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까지 소설을 읽고 그 감상문을 써 본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소설에 대한 감상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하고 고민을 해 보지만 방향이 잘 잡히지 않는다. 오늘은 내가 매우 좋아하는 소설인 레마르크의 ‘개선문’을 다시 읽어가면서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나오면 재독 삼독을 하고 또 인터넷에서 내용설명등을 참조하면서 독후감이랄까 감상문을 한번 써 볼려고 한다.
1.배경 :
개선문은 그 처음이 이렇게 시작된다. ‘한 여인이 라비크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빠른 걸음걸이는 묘하게 뒤뚱거렸다. 바싹 곁에 왔을 때에야 그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불거진 광대뼈, 넓은 이마의 창백한 얼굴은 딱딱한 가면이라도 쓴 듯했다. 가로등 불빛을 받아 여인의 눈은 유리알 같은 허탈의 그림자를 띠고 있었다.’ 서두부터 뭔가는 허무주의적이면서 음울한 분위기며 배경은 나치스시대의 파리다.
2.인물 :
‘개선문’ 하면 독일 종합병원의 외과의로 일하다 게슈타포에 쫓긴 친구를 숨겨주었다가 체포되고 그때 그의 동거녀인 시빌이 잔인한 고문 끝에 자살하게되는 40대 초반의 남자 라비크 그리고 어느날 개선문옆 센강의 알마교에서 술에 취한것같은 여자가 비틀거리며 걷는것을 보다가 혹시 자살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고 물어보다 만나게 되는 여자 조앙마두 그리고 이 남녀주인공이 만나면 자주 마시게 되는 유명한 노르망디 애플브랜디 칼바도스가 떠 오른다. 그리고 여기서 빠뜨릴수 없는 인물이 위에서 말한 독일에서의 동거녀인 시빌이다. 시빌의 죽음으로 인해 라비크의 복수가 시작된다.
3.내용 :
라비크는 독일에서 탈출하여 파리로 밀입국한 불법체류자 신세이므로 파리에서 낮에는 무자격의사나 자격은 있지만 수술실력이 없는 의사를 대리하여 수술을 하는데 마취된 환자가 잠들어 있는 사이에 수술을 해주고 깨어나기전에 사라져버리는 유령의사이며 뒷골목에서 창녀들을 검진해 주기도 하며 살아가는데 밤에는 선술집에서 그냥 저냥 시간을 보내면서 암암리에 자기를 고문하고 동거녀인 시빌이 자살하게 만든 게슈타포 하케를 찾아 복수하는 것이 삶의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단역배우이며 가수인 조앙마두는 동거남과 호텔에 있다가 남자가 갑자기 죽자 당황하여 어찌할바를 몰라 다리위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는데 라비크가 그 어려운 상황을 잘 처리해주고 그녀에게 술집에서 가수로 일하도록 직장까지 알선해준다. 그런데 암울한 이 시기에 단순하고 순수한 조앙마두와 방황하며 마음을 잡지못하는 라비크가 운명적으로 서로 연결되면서 사랑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그 유명한 애플브랜디 칼바도스가 두사람을 이어주는 술이며 밀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된다. 그래서 나는 이 개선문의 주인공은 라비크와 조앙마두 그리고 사람은 아니지만 애플브랜디 칼바도스라는 생각이 항시 내 머리에 들어있어 ‘개선문’ 하면 칼바도스라는 술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라비크가 어느날 남을 도와준것 때문에 국외로 추방되는데 두달뒤에 다시 파리로 돌아와서 드디어 자신의 원수인 하케를 발견하여 추적끝에 볼로뉴숲에서 살해하여 원수를 갚는다. 그의 창백한 얼굴에는 다시 핏기가 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빌과 함께 했던 생활, 그 포근한 젖무덤, 2년간의 인생을 6개월의 황혼처럼 가득 채워주었던 그 시절을 다시 생각하게 되며 하아케의 죽음은 시빌의 얼굴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거두어가며 얼어붙어있던 라비크의 마음 깊은곳에서 무엇인가가 녹아 부드럽고 따뜻한 보통의 인간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라비크와 조앙마두는 서로 사랑하지만 라비크는 밀입국자라는 신분과 과거에 받은 상처 때문에 조앙마두의 순수한 사랑을 받아드리기가 어려우며 피하기까지 하는데 국외로 추방되어 없는 사이에 고독을 견디지 못해 젊은 배우와 동거하던 조앙마두는 그 남자의 라비크에 대한 질투 때문에 다투다가 잘못 쏜 총에 맞는다. 