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장이 열리는 애막골 장터를 자주 찾는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새벽에 촌로들이 농촌에서 계절별로 한창인 푸성귀를 놓고 파는게
큰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다. 재미있다.
-도토리 묵, 장에 박은 무짱아찌, 콩죽,콩탕, 살아있는 오리새끼, 혼잎, 희한한 버섯,백설기,등
예전에 어머님께서도 농한기에 떡장사를 간간히 하셨다. 주로 봄철-. 집집마다 행상을 하면서
송편을 팔으셨다. 요즘은 항상 마트에 있지만 당시 60년대는 시장이 발달되지 않아 귀하였다.
4년 전이었다. 어제처럼 국회의원 총선거 다음 날이었다.
낙선한 민주당 허영후보가 애막골을 찾아 아내와 정중히 낙선인사를 다니는 것이 아닌가!
구겨지고 초췌한 얼굴을 펴서 정성껏 인사를 하는 모습! 미래형의 허영씨-. 지금쯤 얼마나 애면글면하면서
분노를 잠재우며 낙선의 고배를 마실 때인데-. 새벽같이 인사를 다니는 모습에 정말 놀랐다. 치근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았다.
낙선되었는데 무슨 인사? 하면서 밤새워 엎치락뒷치락하다가 승패가 갈린 마당에 ㅎ낙심천만일텐데
미소를 지으며 당장 생각보다 또 한번의 기회를 위하여 인사를 건너는 모습에 감복했다. 대인적이었다.
너무 훌륭해 생뚱맞게 나는 얼른 탐스런 빵을 파는 곳으로 달려가 2인분을 사가지고 사모님께 용기와 함께싸서 드렸더니 그렇게 고마워하는 모습은 엊그제 일 같다.
어찌나 감사해 하는지-.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 후로 길에서 만나면 애막골에서 빵사주신 분이란 닉네임이
붙어 기억의 손잡이가 되어 떠올리곤 했다.
2020,4.15 총선거일-.4년 후인 어제였다.
허후보(50)는 다시 총선 춘천 화천 양구 철원 갑지구에 출마했다.
출구조사에서 당연히 앞섰다, 여론조사에서도 단 한번 뒤지지 않았다.
초저녁 무렵 개표가 진행되는데 51 :44%로 계속 뒤지는 것이다.
지켜보는 내내 안타깝기 그지 없다. 박빙이었다. 출구조사가 틀릴 수도 있지 않은가!
왜 춘천만 이렇게 늦은 걸까? 그야말로 안절부절이다.
자정을 넘어서부터 차이가 좁혀지면서 아직도 미개표가 60% 남았다며 안심시키는 허후보-.
결국 51.3%-43.9% 박빙의 대결로 춘천갑에서 당선되었음은 축(丑)시가 넘어서부터였다.
허후보는 지난 1월 강원수필문학총회에서도 초대되자 만사를 뒤로 하고 달려와서
축하의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한편의 수필을 쓰듯 인생을 농익게 살아가겠다고-.
애막골에서 맺은 인연이었다.
당장 근시안적인 생각보다 미래지향적인 안목과 그의 겸손함과 총명한 눈이 성공으로 이끈 간밤이었다.
축하의 인사를 새벽에 보내고 깊은 잠에 곯아 떨어졌다.
국정을 충실히 하면서 봄내 춘천을 새롭게 꾸미고 자존심을 회복하길 빌었다.(끝)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아침에 가끔 들러 순두부, 콩탕 사다가 먹습니다. 3천원으로 두식구 한끼 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