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리맨은 기존 미니들과 엔진을 공유한다. 변속기는 6단 수동 또는 자동이고, 구동방식은 앞바퀴 굴림 또는 4륜 구동이다. 시승차는 가장 강력한 쿠퍼S 모델에 6단 수동변속기와 4륜 구동장치를 조합했다.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은 184마력의 최고 출력을 내는데, 기존 해치백의 쿠퍼S와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즉, 팍팍 튀어나간다는 느낌보다는 힘의 여유를 갖고 부드럽게 나간다는 쪽. 아우토반을 170이 넘는 속도로 달릴 때는 힘이 부친다는 느낌도 있었다. 늘어난 차의 덩치와 무게는 물론 평상시와 달리 세 명이 탑승하고 이동한 점, 그리고 4륜 구동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겠다. 실제로, 나중에 혼자 타 본 쿠퍼S의 2륜 자동변속기 버전은 차라리 익숙한 감각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미니의 수동변속기는 역시 손맛이 제대로였다. 움직임이 짧고 정확하며, 클러치와의 관계 역시 처음 운전하는 차인데도 내 차마냥 친숙했다. 미니의 참 맛은 수동변속기에서 느낄 수 있다는 미니 브랜드 수석부사장의 말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의든 타의든 미니를 수동변속기로 즐길 수 없는 우리나라 구매자들은 참 불행하다는 생각도 해봤다.
100km/h에서의 엔진 회전수는 4단 3,200rpm, 5단 2,800rpm, 6단 2,400rpm. 0-100km/h 가속 시 쿠퍼S 컨트리맨 수동은 7.6초가 걸리는데, ALL4의 경우 0.3초가 추가된다. 물론 이렇게 빨리 변속할 자신도 없거니와, 동승자들의 눈치가 보여서 급가속은 적당 수준에서 자제해야 했다. 스포츠모드에서 가속 페달을 떼면 ‘투투투툭’하는 배기음이 흥을 돋운다. 고속에서는 안정감이나 편안함이 한층 성숙해진 인상이다. 최고속도 수치에서도 2륜은 215km/h, 4륜은 210km/h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쿠퍼S의, 그리고 컨트리맨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ALL4가 제격이다. 물론 미니에 첫 4륜구동 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데는 외딴 곳에 별장을 갖고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가끔씩 험로도 다녀야 하는 고객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개발진이 절대적으로 비중을 둔 쪽은 오히려 온로드 쪽이라고 한다. 트랙션에 의한 핸들링 강화로 보다 ‘고-카트’ 같은 운전 즐거움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였다는 것이다. 그로 인한 전천후 주행성능은 덤이다.
미니의 ALL4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BMW의 X드라이브처럼 작동한다. 다만, X드라이브는 후륜기반이고 ALL4는 전륜기반이라는 점이 다르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50:50까지 자동으로 구동력 배분이 이루어지고, 눈길 등 아주 미끄러운 곳에서는 100:0, 또는 0:100까지도 가능한 보기 드문 시스템이다.
4륜 구동 제어장치가 DSC 제어장치에 통합되어 있어서 주행 환경을 분석한 사전 판단으로 작동할 수 있고, 운전자가 감지못할 정도의 미세한 앞 바퀴 미끄러짐도 감지해 0.1초 내에 후륜으로 토크를 배분한다. ALL4 버전은 4륜 구동 장치로 인한 소음과 진동의 불리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용 섀시 설정을 적용하고 있다. 서스펜션은 공히 전륜-맥퍼슨 스트럿, 후륜-멀티암의 구성이다.
시승 중에는 짧지만 비포장 구건도 마련되어 있었다. 90도로 꺾인 모래 길을 감속 없이 돌아 나가봤는데, 예상과 달리 뒷부분이 바깥으로 밀려 나갔고, 곧 안전장치가 개입해 자세를 바로 잡았다. 잠깐이었지만 아찔하기는커녕 카트를 탈 때 뒤를 날리던 느낌 그대로여서 상당히 재미있었다.
컨트리맨은 높아진 차고와 덩치에도 불구하고 운전 재미가 여전하다. 록투록이 2.4턴에 불과한 스티어링은 -험한 길을 달리기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직진 부근에서 민감하고 코너도 빠르게 파고든다. 물론 해치백과 동일한 거동이라면 거짓말이다. 분명 쏠림은 더하고 스티어링도 살짝 무뎌진 감이 있다. 하지만 그 즐거운 감각은 그대로다. 해치백 대비 한결 좋아진 승차감을 고려하면 이것은 마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SAV의 창시자인 BMW이기에 가능한 마술이다. 이런 패키지를 가진 차에서 이 정도의 운전 재미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은 역시 미니 뿐일 것이다.
알로이 휠은 최대 19인치까지 옵션으로 준비되는데, 쿠퍼S의 기본 휠은 17인치이다. 해치백의 것과 휠 사이즈는 같지만 타이어 사이즈(205/55R17, 피렐리 신투라토P7 런플랫)에 여유가 있고, 덕분에 더 단단하게 조여진 쿠퍼S 사양의 스포츠 서스펜션에서도 전반적인 승차감에는 한결 유연함이 베어있다. 기존 쿠퍼S 사양의 부담스러운 승차감이나 소음 등으로 인해 “쿠퍼면 충분해”라고 자위하던 일도 이제 잦아들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상대적인 비교이다. 가령 컨트리맨의 보닛 안쪽에는 -드디어!- 흡음패드가 붙었지만 공회전시 외부 소음은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 해치백보다도 여전히 시끄럽다. 그리고 한참 후에 (즉, 최근에) 국내에서 타본 18인치 휠 사양의 ALL4는 승차감이나 주행소음이 기존 미니보다 '한결 나아졌다'라고 표현하기가 애매했다.
컨트리맨의 수동변속기 모델은 정차 중 연료를 절약해주는 오토 스타트 스톱 기능이 기본이다. 변속기를 중립에 넣고 클러치를 떼면 시동이 꺼지고, 클러치를 밟으면 다시 켜진다. 물론 이 기능은 버튼으로 해제할 수 있다. 계기판에는 연료를 아끼기에 적절한 기어 단수가 표시된다. 브레이크 에너지 회생장치 등과 함께 미니의 효율 극대화 기술인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일부다. 함부르크 시내와 아우토반, 한적한 시골도로, 들쭉날쭉한 비포장길을 가리지 않고 신나게 달린 결과, 시승차의 평균연비는 10.5km/L를 기록했다.
글 / 민병권 (RPM9.COM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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