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新 차이나 쇼크] [1] 中특수(特需)에 웃던 한국제조업, 中역풍(逆風)에 울다
등록일 : 2014-09-30
對中수출 의존했던 한국기업
中토종기업이 제품 쏟아내자 팔 곳 없어 공장 가동도 중단
2000년대 이후 중국은 한국 제조업체의 탈출구이자 최대 수출 시장이었다. 돈과 사람들도 중국으로 물밀듯 밀려 들어갔다. 최근 상황은 급변했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대중(對中)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습득한 중국 제조업체는 우리 기업을 궁지로 몰아넣을 정도다. 중국 위안화와 관광객은 서울과 제주도의 골목골목을 파고들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중국이 한국에 끼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모색해본다.
지난 26일 오전 10시쯤 울산시 남구 처용로의 SK유화 공장 앞. 도로에는 지나가는 트럭 하나 없었고 사무실도 대부분 불이 꺼져 있었다. '멈춰버린 유령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정적만 감돌고 있었다.
합성섬유 원료인 PTA(고순도 테레프탈산)를 생산하는 SK유화가 올 7월부터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 탓이다. 이 회사의 임구하 생산팀장은 "중국에서 관련 제품이 쏟아지는 바람에 팔 곳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울산 석유화학단지는 국내 산업계에서 손꼽히는 '캐시카우(cash cow·현금 창출원)'였다. 1970~80년대는 내수(內需)로, 2000년대부터는 중국 수출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 수출입 화물로 가득찬 상하이 中최대 컨테이너港 - 중국 상하이(上海) 자유무역지대(FTZ) 출범 1년째를 맞은 29일, 배후 항구인 양산(洋山)항 야적장에 하역을 마쳤거나 선적을 기다리는 수출입 컨테이너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상하이와 길이 32㎞에 달하는 다리로 연결된 양산항은 16척의 대형 컨테이너선이 일렬로 접안해 작업할 수 있는 중국 최대 수출 항구다. /신화 뉴시스
이유는 하나,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은 생산한 석유화학 제품의 45% 정도를 중국 시장에서 팔았다. 중국이 최대 시장(市場)이자, 원군(援軍)이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관련 제품을 쏟아내면서 정반대가 됐다. 일례로 지난해 93%였던 중국의 PTA 자급률은 올해 100%를 넘길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엔 '재앙(災殃)' 같은 상황이다. 삼성종합화학·롯데케미칼·SK유화·효성 등은 PTA 한 품목으로 2011년 37억달러(약 4조원)어치를 중국에 수출했지만 올해는 8억달러를 밑돌 게 확실하다.2000년 이후 한국 경제는 '중국발 특수(特需)'를 톡톡히 누려 왔다. 중국의 고도성장과 함께 대중(對中) 수출도 급증했다. 최근 이런 패러다임이 거꾸로 바뀌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제조 역량이 급성장하고 생산 능력이 늘면서 중국이 한국 제조업 기반을 뒤흔드는 '부메랑'이 돼 날아오고 있다.안현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최근 1~2년 사이 조선·중공업·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 분야의 국내 대기업들이 줄줄이 실적 악화와 경영난에 빠져드는 근저(根底)에는 중국 제조업의 굴기(�起)가 있다"고 말했다. 상승일로를 걷던 대중(對中) 수출도 올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 1~8월 대중 수출은 885억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첨단 산업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 1월 삼성전자의 중국 모바일 마케팅팀은 삼성그룹의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았다. '삼성인상'이 만들어진 지 20년 만에 팀 전체가 수상자로 뽑힌 것은 처음이었다. 삼성 스마트폰이 세계시장 1위(점유율 기준)를 달성하는 데 매년 매출 실적을 두 배씩 늘린 이 팀의 눈부신 선전(善戰)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뒤 삼성전자는 실적 부진 책임을 물어 중국 모바일 마케팅팀장을 교체했다.'축복의 땅'이던 중국 시장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쇼크'의 진원지로 돌변한 것이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판매량은 올 2분기 70만대나 감소했고, 삼성전자는 중·저가 토종 브랜드인 샤오미(小米)에 밀려 2위가 됐다. 창업한 지 4년도 안 된 중국 기업과 경쟁하느라 실적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런 상황을 중국삼성의 한 관계자는 "영웅이 4개월 만에 악당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중국 제조업의 충격파가 광속도(光速度)로 한국 기업을 때리고 있는 것이다.
