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설래게 만드는 장소와 현수막...
약속된 그곳, 그시간에 가보니 마치 1년동안 잠자고 있었다는 듯,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대전 108km 울트라 마라톤 ]
2년전 병철씨의 초대로 응원만 하러 갔던 장소
1년전 지각 접수불가 사태로 비번 출전해서 62바퀴의 쓴잔을 마시며 포기해야 했던 장소
오늘 그 자리에 정식 배번으로 서 있었다.
이번 만큼은 배번과 함께 수령한 기념티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꺼내지도 않았다.
완주하고 입고 싶었다...당당하게~
완주 못해도 어쩌랴...두려움을 떨치며~
올해는 인라인시흥 유니폼 입고 부끄럽지 않게 뛴다.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을 시작하기 바로 전에,
아무리 어렵고 힘들고 두려워도,
시간이 다가오면 무조건 해야 하는 일들이 있을때...
특히 내가 포기 할수 있는 선택이 가능한 일이면...
꼭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
그 일에 관해 거의 신경쓰지 않는다.
출발 전 몸풀기 시간...
그저 일반 21km대회 같이 잠깐 땀 좀내면 끝난다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집에 가스는 잠그고 왔나?
오늘 저녁 메뉴는 뭘 먹을까?
아이들이 월요일 책가방은 싸놓았을까?
좋텐다...
그렇게 별일 없다는 듯이
출발...
운영본부석 사회자의 커다란 마이크 소리...
" 5시간만 탈수 있습니다~"
라는 말이 어렴풋이 귓전에 들리는 것 같았다.
이번 대회의 전략은 단 하나...
5시간 페이스 메이커에 절대 안 떨어지기
그러나 출발과 동시에 만난 페이스분은 4시간30분 짜리...
어쨓든 페이스 메이커 팩에 10번째 정도에 껴서 시작한 주행
영하4도와 트랙 골고루 불어주는 칼바람~
낮은 기온의 영향인지
채 15바퀴를 돌기전에 내 앞에 있던 여러 분들이 빠져 나가시고,
어느덧 3번 주자...
4번 주자는 졸지에 참가하게 된 경주가 뒤에서 응원 소리를 갤러리 분들과 주고 받는다.
평균 1바퀴 3분50초~4분10초 사이클...
매 바퀴를 돌때마다 [양인모]분들께서 고맙게도 응원을 아끼지 않아주셨다.
생각지도 않은 힘이 되었다.
(물론 막판에는 그 부스쪽이 더 힘들었어...종류별로 너무 맛있는 냄새가...ㅠㅠ)
파이팅~ 시흥~
(저 뒤에 박진현님 계시네...dit...혼자 짝발주행...*^^*)
추운 날씨는 나도 피해갈수 없었다.
15바퀴 째부터 찾아온 무릎 위 안쪽근육의 경련과 뭉침
바퀴수가 늘어날수록 양쪽 안쪽 허벅지까지 넓게 퍼지며 고통이 다가왔다.
배번고정용 핀 한개를 풀렀다.
뒤에서 경주가 묻는다.
"형님~ 뭐하세요???"
"응...아무것두 아니야~ 무릎 위에 쥐가나서 찌르고 있었어...ㅠㅠ"
"형님...아까부터 그러고 계신거예요?"
"응~ 괜챦아~ 살만해~ 남들도 다하는데~ 뭐~"
"--::..............."
경주는 19바퀴가 남았다는 페이스 메이커 분의 말을 듯고
"이제야 남은 바퀴가 십단위로 줄었네요~ 발 다까져서 한계에 왔습니다. 전 그만 타게요~"
맘의 준비도 없이 쥐어 받은 배번으로 너무나 고생했고, 미안했고...
혼자 출전하는 것이 못내 부담이었던 부분을
경주가 생각보다 너무 큰 힘을 주고 자리로 돌아갔다.
기특한 경주...고맙다.
내가 끝까지 완주할수 있었던 여러가지 큰 부분이었다.
나중에 오도리 배여사가 지원해준 <삼각김밥>
쉬고있던 경주가 다시 부츠신고 가져다 준 <양갱>
<왕왕왕> 맛있었음
너무너무 맛있게 먹는데 뒷분에게 정말 미안했슴...혼자 다 먹어 버려서~
울 서포터즈 없었으면 <나 홀로 완주> 절~때루 못했슴!!!
45바퀴 돌고 나서 양인모 부스에서 휴식중인 불끈경주...쵝오~
근데 추위와는 다른 느낌의 홍조가 있다...ㅠㅠ
시간이 흐르고
무릎 위근육의 경직상태는 10여 바퀴 잠시 효과가 있더니,
50바퀴 째부터 또 다른 느낌으로 찾아왔다.
남들도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터인데...
내 뒤에 경상도 인라이너 분은 잘 알수 없는 사투리를 섞어가며 고통을 호소하셨고,
아이러니하게도 다시 찾아온 근육경직 부위는 옷핀으로 아무리 찔러도 아프지가 않았다.
거참~ 나보고 어쩌라고...
그래도 드는 생각은 경직의 고통보다는 옷핀의 찔림을 선택이 현명한거다...
더 넓게 아픈곳을 찾아 찔러보자...
페이스 메이커 두분이 교대로 쉬고 타시고 하는 사이
드디어 남은 9바퀴...
뒤에 경상도분께서..."몇바퀴 남았데요?"
