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는 것
송창식은 말했다
가사 쓰기를 서정주에게 배웠다고
떠오르는 말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시간을 보내며 압축하고 또 압축하고
그러다 문득 옮기고픈 느낌이 오면
적어 내려간다고
송창식을 좋아하는 나는 말한다
서정주 시를 필사해 봤다고
알리기 꺼려 페북에 올리지 않았다고
그럼 왜 이제 털어 놓느냐고
혹 관심 있어 물어오면
서정주는 싫지만
시는 그렇게 쓰는 게 맞다고
삭히고 삭혀야 아주 먼 시공간의 간극이
촘촘히 쟁여져 시(詩)가 된다고
시를 쓴다는 것
느낌을 기다린다는 것
시어가 양미리 조림에 묻은 무처럼 끈적거린다는 것
그것보다 인간이 된다는 것
일주일을 농축하고 농축하다 부스스
“단 한번 눈길에 부서진 내 영혼”
읊조리며 감탄하는데
아, 송창식 부인이 작사자라고
시를 쓴다는 것
시를 써본다는 것이지
시를 쓴다는 것은
행여 아닌 것 같고
아, 눈길을 돌려 눈길이 지워지는 폭설 풍경을 걸으면
흙에 파묻힌 김장독 김치처럼 겨우내 발효를 하면
시를 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시를 쓴다는 것
여전히 간극이 좁은 것을 보니
시를 써본다고 말하리
송창식 노래가 소리 없는 촛불 앞에 흔들흔들
서정주 시가 눈이 부신 하늘에 가물가물
얼치기 고백으로
나는 이제 경계를 잃었다
시를 쓴다는 것
시를 써본다는 것으로 끝내자
아, 겨울나무 잎들이 자꾸만 줄어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