[新 차이나 쇼크] 값싼 중국産 철강, 국내로 쏟아져… 국산 精油(정유)는 中에 밀려 헐값 판매
[1] [한국 富 쌓은 '굴뚝산업' 휘청]
-부산 감천항 부두 가보니…
야적장엔 모두 중국産 철강제품… 3년전부터 수입, 국내시장 잠식
품질差 없고 일부 한국産 능가
-中 굴뚝산업의 급부상
한국 造船·화학도 줄줄이 밀려
"中시장 단기실적 호황에 취해 R&D 등한시… 눈 뜨고 당해"
지난 11일 오후 부산시 감천항 부두. 지게차 4대가 톈진(天津)항에서 온 2척의 배에서 중국산 철강(鐵鋼) 제품들을 하역하고 있었다. 축구장 5배가 넘는 크기의 야적장(野積場)에는 사람 키 3배 정도 높이로 철강 제품들이 쌓여 있었다.이 부두에 쌓여 있는 선박용 후판(厚板)과 건설용 H형강 제품은 9만5000t 분량으로 국내 중급 규모 제철소의 한 달 생산량이다. 3시간 동안 야적장의 철강제품을 실은 25t 트럭 30대는 창원·울산의 조선소와 전국 건설 현장으로 떠났다. A철강 유통사의 최모 차장은 "야적장에 있는 철강 제품은 100% 중국산"이라며 "국내 중소 유통 상인들이 2~3년 전부터 대대적으로 중국 철강을 수입해오고 있다"고 말했다.중국 특수(特需)로 10년간 '황금 성장'을 구가해 오던 한국 철강산업이 국내로 역(逆)수출되는 중국산 공세에 뿌리째 흔들거리고 있다. 휘발유 같은 석유 완제품과 석유화학·조선 등 한국의 간판 굴뚝산업이 중국 부메랑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한국 철강업계 뒤흔드는 중국産동부제철이 1조3000억원을 들여 2009년 준공한 충남 당진 열연 공장은 가동 중단 직전 상태다.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산 열연 강판이 당진 공장 제품보다 t당 5만~6만원 정도 싸기 때문에 아예 경쟁이 안 된다"고 말했다.
- 중국산 철강 제품이 물밀듯 한국 시장에 들어오면서 한국 철강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이달 초 부산 서구 감천항에 중국산 철제품이 가득 쌓여 잇는 모습. /부산=김종호 기자
주범(主犯)은 중국발(發) 철강 공급 과잉이다. 2003년 2억2000만t이던 중국 철강 생산량이 지난해 7억7900만t으로 10년 만에 4배 늘었다. 이는 한국의 연간 총생산량(6610만t)보다 10배 이상 많다. 중국의 수출 둔화 등으로 남아도는 철강 물량이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산 철강 제품 수입량(670만t)은 작년 동기 대비 34% 정도 늘었다.문제는 양국 철강 제품의 품질 격차가 거의 없고 일부는 한국산을 능가한다는 점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초고압가스 이송관용으로 쓰이는 이음매 없는 특수 강관(鋼管)의 경우 중국산이 세계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이 서부의 천연가스를 상하이 등 동부 도시로 수송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을 시행하면서 특수 강관 분야에서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이뤄냈다"고 말했다.◇한국 대표 정유·조선 기업도 '휘청'2011년까지 승승장구하던 한국 정유사들은 요즘 시장 가격보다 최고 15% 정도 낮은 가격에 휘발유 등 정제(精製) 제품을 싱가포르 현물 시장에 팔고 있다. 이는 중국이 최근 완공한 정유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한국산보다 훨씬 저가(低價)로 동남아 시장에 쏟아내기 때문이다. 그 여파로 국내 1위인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16조원의 매출을 올렸는데도 500억원 영업 적자를 냈다. 한 정유업체 임원은 "가장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던 정유업체들의 적자 행진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다"며 "정유 정제 산업은 이제 미래가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조선업계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2012년부터 3년 연속으로 선박 수주량과 건조량, 수주 잔량 등 3대 지표에서 한국을 제치고 1위이다. 해양 플랜트 부문에서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총수주액은 188억달러이지만 중국은 245억달러에 달했다.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경쟁하느라 우리 기업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설계 등 핵심 기술 없이 중국과의 가격 경쟁은 정말 버겁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올 2분기 1조1037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 적자를 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전문가들은 "연구·개발(R&D) 소홀과 단기 실적주의가 이런 현상을 초래했다"고 진단한다. 