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한문학 「거제도 농어 회포(巨濟鱸懷抱)」 고향의 별미 농어>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농어(鱸魚)는 농어목 농어과(Family Moronidae)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의 연안, 동중국해, 대만에 걸쳐 분포한다. 농어는 예로부터 물고기 중에 ‘고향을 그리는 상징성’을 담고 있는 유일한 놈이다. 농어는 거제도에선 '농에'라고 하고 부산에서는 '까지매기' 전라도에서는 '깔다구' '껄덕이' 라 부른다. 혹은 농어 치어를 '깔다구'라고 하고 어린 새끼를 '까지매기' 라고 하는 곳도 있다. 조선 정조 때 서유구가 쓴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는 '깍정'이라 했고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걸덕어(乞德魚)' 라고 불렀다.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는 농어의 한자식 이름인 노어(鱸魚)를 노응어라고 하였는데 농어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 이번 지면에는 거제시 고전학자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의 2015년 작품인 칠언율시(七言律詩) 「거제도 농어(鱸魚)의 회포(巨濟鱸懷抱)」를 소개하겠다. 지난 40여년 동안의 타향살이 어려움에, 고향 거제도의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다가 해물탕과 농어회가 떠올라 외론 돛에 바람 빌려 달려오고 싶기도 했었다고 술회한다. 게다가 농어회의 쫄깃한 식감과 달콤한 향미(香味)가 입안에서 상큼함을 가득 채운다고 노래했다.
○ 고사성어 순로지사(蓴鱸之思)는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다' 즉, 망향(望鄕)이란 뜻이다. 순채(蓴菜)로 끓인 국과 농어(鱸魚)로 만든 회(膾)를 가리킨다. 중국 진(晉)나라 때 사람 장한(張翰)에게서 나온 이야기인데, 장한(張翰)은 가을바람에서 고향 오중(吳中)의 순채국(蓴羹)과 농어회(鱸魚膾)를 떠올렸다. 그러자 곧장 벼슬을 버리고 귀향(歸鄕)했다 한다. 그래서 ‘순갱노회(蓴羹鱸膾)’라고도 하는데 고향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정(情)을 이르는 말이다. 오중(吳中)은 지금의 상해(上海) 부근이다. 예로부터 송강(松江) 농어(鱸魚)가 유명했는데 송강도 상해의 다른 이름이다. 농어를 가로로 칼집을 내고 굵은 소금을 뿌려 구워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 '노어(鱸魚)'를 '농어'로 읽게 된 일은 중세 국어의 'ㆁ'(옛이응) 때문이다. 옛이응은 이응에 꼭지가 달린 글자. 옛이응은 초성(初聲) 즉, 첫머리 자음일 때 앞에 다른 소리가 있으면 앞소리에 가서 붙어버린다.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創製)할 무렵 우리 조상님들은 魚를 '응어'라고 읽었을 게다. 그래서 鮒魚(부어)는 붕어, 鯉魚(이어)는 잉어, 沙魚(사어)는 상어, 秀魚(수어)는 숭어가 되었다.
농어(鱸魚)는 민물을 좋아해서 민물과 바다물이 합치는 기수(汽水)에서 잘 낚인다. 양력 5월21일경 소만(小滿) 절기가 지나면서 봄철 물고기 석수어(石首魚) 즉, 조기의 살이 내리고 맛이 떨어진다. 이제부터 동지까지가 여름 고기 농어(鱸魚)가 호령하는 시절이다. 이 밖에 전복(全鰒) 성게(海蝟) 새우(鰕) 장어(長魚) 소라(螺) 민어(民魚)도 여름철에 맛있는 해물들이다. 해위(海蝟)는 바다 고슴도치 즉, 성게를 가리킨다. 장어(長魚)와 민어(民魚)는 우리 한자말인데, 한자말로 각각 鰻(만)과 鱠(회)라고 쓴다.
한방에서는 농어를 오장(五臟)을 튼튼하게 하는 음식으로 꼽고 있다.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오장을 보(補)하고 위를 고르게 하며 힘 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데 회를 쳐서 먹으면 더 좋은데 많이 먹어야 좋다고 적었다. 식료본초(食療本草)에는 ‘임신 중 특히 초산부에게 농어를 먹이면 좋고 임신 中 하혈이나 복통 같은 것이 있을 때는 시원하게 국을 끓여 먹으면 지혈과 안정이 된다‘고 소개했다. 농어는 흰살 생선이지만 지방이 많고 비타민 A,B가 풍부하며 각종 필수 아미노산도 많이 들어있다. 어린 고기보다는 성장할수록 더 맛이 있어진다.