"9바퀴 남았는데요~ 보험으로 1바퀴 더 돌기로 했답니다."
"흐메~ 된거~ 흐메~ 된거~"
이젠 찔러도 안아픈 옷핀은 주머니에 넣은지 까마득...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곳곳에서 추운 날씨에 다리에 힘이 풀려 충돌,추돌사고로 매 바퀴 긴장감이 없어지질 았았다.
스텝에게서 물과 간식을 받으려다 넘어지고...
정신 안차리고 긴장 풀었다간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춥고, 배고프고, 지치고, 외롭고...
그렇다고 뭐 딱히 할일도 없는데...
오바하지 말고...
얼른 타고 집에 가자~
작년에도 수고하신 4시간 페이스 메이커 sns 데몬 조광우선생님이
우리 팩을 끌고 땡기며 조언 해주신다.
힘이 되었다.
페이스 메이커 분들도 많이 지쳐있었다.
이미 우리는 선두 팩에 1바퀴 차이난 상태였다.
선두 팩에 있던 상록팀 분들께서도 응원을 외쳐주셨다.
중간중간에 우리의 촙옵빠 병철씨도 응원해준다...
다음 바퀴에도 그 자리를 쳐다보게 된다...또 응원해주네~
어우~ 기분 좋아~
그렇게 첫 페이스 메이커팀 골인...
아나운서
"또 다른 페이스 메이커 팀은 아직 1바퀴 남았습니다. 힘내세요~ 여러분 박수주세요~"
다음 바퀴...기다리면 오는 시간...
골인..........<완주>
팩 전체가 보험용으로 한바퀴 더...
다시...골인...하는 길에 응원하던 경주에게 외쳤다...
나..."완주했다~"
경주..."올레~"
개인적으로 다시 보험용 1바퀴 더...
그리고 응원나온 인라인시흥 가족에게 세러모니...으샤으샤~
1코너에서 계속 응원 해주신 [양인모]부스에 가서 인사...
결국 한바퀴 더...
보험용 총 3바퀴
레이스를 마치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사무국에서 준비한 도시락과 막걸리, 삶은 두부로 정신없이 식사...
그 사이에 양인모 석구 분께서 가져다 주신 삼겹살 한접시는 빛의 속도로 없에 드리고...
(개인적으로 레이스 중에 냄새로써는 그닥 반갑지 않았다는 그 삼겹살)
골인 후 양인모 부스에 와서 감사의 말씀드리고,
레이스 내내 이런 생각으로 달렸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하려고 집중했다.
지금 나는 매우 행복하다.
이 행복은 내 스스로 선택한 것이고, 그것을 충분히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행복에는 그 만큼의 고통이 있어야 하는 것일 뿐이다.
고로...난 웃어야 한다.
군대서도 느끼지 못했던 희열을 오래 간만에 느꼈다.
물론 내일이면 그저 지나간 추억이 되겠지만...
사랑하는 인라인시흥 패밀리 여러분
내년에는 우리모두 함께가서 축제에 참가합시다.
열이 모여 백의 힘을 발휘하는 그날까지...
[is]인라인시흥~ 파이팅~
.
.
.
.
.
.
.
.
.
.
.
.
*보너스 사진*
샤워 전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무릎위 근육의 테러 흔적...
다행히 실제보다 좀 약하게 나왔네
누가보면 정신병자로 오해할지도 모르니까...
.
.
.
.
.
.
.
.
.
.
.
.
.
.
.
첫댓글 보기보단 독해....무서운 사람이야...흐미...다리를 옷핀으로 찌른다고...
자세히 찬찬히 뜯어보면 독한구석 보여요.... 울 언니가.. 흐미..
내가 보기에 독한 사람은 따루 있는데...엔진~
수고 많으셨어요~ 사진으로보니 고통에 흔적이... ㅡ.ㅡ;
함께 와주고 응원해줘서 고마웠어요~ 맛난것도 못 사주고...*^^*
완주하고자하는 목표가 뚜렷하기에 가능한것 같습니다. 열정에 다시한번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4시간 안을 목표로 하시면 되겠네요, 고생하셨습니다.
*^^*...............그렇지요? 감사하지요~ 땡큐~
아~ 마지막에 두부김치 보니까...또 먹구 싶다...
독해 보이긴 독해보인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108km완주 누구 에게나 쉬운 일은 아닙니다.완주 많이 많이 축하 드려요.당일 날씨가 많이 풀려 그리춥지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영하4도까지.에. 추워.. 첫 대회때 개고생한 추억이 전날밤 눈에 영하8도 ㅎㅎㅎ
1회 대회 후기들 보면...살벌합니다...저체온증~ 이번에 아침에만 추웠구요...낮에는 8도까지 올랐다네요~
도시락 점심밥이 딱딱했다는...ㅋㅋ
쥐나서 옷핀으로 쪼았다는 이야기 농담인줄 알았습니다. 항상 웃는 표정이 어찌나 여유로와 보이던지요..
반 농담으로 경주씨 등 떠밀었는데, 회장님과 계속 달리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저도 미안스러지네요. ^^
회장님 완주 축하드리고, 마지막 바퀴 더 돌면서 "인라인 한 번 타 보실래요~?" 하고 농담도 걸어주시고. 넘 멋졌습니다. 진정 울트라맨이십니다~
저희가 이번에 양인모에게 많은 응원 받았습니다...진심으로 감사한 말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울식구들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동적인 후기 양인모에 퍼갑니다. ~
이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