한 석유화학업체 사장은 "중국 석유화학·철강산업이 급속 발전할 것이란 예상이 10년 전부터 나왔지만 중국 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신화(神話)에 빠진 데다 단기 실적 호황에 빠져 본격 대응을 못 했다"고 말했다.김희집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는 "철강·석유·화학 등 원천기술 없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돈을 벌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며 "완전히 새롭게 출발한다는 각오로 산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新 차이나 쇼크] [1] 삼성 최첨단 V낸드(3차원 수직구조 반도체) 반도체基地는 한국 아닌 중국 西安공장
[한국 '미래 산업'도 흔들]
한국 공장 빨아들이는 중국 - 반도체·디스플레이 '중국 러시'
삼성·SK·LG 등 대기업 앞다퉈 中에 전기車 배터리공장 짓기로
기술까지 고스란히 넘어가 - 中, 한국 제조·생산 노하우 익혀
LED·LCD 등 국내 업체 위협… '최고난도 TV'도 中이 선수쳐
HP와 델이 만드는 고(高)성능 서버용 컴퓨터에는 삼성전자의 '3D V낸드 플래시 메모리(이하 V낸드)' 반도체가 저장 장치로 들어간다. V낸드는 플래시메모리 중에서는 가장 첨단의 제품이다.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2배 빠르지만 전력 소비량은 40%에 불과하다. 현재 지구상에서 V낸드를 생산하는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이 V낸드를 생산하는 곳은 어디일까. 주 생산지가 경기도 기흥(器興)이 아니라 중국의 시안(西安) 공장이다.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4'. 여기서 가장 인기를 끈 제품 가운데 하나가 LG전자가 전시한 '105인치 곡면(曲面) 초고화질(UHD) TV'였다. 이 TV에는 LG디스플레이가 경기 파주 공장에서 생산한 105인치 LCD 패널(화면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이 들어갔다. 역시 최첨단 제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와 똑같은 제품을 이달부터 중국 광저우(廣州) 공장에서도 생산하는 중이다.◇한국의 첨단 제조 라인 중국으로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차 배터리 등 차세대 첨단 산업의 제조 역량이 중국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고 있다.삼성·LG·SK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은 과거 고가(高價)의 첨단 제품은 한국에서 생산하고 중국은 한두 세대 뒤진 제품의 생산 기지로 활용했다. 최근엔 이런 공식이 완전히 무너졌다. 최첨단 제조 설비를 한국보다 중국에 먼저 설치하는 사례마저 속출한다.
삼성·SK·LG그룹이 차세대 먹거리로 선정해 중점 육성하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에는 전기차 배터리만 대량으로 생산하는 전용 공장은 없다. 그런데 삼성SDI는 지난 8월 중국 시안에서 전기차 배터리 전용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SK이노베이션도 올해 안에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제조 라인을 중국에 만들 계획이다.기업들은 "거대한 중국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 체제 구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중국은 이미 자동차와 스마트폰, TV 등 주요 품목에서 모두 세계 1위 시장이다. 이 시장을 도외시할 수 없으니 부품·완제품 구분 없이 첨단 설비가 급속하게 중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제조·공정 기술도 넘어가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한국 제조업의 강점인 제조·공정 기술이 중국으로 고스란히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서강대 정옥현 서강미래기술연구원장은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원천 기술보다는 뛰어난 제조 기술과 생산 기술"이라며 "첨단 공장이 중국으로 가면서 우리의 강점이 그대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첨단 산업에서도 우리를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이미 '중국 부메랑'의 공격으로 신음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서울반도체 공장 입구엔 최근 '한국에서 유일한 LED 생산기지를 사수하자'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는 TV·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주요 부품이다. 