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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 및 러시아와 양면전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와는 군사 외교안보적인 경쟁을 중국과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물론 중국도 미국과 외교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적어도 외교안보적인 측면에서는 러시아가 미국에게 더 큰 위협이 아닌가 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공존을 통한 번영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러시아는 미국과는 같이 공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중국보다 러시아의 대외정책이 훨씬 공세적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의 미국에 대한 외교안보적 도전은 현재까지의 상황을 볼 때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거의 끝물 상황이고 미국 주도의 유럽이 흔들리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는 이미 돌아섰다. 나중에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으나 필자는 미국과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대결지역은 우크라이나도 아니고 아프리카가 아닌가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백년동안 지속되어 오던 제국주의 질서를 거부한 것이다. 이런 현상을 가능하게 한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인 것이다. 그동안 미국과 서방에 지배를 받던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존의 제국주의적 질서를 거부하면서 국제정치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프리카의 변화를 추동한 국가가 러시아라고 하겠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성과적인 점에서 보자면 중국의 체제가 미국의 체제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이 경제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의 정치체제와 리더십이 아닌가 한다. 중국을 국제경제무대에 불러낸 것은 미국이다. 미국이 중국을 깨운 것은 전략적 실수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당시 미국의 자본가들은 이것 저것 가릴처지가 아니었다. 나중에 중국이 미국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이익을 위해 장기적인 중국의 위협에 대해서는 고려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미중 정상화를 추진한 키신저의 언급에도 잘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이 중심이 되어 경제를 견인했다. 매우 중앙집권적인 구상과 계획을 수립했다. 중국의 민간부분 경제는 공산당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미국과 서방이 중국을 지적 소유권 도적질을 했다고 비난하고 있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도 미국의 기술을 훔쳤고, 한국도 일본의 기술을 훔쳤다. 중국이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기술을 훔쳤다. 그리고 경제개발에 성공했다. 기술을 교묘하게 훔치도록 계획하고 시행한 중국공산당은 중국인들에게는 더 할나위없는 애국적 정치조직일 것이다. 같은 짓도 입장에 따라 범죄가 되기도 하고 애국적 행동으로 평가받기도 하는 법이다.
미국과 중국의 근본적인 차이는 경제위기에 직면했을 때가 아닌가 한다. 중국은 당장 눈앞의 상황보다는 장기적인 경제적 건전성을 추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중국 부동산 기업의 부도사태로 중국경제가 곧 거덜날 것 같다고 보도하는 언론들이 많았다. 아마도 미국이나 서방이었다면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단기적 대증요법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헝다 그룹을 파산시키고 헝다 그룹 관계자들은 구속시켜 버리는 과감한 대책을 시행했다.
만일 미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했을까? 미국은 2008년 경제위기때 당연히 망해야 할 월스트리트 금융회사들을 위한 구제금융을 시작했다. 당시에 미국이 정상적으로 처리했다면 현재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차이는 경제위기에 직면했을때 이를 처리하는 능력에 있다고 하겠다.
중국은 장기적 관점에서 가장 바람직한 조치를 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언발에 오줌누기 같은 단기적 대증요법에 연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정치체제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정치가 경제를 장악하고 통제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경제가 정치를 통제하고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경제가 정치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가 자신의 주인인 경제를 거스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미국에서 정상적이고 바람직한 개혁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은 경제가 완전하게 붕괴되었을 때나 가능하다. 1929년 대공황이후 루즈벨트의 개혁이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루즈벨트가 아무리 개혁을 했어도 제2차세계대전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어려웠을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이후 미국은 정치가 경제에 대한 주도권을 서서히 상실해가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가장 결정적으로 자본의 이익과 미국 전체의 이익사이에서 균형을 상실하게 된 것이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아니었나 한다. 부시에 이어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자본이 완전하게 정치를 압도했다. 미국은 세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때 가장 큰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자본은 혼란을 선택했다. 리비아가 붕괴되고 색깔혁명으로 전세계를 혼란에 몰아 넣었다. 그리고 나토를 동진시켰다. 이런 대외정책은 미국의 군산복합체 및 일부 자본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나, 미국이 안정적으로 패권을 유지하는데는 부정적으로 작동했다. 즉 미국의 정치체제는 자해를 계속한 것이다.
미국은 지금 경제위기 상황에 서서히 진입하는 것 같다. 미국채 금리는 이미 연준의 통제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탈피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거의 없다. 이모든 것의 원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었다면 그래도 뭔가 출구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모든 정책적 대안들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정상적인 전략가라면 그 누구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서 절대로 하면 안되는 전쟁을 시작하고 말았다.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는 잘 알 수없다. 추정컨데 미국 금융자본의 요구 때문이 아닌가 할 뿐이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지위를 넘보는 수준에 와있고 미국은 중국의 도전을 따돌리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이런 상황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결국 중국 정치체제의 경쟁력에서 찾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이말은 현재 서방의 정당체제로는 중국의 정치체제를 따라갈 수 없다는 말이다. 한국의 정당체제가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정치가 지금과 같다면 정당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현재 한국정치의 한계는 대중정당이 가지는 한계이기도 하다. 극렬한 파시스트 선동자 몇명이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중국에서 정치적 모험주의는 설자리가 없다. 바로 그것이 중국의 힘이 아닌가 한다.
만일 중국의 힘이 공산당과 같은 안정적인 엘리뜨의 힘에서 비롯된다면 서방은 절대로 중국을 따돌릴 수 없고 이길 수도 없을 것이다. 이미 체제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남한과 북한의 관계도 미국과 중국의 관계와 비슷하게 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남한은 북한의 핵개발을 비난하지만, 가치중립적인 입장에서 보았을때, 북한이 미국과 중국의 압력을 물리치고 수백만명이 굶어죽는 것을 감수하고 핵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성과다. 인도주의적 비난과 정치적 성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바라 보아야 한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면 북한은 안보적으로 성공한 것이다. 상대방을 무조건 비난해서는 지피지기를 할 수 없다. 지피지기를 하지 않으면 백번싸워도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