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訪宋仙隱綺朋 別莊 선은 송기붕의 별장을 방문하여
仙隱翁 在富川郡 邑內 基後里, 年前視務于培材. 今老衰暮落鄕 居此.
선은(仙隱) 어른은 부천군 읍내 기후리에 사는데, 몇 해 전 배재(培材) 학교에 시무 (視務)했다. 지금은 노쇠하여 늘그막에 고향으로 내려와서 여기에 거주하고 있다.
(1)
無己無名是至仁
자기도 없고 이름도 없으면 지극한 인이니
林泉養德潤其身
산천에서 덕을 길러 자신에게 윤기가 났소.
甘苽一片能痊疴
약초의 한 쪽으로도 병환을 회복시켜 주고 1)
香栗千株可拔貧
천 그루 밤나무 향기 가난을 건질 수 있네.
鶴去山空雲影邃
학이 떠나버린 빈산엔 구름 그림자만 깊고
蟬鳴雨歇蒼氣新
매미소리에 비가 멎어 푸른 기색 새롭도다.
切切忘形移石坐
절실히 자신을 잊어버리고 돌 좌석 옮기니
松濤終日拂塵巾
솔숲의 물결소리 종일 탕건의 티끌 터누나.
(2)
蒼松爲友柳爲居
푸른 솔 친구삼고 수양버들에 집을 삼아서
何日歸田賦遂初
어느 날에 농촌으로 돌아가 시를 읊을까나?
凉蟋從秋吟艸際
시원한 귀뚜라미 가을 따라 풀숲에서 읊고
流蛬撓夜入林踈
뜨내기 벌레들 밤을 떠들다가 숲으로 드네.
悟生養志能辭酒
깨달은 인생 고상한 뜻으로 술은 사양하고
樂道忘衰不厭書
진리가 기뻐서 늙음도 잊고 책을 즐긴다네.
溪上有樓人以市
냇가에 누각 있어 사람들 저자처럼 모이고
磷磷石齒保苔除
오똑오똑한 돌계단에는 이끼가 덮여있구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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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고(甘苽), 전아(痊疴): 감고(甘苽)는 약초, 전아(痊疴)는 병에서 회복하다는 뜻.
2) 인린석치(磷磷石齒): 인린은 삐죽삐죽한 돌 모양, 석치는 돌니, 이빨처럼 돌출된 돌, 제(除)는 운을 맞춘 섬돌의 다른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