국내 LED 산업 기반은 중국의 역풍에 초토화 지경이다. 과거 주요 업체의 LED 공장은 모두 한국에 있었지만 2010년 삼성전자가 중국 톈진(天津)에 LED 공장을 가동했고, LG이노텍도 2011년 중국 후이저우(惠州)에서 LED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생산한 저가 LED 제품이 한국으로 역수입되면서 국내에 생산 기반을 둔 서울반도체 같은 회사를 위기로 몰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올 2분기 실적이 급락하면서 주가가 52주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9월 초 독일에서 열린 IFA 전시회에서 중국의 TV회사 TCL이 세계 최초로 '110인치 곡면 UHD TV'를 내놓은 것도 비슷한 경우다. 화면 크기, 곡면 기술, 화질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최고난도 제품을 한국보다 중국 업체가 먼저 내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자국 업체 BOE가 만든 LCD 패널이 들어 있다. BOE는 2002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의 LCD사업부를 인수해 LCD사업에 뛰어든 업체다. 중국의 대형 LCD사업 시초가 바로 하이닉스로부터 시작됐다. 그렇게 중국에 넘어간 한국 LCD 기술이 이젠 한국 LCD 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新 차이나 쇼크] [1] 소재·부품 산업, 이젠 중국이 한국 공략
삼성휴대폰 패널 62%가 중국산… 中, 세계 1위 부품 수출국 浮上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제품 전시회 CES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크기인 110인치 UHD(초고화질) TV를 선보여 세계 IT(정보기술) 업계를 놀라게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TV에 들어간 디스플레이 패널이 삼성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니라 중국 업체인 차이나스타에서 만든 것이라는 점이었다.삼성전자의 갤럭시 그랜드나 LG전자의 L시리즈 같은 중·저가 스마트폰에는 중국 업체인 BOE가 만든 소형 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가 있다. 시장조사 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2013년 BOE는 삼성전자에 휴대전화용 패널 1억4700만개를 공급했다. 작년 삼성전자가 판매한 전체 휴대전화의 30%에 BOE 패널이 들어간 셈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배터리도 중국산이 널리 쓰인다. 한국 IT산업에 중국산 부품이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중국 현지 전략형으로 만든 '위에둥'(아반떼)에 들어가는 센터 콘솔(시트 사이에 있는 상자) 등 플라스틱 제품이 대표적이다.중국의 소재·부품 경쟁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우리가 누렸던 중국 특수(特需)를 빠르게 앗아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대체로 중국에 부품·반제품을 수출해 중국 현지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해왔다. 중국 현지에는 조립·가공 공장만 세우고 부품·반제품 생산은 한국의 공장에서 맡았다. 하지만 이젠 중국의 소재·부품이 거꾸로 우리 시장을 공략하는 상황으로 변했다.이미 중국은 세계 1위의 소재·부품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2012년 세계 부품·소재 수출의 17.8%를 차지하면서 일본, 미국 등을 제치고 세계 1위 부품 소재 수출국 자리를 차지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소재·부품 무역수지 흑자는 36억44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억7700만달러나 줄었다
[新 차이나 쇼크] [1] "한국 대기업들 너무 쉽게, 너무 많이 중국行"
日 전문가들 "중국 기업의 한국 따라잡는 속도 빨라져"
- 이시다 대표, 무코야마 연구원.
