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 한옥마을에서]
ㅡ찻잔에 고인 정ㅡ
지루하게 이어진 장마가 잠시 숨을 고르는 날이다. 산업대 (카도 9기) 동기인 중식, 명숙과 함께 만나는 날이다. 퇴계로 오발탄에서 정겨운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남산골 한옥마을을 향해 함께 걷는다. 도심의 빌딩 숲에 한옥마을은 멋을 더한다. 고층 건물 사이에서 들리는 소음은 어느새 조용해지고 고즈넉한 한옥의 품이 우리를 포근하게 맞이한다.
빗방울이 잠시 멈춘 한옥마을의 공기는 맑고 아늑하다. 남산 계곡 줄기에서 스치는 바람결은 상큼하다. 더위와 장마가 번갈아 몸을 단련시키는 절기 소서小暑이기도 하다. 마당을 지나 전통찻집 ‘달강’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옛 향기를 가득 머금은 기둥 위의 주련(柱聯)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독특한 글귀들을 가만히 음미해본다. 시공간을 건너뛴 옛 선비들의 멋과 풍류가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차를 마시는 중 ‘달강’의 김미금 대표가 넉넉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준다. 대표가 건넨 수박 주스 한 잔에는 삶의 여유로움과 따뜻한 정이 듬뿍 배어 있다. 대표의 넉넉한 마음에 감동이다. 찻잔 앞에 마주 앉은 친구들과의 담소는 시어 한구절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고택의 지붕 위에도 평온함이 감돈다.
우리 전통의 멋을 체험하러 온 외국인들 모습이 제법 눈에 띈다. 주말엔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한옥마을에서 느끼는 감정은 우리와 같을 것이다. 우리 정서가 세계인의 마음과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풍경을 눈으로 체험한다.
살짝 비껴간 장마 덕에 만난 뜻밖의 선물 같은 시간이다. 좋은 친구들과 향기로운 차 한 잔이 값진 하루이다. 넉넉한 정이 솟는 한옥에서 색다른 추억을 간직한다. 마음에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은은한 묵향(墨香)으로 남는다.
장맛비 잠시 멈춘
넉넉한 남산 고을
기둥에 걸린 주련
옛 향기 머금었네
포근한 한옥의 품에
지친 마음 쉬어가
카도로 만난 인연
다정히 마주 앉아
달강의 고운 찻잔
넉넉한 정 채우니
미금의 여유로운 멋
가슴 깊이 번져와
벽안碧眼의 낯선 손님
우리 멋 체험하고
정겨운 나무 향취
가슴에 담아가네
남산골 맑은 향기는
묵향으로 남으리
2026.07.07.
첫댓글 남산골 한옥마을에는 한국의 정취가 살아있습니다.
정병경 선생님, 좋은 사진과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