● 다음 ‘寒’ 운목(韻目)의 칠언율시 「거제 농어 회포(巨濟鱸懷抱)」는 거제시 고전학자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의 2015년 평기식 한시다. 2015년 고향 거제도에서 각 문중에 보관 중이던 고문서를 찾아서 헤매고 다니던 중에 날이 저물어, 낡은 고향 시골집(村舍)에서 하룻밤을 자고 새벽에 일어나 옥녀봉(554m)을 바라보니 감회가 생겨나 이 글을 지었다.
내용은 이러하다. 차가운 기운이 생겨나는 늦가을에, 고향 시골집에서 자고 일어나서 앞산의 옥녀봉을 바라보니 지난 일들이 떠오른다. 지난 30여 년 동안 객지 생활 어려움에 시달려왔지만 늘 고향 산천을 잊지는 않았다. 그동안 출향인으로 살면서 중국 진(晉)나라 장한(張翰)이 그러했듯이, 거제도의 순채국(해물탕)과 농어회(鱸魚膾)가 떠올라, 외론 돛에 바람 빌려 달려오고 싶기도 했었다고 적고 있다.
*「거제 농어 회포(巨濟鱸懷抱)」* / 고영화(高永和 1963~)
岐城海上生微寒 거제도 해상에 약간 차가운 기운이 생기어
我興北望玉林山 내 일어나 북쪽의 옥림산(옥녀봉)을 바라본다.
四十營役嬰世難 사십년 동안 세상살이 어려움에 골몰했지만
戀戀不忘懷舊山 그리운 고향 산천, 내 마음속 잊지 않았다.
昨夢蓴鱸政無頉 어젯밤 꿈속에서 순채 농어는 아무 일 없다 하니
半世後悔當門蘭 반평생을 문전의 난초(門蘭)된 것이 후회스럽네.
將鱸殊味一盃醉 별미 농어회에다 한잔 술로 취하고 싶은데
孤帆風借幾時還 외론 돛에 바람 빌려 어느 때나 돌아갈꼬.
[주1] 순로(蓴鱸) : 순갱노회(蓴羹鱸膾)라고도 하는데 고향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정(情)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진(秦)나라의 장한(張翰)이 자기 고향의 명물인 순채국(蓴羹)과 농어회(鱸魚膾)를 먹으려고 관직을 사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주2] 문란(門蘭) : 난초(蘭)는 오랜 옛날부터 향기로써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오면서 난초는 교양과 덕성을 갖춘 군자의 상징이 되었다. 군자는 때를 잘 만나든지 못 만나든지 남이 알아주든지 몰라주든지에 상관없이 언제나 제 뜻을 굽히지 않고 올곧게 살아간다. 그러나 삼국지 유비는 “향기로운 난초라도 문 앞에서 자란다면 캐내지 않을 수 없다(芳蘭生門 不得不鉏)”며 제거했다. 문 앞의 난초(門蘭)가 아무리 향기가 좋아도 깊은 골에 있지 않고 문 앞에 있어 거스르게 되면 뽑혀 나간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고향을 떠난 출향인을 이른다.
◉ 농어는 몸길이 최대 1m로 몸은 약간 길고 납작하며 등은 푸른빛이 도는 회색, 배는 은백색이다. 개체에 따라 몸의 측면과 등지느러미에 작은 검은 점이 흩어져 있다. 계절에 따라 생활 장소를 이동하는데, 깊은 곳에서 겨울을 보낸 성어는 6월경 연안의 암초, 갯바위 등으로 이동한다. 여름에는 새우류 등 대형갑각류나 어류를 먹고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연안을 따라 점차 근해의 깊은 곳으로 이동한다. 11-1월에는 외해에 면한 암초지역에서 산란하는데, 약 20만 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수온 약 14℃에서 4-5일 만에 부화하고, 치어는 얼마 동안 부유생활을 한 뒤, 바다밑 생활로 들어간다. 5월에는 길이 2㎝ 이상으로 자라고 8월경까지 연안이나 내만의 해초가 있는 곳에서 살며, 늦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몸길이 10㎝ 이상으로 자라 해초지역 바깥쪽으로 이동하고 소형갑각류와 어류를 먹는다. 수온이 내려가면 내만에 남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연안을 따라 깊은 곳으로 이동하여 그 곳에서 월동한다. 1월에는 몸길이 약 20㎝가 되며 봄부터 여름에 다시 해안으로 접근하여 멸치·전갱이·은어 등의 소형어류를 잡아먹는다. 겨울과 여름을 중심으로 꽤 규칙적인 계절이동을 한다. 만 1세가 되면 표준 몸길이 약 21㎝, 2세에 34㎝, 3세에 45㎝, 5세에 63㎝가 된다. 산란할 수 있는 연령은 암컷 만 3세, 수컷 2세이다. 농어는 특히 여름에 맛이 있고, 살이 흰색으로 횟감으로 많이 쓰인다. 농어는 주로 저연승어법(deep longline fishery 주낙 가운데 낚시를 바닥 가까이까지 내려 저층에 서식하는 어류를 어획하는 어업)의 일종인 주낙으로 잡는다.