"한국 기업은 기본적으로 기술력이 약하다. 그런데 중국으로 생산 거점 전환을 너무 빨리했다. 2000년 이후 기술을 중시하는 일본 경제와 점차 거리를 두고 기술보다는 값싼 대량 생산을 중시했다."일본 삼성에서 7년간 고문을 지낸 이시다 마사루(石田賢) 엠아이연구소 대표는 한국 제조업 위기의 원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중국에 대거 생산 거점을 옮기면서 기술을 쉽게 넘겨주고 결국 부메랑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대기업들이 한국 내부의 고용 문제를 무시하고 중국으로 너무 쉽게, 너무 많이 갔다"며 "대기업의 중국 진출이 고용을 포함해 한국 경제의 파워와 체력을 오히려 떨어뜨렸다"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그는 "한국 대기업들이 첨단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생산라인까지 중국으로 가져가면서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기업의 '캐치 업(catch up)'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일본의 대표적인 민간연구소 일본총합연구소의 무코야마 히데히코(向山英彦) 상석주임연구원도 "중국의 부상은 일본보다 한국에 더 위협적"이라며 "한국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중국이 못 만드는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모습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그는 "일본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중국의 부상에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자동차 '스바루'를 만드는 후지중공업은 세계 점유율이 1% 남짓하지만 수평 형태의 엔진, 자동 충돌방지 시스템 등 독자 기술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한다는 것. 무코야마 연구원은 "본래 전투기를 만들던 후지중공업은 기술 축적이 잘돼 있는 회사"라며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이런 기술 축적이 약해 새 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 위기를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新 차이나 쇼크] 세계시장 1위 수출품목… 韓 64개 vs 中 1485개
韓 64개 중 12개도 중국이 2위
특히 메모리 반도체 등 7개는 점유율 격차 3%p대로 맹추격
승용차용 타이어 제조에 사용되는 고무 제품 중 하나인 '이너튜브(inner tube)'. 2011년까지 우리나라가 세계 수출 시장의 37.8%를 차지해 중국(36.5%)을 누르고 점유율 1위에 올랐던 품목이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2년에는 중국의 점유율(37.2%)이 우리나라(35.2%)를 추월하고 세계 1위가 됐다. 이 기간 우리나라는 철강·섬유 제품을 비롯한 6개 품목에서 중국에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줬다.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중국이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품목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485개이다. 2009년 1231개에서 불과 3년 만에 254개 품목을 늘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7년 62개였다가 2009년에는 73개 제품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때가 정점이었다. 2012년에는 64개 품목으로 줄었다.한국이 현재 세계 1위를 달리는 수출 품목들도 중국의 거센 위협을 받고 있다. 2012년 한국이 점유율 1위에 오른 64개 제품 중 중국이 2위를 차지한 품목은 12개이다. 미국(8개)·독일(6개)·일본(6개)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주요 경쟁 상대 중에서 2위 품목 수가 가장 많다. 업계에서는 "이대로라면 수년래 한국의 1위 품목 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특히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7개에서는 중국이 점유율 격차 3%포인트대로 추격하며 우리나라의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우리나라(23.9%)와 중국(20.7%)의 점유율 차이가 3.2%포인트에 불과하다. 합성스테이플 섬유(2.6%포인트), 유입식 변압기(2.6%포인트), 철강제 관(2.4%포인트)에서도 우리나라가 중국에 근소한 우위를 지키고 있다.오세환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과거 경공업이 주력이었던 중국이 전기 전자·중화학 등의 수출 비중을 늘려가는 추세"라며 "우리나라는 적은 수의 주력 품목에 의존도가 높은 구조여서 중국의 부상이 큰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30/2014093000445.html?related_all
"제조업 위기, 누구를 탓할 것인가
한우덕 중앙일부 중국연구소장
친히 알고 지내는 전(全)사장은 종합상사 대우의 중국 사업을 총괄했던 분이다. 김우중 회장의 '중국 경영'을 현장에서 추진했었다. 상하이에서 중견 무역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그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인천공항 게이트 앞에서 비행기 기다리다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그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제 한국에서 제조업은 끝났다. 내다 팔 물건이 없잖냐. 어지간한 건 이제 중국이 더 싸게, 더 잘 만든다. 이제까지 중국 땜에 먹고 살았던 제조업인데, 그게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무감각하다.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른다. 30년 중국 비즈니스하면서 결국 이런 꼴마져 봐야 하니, 분통이 터진다. "
그는 제조업 위기를 말하고 있었다. "3,4년 후 중국 발 경제 위기가 닥쳐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베테랑 중국비즈니스맨의 목소리에 절박함이 녹아있었다. 예, 예...그냥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전 사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국내 제조업의 상황은 '위기'다. 가전, 철강, 조선, IT, 그리고 석유화학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우리가 강하다고 했던 바로 그 분야들이 속속 무너지고 있다. 위기의 진원지는 중국이다. 한국 제조업에게 성장의 터전을 만들어줬던 중국이 이제 거꾸로 위협적인 존재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8월 20일 1면 톱으로 보도한 카프로의 사례는 그 단면이다. 이 회사 주가는 3년전만 하더라도 3만5000원에 거래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3500원 수준이다. 반도막도 아니다. 그냥 10분의1 수준으로 폭락했다. 투자자라면 땅을 치고, 가슴을 때릴 일이다.