라비크가 달려가 그녀를 수술하게 되지만 끝내 목숨을 잃게 되는데 죽기전 나누는 그 유명한 명대사가 여기서 나온다. ‘ 당신은 나의 생명이었어. 조앙, 당신은 나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었어. 나는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어. 그런 나를 당신이 다시 살아나게 해 줬던거야. 조앙, 사랑이란 말로 표현할수 없는거야. 말로는 부족해. 말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 말은 한 방울의 물, 하나의 잎새에 불과해. 내 사랑은 훨씬 더 깊은것이었어.’ 라고 라비크는 독일어로 조앙은 이태리말로 의사소통을 하나 결국 영원한 이별을 고한다. 나는 이 장면을 읽으면서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마지막 장면 로버트 조던이 마리아를 위험한 곳에서 빨리 빠져나가도록 설득하는 말 ‘ 이봐 토끼. 당신은 가야해. 그렇지만 나 당신곁을 떠나는게 아니야. 둘중 하나가 있는 한 둘다 이곳에 있는거야. 알았어 ?’ 하는 고등학교때 감동적으로 읽었던 장면이 연상된다. 더구나 이 두 여주인공 조앙마두와 마리아가 영화에서는 모두 세기의 미녀 잉그릿드 버그만이 아닌가 !
결국 조앙마두는 죽고 프랑스에는 선전포고가 발표되고 라비크는 망명자라는 이유로 프랑스경찰에 의해 트럭에 실려 강제수용소로 끌려가는 허무하고 세기말적인 불행한 사랑의 결말이다.
* 이 작품은 독일서 태어난 작가 레마르크의 경험에서 우러난 작품이라고도 할수 있다. 그는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반전사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나치스로부터 미움을 받아 광장에서 그의 책을 불태워버리기까지 했다. 그리하여 더 이상 견딜수 없어 미국으로 망명하여 거기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 나는 여기 등장하는 칼바도스라는 술이 어떤 술인가싶어 외국출장을 갈때 공항면세점에서 일부러 찾아보니 병에 빨간 사과가 하나 들어있던 기억이 난다. 칼바도스란 술은 고급술은 아니지만 ‘개선문’에서는 라비크와 조앙마두의 허무와 불안을 달래주던 매력적인 술이다. 앞으로도 나는 이 ’개선문‘을 몇 번이나 더 읽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읽고 독후감을 쓰면서 인터넷의 내용을 많이 참조했다는 것과 이 소설의 내용을 이제사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을 밝혀둔다
첫댓글 개선문에 대항 독후감 잘 읽었습니다.
개선문은 고등학교때 읽어보아서 그 자세한 내용이 떠 오르지 않습니다.
어렴풋이나마 책 내용의 윤곽을 떠오르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독후감을 쓰는데는 많은 애를 먹엇습니다. 졸저 '코드 55'에 두편의 독후감이
실렸습니다만 저도 독후감을 써 본적도 없고 배운적도 없습니다. 그냥 내 생각대로 썼습니다.
허나 제 생각은 독후감은 내용의 줄거리 보다는 느낌이 더 많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책이 주는 메시지를 어떻게 용해해서 자기 느낌을 독자에게 전해주느냐 하는 점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남의 글을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객관화 시키는 작업은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독후감은 하나의 새로운 창작물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입니다.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심오하여 2차방정식이나 3차방정식으로 풀지 않으면 작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하물며 작가의 의도를 제 3자에게 전해주는 짧은 독후감에 작가의 사상과 철학을 꺼집어 낸다는 것은
넓은 바다에서 돌 하나를 건져내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고 봅니다. 좋은 책 많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야님의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소뤈성취하시기 바랍니다.
선배님, 충고 고맙습니다. 새해에 더욱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