◉ [참고] 본래 물고기를 뜻하는 우리말에는 ‘-티’가 있었는데 이것은 아마 ‘어(魚)’를 나타내는 우리 고유어의 어근일 가능성이 높다. 그 ‘-티’가 뒤에 ‘준치(鰣魚)’, ‘갈치(刀魚)’, ‘넙치(比目魚 廣魚)’, ‘꽁치(秋刀魚)’, ‘가물치(黑魚)’, ‘한치’, ‘쥐치(鼠魚)’ 등에서 보이는 바처럼 ‘티’가 구개음화하여 ‘치’로 바뀌었다. 이 고유어 ‘-치’에 대칭되는 것으로 한자어인 ‘숭어(秀魚)’, ‘잉어(鯉魚)’, ‘붕어(鮒魚)’, ‘청어(靑魚)’, ‘석어(石魚, 石首魚)’ 등이 있다. 이처럼 어류의 이름을 고유어와 한자어로 구분하여 명명하게 된 데에는 당시에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치’ 계열은 대개 몸에 비늘이 없는 반면에 ‘어(魚)’ 계열은 비늘이 있는 것이 그것이다. 당시 선비들의 의식에 따라 한자어로 나타내는 ‘어’ 계열은 ‘치’ 계열보다 고급 어종으로 생각하여 명명하였던 것이 분명한데 그것은 비늘이 있는 ‘어’ 계열의 어종은 제사상에 올렸던 반면에 비늘이 없는 ‘치’ 계열의 어종은 아무리 맛이 뛰어나도 제사상에 올리지 않은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뒤 한자어가 일반인들에게 보편화되면서 비늘이 없는 ‘치’도 차츰 ‘어’의 명칭이 붙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치’이든 ‘어’이든 물고기의 이름은 대개 그 생김새와 맛을 따라 이름이 붙여진 것들이 많다. 가령 ‘숭어(秀魚)’는 맛이 빼어나게 좋아서 붙여진 것이고 ‘청어(靑魚)’는 등 쪽이 암청색을 띠었기 때문이며, ‘조기’는 머리 부분에 돌처럼 딱딱한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에 ‘석어(石魚)’라고 표기했고, 작지만 노란 색깔을 띠고 있으면서 조기처럼 돌이 머리에 들어 있어 이 고기를 황석어(黃石魚)라 했는데 그것이 변하여 대개 ‘황새기’라고 부르고 있다.
‘치’ 계열도 마찬가지로 빛이 검게 생긴 고기라 하여 ‘가물치’(黑魚 옛날에는 검을현을 가물현이라 했다), 칼(刀)처럼 생겼다 하여 ‘갈(칼)치’, 입술부분에 구멍이 있다 하여 ‘공(孔)치’, 몸이 뱀처럼 길다 하여 ‘뱀장어’, <우해이어보>에는 쥐치를 가리켜 서어(鼠魚)라고 하였으며 '낚시 미끼를 잘 물지만 입이 작아서 삼키지 못하고 옆에서 갉아먹는 것이 쥐와 같다'고 하였으며 또는 쥐 소리를 내는 물고기라 하여 ‘쥐치’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뱀장어는 남성의 정력을 돋우는 어류라 하여 한자로는 ‘만어(鰻魚)’ 또는 ‘만리어(鰻里魚)’라 표기하였는데 여기서 ‘뱀장어 만(鰻)’자를 파자(破字) 즉 한자의 자획을 풀어서 나누어보면, 고기 어(魚) 옆에 날 일(日)자와 넉 사(四)와 또 우(又)가 합해져 있다. 이것을 풀이해 볼 때 하루에 네 번 관계를 해도 또 하고 싶을 정도로 정력이 넘치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요즘 한창 많이 생산되는 과메기는 관목어(貫目魚) 또는 관어(貫魚)인데 옛날에는 새끼줄로 물고기 눈을 꿰뚫어, 꼬아 연결해서 달아매어 말린 물고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