울산의 카프로는 석유화학 제품인 카프로락탐(나일론의 원료)을 생산하는 업체다. 196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빌려온 돈으로 세웠다. 가히 한국 석유화학의 산증인이라 할만하다. 그런 회사에 지난 3년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가? 답은 역시 중국에서 찾아야 한다.
위기가 찾아온 건 2012년 하반기 부터다. 중국에서 수출 주문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작년 수출 파트는 거의 개점휴업 상황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수출 실적 제로(0)다. 생산품의 80%를 수출(대부분 중국)하는 카프로 주가가 빠진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pt의 오른 쪽 사진은 푸젠(福建)성에 있는 석유화학 업체인 巴陵(바링)의 창고 모습이다. 포대로 쌓여있는 게 모두 카프로락탐이다. 포대에 쓰여있는 '쎈안(酰胺)'이라는 글자가 바로 카프로락탐을 뜻하는 중국어다. 이 회사가 카프로락탐 생산을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다. 연산 30만t, 울산의 카프로보다 더 많은 양이다. 중국의 수 많은 '바링'이 훨씬 낮은 가격에 카프로락탐을 쏟아면서 한국의 카프로는 중국에서 설 땅을 잃었다.
끝없다. 같은 푸젠성의 푸저우(福州)에는 선위안(申远)신재료라는 회사가 연산 100만t 규모의 카프로락탐 공장 짓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다. 후난(湖南)성에도, 윈난(雲南)성에도 같은 설비를 갖춘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중국 전체 카프로락탐 수요량은 연간 약 300만t. 이중 약 70%를 국내에서 자급하고, 나머지 30%는 아직 해외에서 들여온다. 그러나 건설 중인 신위안신재료 회사만 완공돼도 자급율은100%를 뚫고 올라간다. 그 때쯤 중국 산 저가 카프로락탐이 한국 시장을 위협할 수도 있다.
업계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pt의 중간 도표를 보면 석유화학 분야 중국 자급률이 얼마나 빨리 높아지고 있는 지 알수 있다.
PTA(고순도 트레프트탈산)라는 물질은 화학 섬유인 폴리에스터, 우리가 흔히 보는 페트병 등을 만드는 원료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 석유화학 업체들이 중국 덕에 톡톡히 재미를 본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옛말이다. 지금은 수출 길이 거의 막혔다. 삼성석유화학, SK유화 등의 이 제품 설비는 멈췄다. 지난 해 중국 자급률이 이미 93%에 달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PTA설비 증설에 나선 게 2000년대 말이었다. 엄청나게 지었다. 지난해 685만t에 이어 올해 194만t, 내년 340만t 등 모두 1219만t 규모의 PTA 공장이 속속 문을 연다. 당초 부족분이었던 500만t 규모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우리 기업이 설 땅은 그만큼 좁아지게 된다. 그럼에도 국내 업체들은 같은 기간 증설 경쟁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석유화학업계 위기다. 일부 기업들이 PTA의 한 단계 위 상품인 PE(폴리에틸렌, PTA의 원료)에 특화하고 나선 게 그마나 다행이다. 언제까지 생명을 연장하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석유화학은 우리 산업의 보루였다. 철강이 망가지고, 조선이 추월당하고, IT회사가 제 살길 찾겠다고 중국으로 넘어갈 때에도 석유화학 업체들은 국내에 남아 묵묵히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지금도 중국 수출의 약 16%를 책임진다. 카프로 사례는 그동안 중국 덕에 잘 먹고, 잘 살았던 석유화학 업계 마져 지금 밥그릇에 구멍이 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산업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를 봤어야 했다. 그들이 어느 품목에 얼마만큼 증설을 하는지, 어떤 품목에 쇼티지가 발생하는 지 등을 미리 알고 거기에 대처해야 했다. 중국이 증산 경쟁을 벌어지고 있는 바로 그 시간, 국내에서도 경쟁이 벌어진다면 그건 재앙이다. 규모로 어찌 중국을 이길 수 있단 말인가.
동일한 우를 우리는 조선 산업에서 그대로 경험했다.
