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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현 칼럼] 전기료 공포에 떠는 IT기업, 국가 전력전략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 인건비보다 무서운 전기요금 폭탄 -
- AI 시대, 전력정책은 국가 전략이다 -
대한민국 산업 현장에 또 하나의 ‘공포’가 번지고 있다. 인건비가 아니다. 원자재 가격도 아니다. 바로 전기요금이다.
전기요금이 기업을 위협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더 이상 인건비나 원자재 가격만이 기업 경영의 부담이 아니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제 “전기요금이 인건비를 추월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과장이 아니라 현실이다. 특히 IT기업과 제조업계, 그리고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한 AI 산업은 전력 없이는 단 하루도 가동될 수 없다. 전기가 곧 경쟁력이고, 전력이 곧 생존 조건이 된 시대다.
문제는 속도다. 향후 수년 내 데이터센터만 150개 이상이 신규로 들어설 전망이다. AI, 클라우드, 반도체, 스마트팩토리 등 차세대 먹거리 산업은 모두 대규모 전력 소비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해야 할 정부의 전력 공급 계획과 전기요금 정책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 질주하는데, 전력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혈관인 전력을 죄어 놓고 산업 경쟁력을 키우라는 말은 모순이다.
기업들은 이미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원가 상승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경영 환경은 한계선에 다다르고 있다.
특히 대기업보다 더 큰 타격을 받는 곳은 뿌리기업과 중소 제조업체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방산 등 국가 주력 산업을 떠받치는 뿌리기업은 에너지 비용을 전가할 여력도, 대체 수단도 없다. 전기요금이 오르면 곧바로 손익 구조가 무너진다. 결국 선택지는 축소, 해외 이전, 혹은 폐업뿐이다.
현장에서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는 날이 월급날보다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기요금이 기업의 존폐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단순한 요금 조정이나 한전의 재정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이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산업 구조와 직결된 문제다.
AI와 데이터센터 산업은 단순한 신산업이 아니다. 국가 경쟁력이며, 미래 안보 산업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유럽은 이미 전력 공급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대규모 전력망 투자, 전략 산업에 대한 요금 차등, 안정적 전력 공급은 글로벌 표준이 됐다. 반면 우리는 송전망 갈등, 지역 반발, 단기 재정 논리에 묶여 전력 정책을 정치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그 사이 산업은 전력 부족과 요금 부담이라는 이중 압박에 놓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결단이다. 뿌리기업과 전략 산업을 대상으로 한 특단의 전기요금 감면 정책, AI·데이터센터 전용 전력 공급 특례, 지역 분산형 전원 확대와 국가 책임의 송전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전력 정책은 더 이상 미뤄둘 사안이 아니다. 단기 인기나 정치적 계산이 아니라, 10년·20년을 내다보는 국가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업을 살리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유지되고, 일자리가 있어야 지역 경제가 버티며, 그것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전기는 비용이 아니라 성장의 연료다. 뿌리기업을 살려야 경제가 산다. AI와 IT 산업을 키우려면 전기를 풀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는 이제 답해야 한다. 기업에게 전기요금 폭탄을 안긴 채 미래 산업을 논할 수는 없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전기요금 공포는 곧 산업 붕괴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