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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창작강의 스크랩 [중급] 제9강 시의 표현(Ⅰ) : 비유(譬喩)를 이용한 표현-김철진
김명 추천 0 조회 37 15.01.11 18:2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제9강 시의 표현(Ⅰ) : 비유(譬喩)를 이용한 표현

'비유(譬喩)'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직유(直喩), 은유(隱喩), 의인(擬人), 의성(擬聲), 의태(擬態), 풍유(風喩), 반어(反語), 제유(提喩), 환유(換喩) 등이 있다고 했었는데 기억들 하고 계시지요? 혹시 잊어버린 분들이 계시면 '시 창작 교실'에서 공부한 강의안 제8강과 제9강을 다시 찾아서 먼저 복습을 하도록 하십시오.
그런데 '비유(譬喩)'와 '상징(象徵)'도 따로 따로 시(詩) 속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어떤 시에는 비유가 주로 사용되고, 어떤 시에는 상징이 주로 사용된다는 차이뿐이지요.
따라서 이 강의에서는 '비유(譬喩)'가 많이 사용된 시를 찾아서 예시 작품으로 올리고, 그 시에 사용된 비유만 찾아보는 공부를 함으로써 '비유(譬喩)'에 대한 공부를 마치기로 하겠습니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亡命政府)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러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꾸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세로팡 지(紙)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버레 소래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김광균의 '추일 서정(秋日抒情)' 전문>

이 시(詩)에 사용된 비유를 찾아볼까요?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亡命政府)의 지폐'는 'A는 B다'라는 은유로서, 푸름을 잃고 쇠락(衰落)한 낙엽을 쓸모 없는 '망명 정부의 지폐'에 비유하여 표현한 시구입니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는 'A는 B처럼'이라는 직유로서, 꾸불꾸불한 시골길을 구겨져서 풀어져 있는 넥타이에 비유하여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시구이지요.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는 '급행 열차'를 사람인 것처럼 의인화하여 열차가 뿜어내는 검은 연기를 사람이 담배 피울 때 나는 연기로 표현한 비유로서 이것은 의인법(擬人法)이며,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사이로 /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는 무생물을 생물로 표현한 활유법(活喩法)입니다. 여기서 현대적인 문물을 표현한 공장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냄으로써 평화로운 시골 마을을 위협하는 위험한 들짐승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므로 의인과는 다르게 됩니다. 왜냐 하면 '의인'은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인 것처럼 표현하는 비유이니까요. 여기서 '의인법'과 '활유법'의 차이를 분명히 알아 두시기 바랍니다.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인 것처럼' 표현하면 그것은 '의인'이고, '생명이 없는 무생물'을 ' 생명이 있는 생물'로 표현하면 그것은 '활유'가 됩니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본다.
<노천명의 '사슴' 전문>

이 시 전체를 대표하고 있는 비유는 '의인'입니다.
이 시에서는 짐승인 '사슴'을 의인화하여 '너'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등의 표현이 모두 '사슴'을 사람인 양 의인화하여 표현한 시구들입니다.
본 강의에서는 벗어난 얘기지만 여기서 '사슴'은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살며 고고한 일생을 마친 시인 '노천명'의 자화상(自畵像)입니다.
'사슴'을 노래한 시이면서도 여기서 노래한 사슴의 본질이 묘하게도 시인 노천명의 인간적 본질과 서로 합일함으로써 '사슴'은 곧 노천명 자신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슴' 하면 '노천명'을 떠올리고 '노천명' 하면 '사슴'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지요.

행여나 다칠세라
너를 안고 줄 고르면

떨리는 열 손가락
마디 마디 에인 사랑

손 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흐느껴 목 메이면
꽃잎도 떨리는데

푸른 물 흐르는 정에
눈물 비친 흰 옷자락.

통곡도 다 못 하여
하늘은 멍들어도

피 맺힌 열 두 줄은
굽이굽이 애정인데

청산아, 왜 말이 없이
학처럼만 여위느냐.
<정완영의 '조국(祖國)' 전문>


이 시조는 1962년도 '조선일보' 신춘 문예 당선 시조로서 조국에 대한 애끓는 사랑과 조국의 슬픈 역사적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전통 악기인 가얏고(가야금)에 비기어 노래하고 있는 서정시입니다.
여기서 강의와 관계 없이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 때가 정완영 시인의 나이 44세 때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자신감을 가지고 지며리 공부하십시오.
감칠맛 나는 고유어를 시어로 세심하게 선택하여 사용하고, 비유와 상징 등 다양한 표현 기법을 활용함으로써 감각적 이미지로 '조국'을 형상화하며 민족의 정한을 노래하고 있는 낭만적이면서도 애상적인 연시조이지요.
그럼 이제부터 이 시조에 사용된 비유를 찾아보도록 할까요?

'너를 안고 줄 고르면'은 '너=가얏고=조국'으로 의미가 확대되면서 비유와 상징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너=가얏고'는 의인(擬人)으로 비유가 되며, '가얏고=조국'으로 의미가 확대되면서 '너'는 '조국'의 상징이 됩니다. 여기서 비유와 상징의 차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손 닿자 애절히 우는'은 의인(擬人)이며, '초가 삼간'은 우리 고유의 향토적 배경이면서 '우리 나라'의 비유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푸른 물'과 '흰 옷자락'은 각각 '청사(靑史)'와 '백의 민족(白衣民族)'의 대유(代喩)로 볼 수 있습니다.
'청산(靑山)'과 '학(鶴)'은 둘 다 '조국'의 비유이며, 특히 '학(鶴)'은 여기서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고고(孤高)한 존재'의 상징도 되고 있습니다. 또한 '학처럼만'은 직유로서 비유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시조에는 대구, 대조, 영탄 등의 다양한 표현 기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디 마디'와 '굽이 굽이'는 조국의 국토 방방곡곡을 상징(象徵)하기도 하고, '둥기둥 줄이 울면 / 초가 삼간 달이 뜨고'는 청각적 심상에서 시각적 심상으로의 전환을 잘 이루어 내고 있으며, '둥기둥 줄이 울면 / 초가 삼간 달이 뜨고'와 '흐느껴 목메이면 / 꽃잎도 떨리는데'는 훌륭한 대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한 '청산아, 왜 말이 없이 / 학처럼만 여위느냐.'는 영탄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이 시조는 여러 가지 표현 기법이 동원되어 '조국애(祖國愛)'를 잘 형상화시키고 있는 훌륭한 시조입니다.
이런 시조 한 수 정도는 암송해 두면 앞으로 여러분의 시 창작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과제물] '비유'의 표현 기법을 최대한으로 많이 사용한 자유시나 정형시 한 편씩을 지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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