고통의 태동은 2001년 말 중국의 WTO가입이었다. 시장개방 효과로 중국의 무역량이 급격히 늘었다. 매년 20~40%에 달했다. 철광석 등 자원도 들여와야 했다. 배가 필요했다. 해운업계는 선박이 없어 아우성이었다. 세상에서 배를 가장 빠르고 튼튼하게, 그리고 가볍게 만드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배 주문이 쏟아지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즐거운 비명이었다. 2000년 대 중반 투자 붐이 일었다. 부품 기자재 업체들도 완성 배를 만들겠다며 독(dock)건설에 나섰다. 업계는 남해안에 ‘조선 벨트’가 형성됐다고 흥분했다.
그때 우리가 놓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이웃 중국의 동향이다. 중국에는 ‘국수국조(國造國輸)’라는 정책이 있다. 자국 물동량은 자국 배가 처리한다는 뜻. ‘선박 국산화’인 셈이다. 대규모 조선산업 육성 방안이 발표됐다. 중국 동부 연안 도시에 비 온 뒤 죽순 돋아나듯 조선업체가 생겼다. 서해를 가운데 마주보고 있는 두 나라가 ‘배 만들기 경쟁’을 벌였던 셈이다.
호황이 있으면 불황이 있는 법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시장은 싸늘하게 식었다. 밀려들던 주문을 사리지고, 새로 만든 독은 애물단지로 변했다. 피해는 한국 몫이었다. 중국 기업에는 국가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가(국유은행)의 자금 지원을 등에 업고 수주량을 늘렸다. 반면 한국 업계는 C&중공업이 쓰러지는 등 가혹한 구조조정에 시달려야 했다. 기자재 업계의 줄도산이 이어졌다.
중국을 봐야 했다. 투자에 매달리기보다는 완성 배 업체와 기자재 회사 간 공급 사슬을 정비하고, 그 돈으로 부품 기술개발에 매진했어야 했다. 정부는 중국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정책을 수립하고, 정보를 제공해야 했다. 2010년 중국은 한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선박건조 국가 자리를 차지했다. 조선업계에서는 일본에서 빼앗아온 선박 강국의 영광을 이제 중국에 넘겨줄 때가 왔다며 위기감이 팽배하다. 세계 선박업계의 지존이라는 현대중공업조차도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위기가 터졌다 싶으면 대책회의라는 걸 한다. 그리고는 어느 분야를 육성할 지를 고르고, 돈을 푼다. 그러나 그건 산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것이다. 기업은 기술개발이나 서비스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정부 돈 따먹는 재미로 일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할 뿐이다.
그러면 안된다. 기업이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중국 산업이 어디로 가는 지를 연구해서, 기업에게 길을 제시해야 한다. 베이징 주중대사관의 산업관은 폼잡으라고 있는 있는 자리가 아니다. KOTRA는 높은 사람 뫼시라고 있는 기관이 아니다. 그들에게 시장 연구할 시간을 줘야 한다.
협회도 마찬가지다. 회원사들이 어디로 가야할 지를 제시하고, 그런 자료를 얻기 위해 연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협회는 이미 이익단체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러니 각 기업들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저돌적으로 달려들기만 한다. 길길이 날뛰다 지쳐 주저앉고 마는 멧돼지처럼 말이다.
정부가 산업 정책을 짤 때에도, 기업이 경영 전략을 수립할 때에도 중국이라는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재앙일 뿐이다.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의 산업기술에 대처하는 길은 정부, 기업, 협회 등이 스크럼을 짜고 똘똘 뭉치는 길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게 안된다. 위기를 자초하는 꼴이다.
우리는 이쯤해서 중국 산업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를 봐야 한다. 그래야 대처를 하고, 준비를 할 게 아닌가. 본격적으로 중국 산업의 체질 변화를 추적해보자는 얘기다.
필자는 중국 산업계의 변화를 4통(統)+1으로 요약한다.
오늘은 우선 그 중 한 통인 '생산의 국내통합'을 얘기한다.
지난 20년, 우리 제조업은 중국 덕을 많이 봤다. 중국이 우리 수출을 받아줬고, 덕택에 우리 제조업은 고용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중국에 고마워해야 할 이유는 없다. 중국으로서도 우리의 기술이 필요했고, 우리의 제품을 가져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