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들이 윗도리를 입을 때 왼쪽으로 여몄다. 오른쪽으로 여미면 활을 쏠 때 옷깃과 고름이 시위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오른쪽으로 여민다. 왼쪽으로 여미는 것을 오랑캐 풍속으로 여긴 중국인들을 따른 탓이다. 활을 쏘는 겨레가 소중화小中華가 되기 위해 활쏘지 않는 족속의 풍속을 따른 것이다.
이제는 옷을 오른쪽으로 여미는 것뿐 아니라 활도 쏘지 않는다. <우리 활 이야기>(정진명/학민사)는 무기로서는 소총에 밀리고, 스포츠로서는 양궁과 사격에 밀린 우리 활의 이모저모를 살핀다. 무기로서의 소용을 다한 지금에도 몸과 마음을 닦는 현대 스포츠로서 활의 쓰임은 넉넉하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1부는 우리 활과 화살, 활쏘기의 내력을, 2부에서는 활터와 활쏘는 요령을 살폈다. 3부에서는 주몽에서 정행렬까지 2000년 활 역사의 120여 명궁들을 짚어보았다. 끝머리에 발跋을 붙이고 활쏘기에 관한 낱말들을 풀이했다. 이 책은 2000년 이상의 활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1929년의 <조선의 궁술> 말고는 변변한 개론서 하나 없던 1990년 중반의 형편에 나온 현대판 활 도보통지圖譜通志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