥상이라는 뜻일까요? 하늘 같은 밥상이라는 말일까요? 하늘에서 내려온 밥상이라는 말일까요? 저는 그보다는 용틀임하는 내(川)가 만든 밥상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말입니다.
각설하고, 정말 이름에 걸맞는 멋진 산이었습니다. 산행의 묘미는 산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있지만 산에서 산 아래의 경치를 내려다보는 묘미도 참 좋습니다. 주로 섬에 있는 산을 갔을 때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오늘은 섬도 아니면서 정말 멋진 경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너무 쉬운 산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렇게 어려운 산도 아니어서 적당한 운동과 적당한 휴식을 하면서 즐겁게 산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가파른 바위에 로프를 잡고 가야 하고 어떤 곳은 숲속을 걷는 것 같이 편안하기도 했습니다. 고난과 행복을 번갈아 경험하는 멋진 코스였습니다.
산을 다 내려왔을 때 앞에 펼쳐진 병풍바위는 힘든 산행을 마친 우리에게 주는 멋진 선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정말 맛있고 푸짐한 점심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글자 그대로 천반(하늘의 밥상)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돼지고기 버섯찌개와 김장김치, 거기에 두릅까지. 너무 너무 맛있었습니다. 양도 많아서 총무님이 더 먹으라고 했지만, 입은 당기는데 들어갈 배가 없어서 더 먹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 맛있는 밥상을 맞이하면서 음식보다 이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분의 그 마음이 더욱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준비한 이 음식은 음식이 아니라 정성 그 자체가 아닐까요?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오늘 화창한 날씨에 멋진 산행, 게다가 고귀한 정성이 만들어낸 점심. 너무 멋진 하루였습니다. 하지만, 날씨보다는 산행, 산행보다는 정성으로 만든 점심상이 오늘 산행의 백미가 아니었을까요?
이렇게 오늘 하루도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한 주간 행복하게 지내시고 다음 주에 모두 뵙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산도 물도 아름다운 곳. 천반산 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모두 건강하셔서 오래오래 이처럼 행복한 날들을 즐기기를 소망합니다. 총장님 감사합니다.
총장님!!
세세하게 적어주신 산행기 정말 잘읽었습니다
산행 함께하지 못한 울 남편, 가보지 않은 산이라고 기대를 잔뜩 했었는데 끝내 함께하지 못하고...다음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총장님의 산행기를 대신하면서 함께 산행하는듯 많은 정보(풍광 및 지리 등등)를 얻게 되었지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버스안에서 은옥언니의 곶감..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우리 회원님들 건강하게 잘보내시고 항상 좋은 산행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