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와 가까운 지역의 여행은 쉽지 않은데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이한 지날 6월 25일, 철원 백마고지 전적지에서 열린 기념행사 참여로 늘 궁금했던 철원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백마고지'는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북서쪽으로 약 12km 지점에 있는 해발 395m의 고지로 군사적 관례에 따라 '395고지'라고도 합니다. 우선 이곳이 백마고지, 또는 395고지라고도 불리게 된 연유에 대해 백마고지 안내문의 내용을 참고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백마고지 전투지 The Site of the Baengma(White Horse) Hill Battle
주소: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산명리 산 215일대
이곳은 1952년 10월 국군 제9사단이 중공군 제38군과 6·25전쟁 시기 가장 치열하게 고지 쟁탈전을 전개하였던 곳입니다. 1951년 7월 정전회담이 시작되어 정전협정이 체결되는 시점의 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정한 뒤 한국·유엔군과 북한·중공군 양측은 조금이라도 유리한 지역을 차지하기 위하여 치열한 전투를 치렀습니다. 백마고지는 중부전선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철의 삼각지대(철원·김화·평강)'의 하나인 철원평야와 서울을 연결하는 군사적 요충지로서 당시 김종오 소장(장군)이 지휘하는 국군 제9사단이 방어하고 있었습니다.
1952년 10월 6일 중공군은 백마고지 일대에 2000여 발의 포탄을 투하하며 공격을 개시하였습니다. 이때부터 10월 15일까지 열흘간 395고지를 사이에 두고 24차례 전투가 반복되면서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지만 UN 군의 지원을 받은 국군 제9사단은 마침내 중공군을 격퇴하고 승리하였습니다.
전투 과정에서 제9사단은 총 3천4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중공군도 1만여 명이 사상 또는 포로가 되었습니다. 극심한 공중 폭격과 포격으로 산등성이가 허옇게 벗겨져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백마가 누워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이후부터 395고지 일대를 백마고지라 부르게 되었으며 승리한 제9사단은 백마부대로 불리게 됩니다. 이 전투의 대승으로 휴전을 앞두고 군사적 요지를 확보하게 되었으며, UN 군은 정전회담에서 계속 유리한 입장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 전투를 기념하여 백마고지 정상에 기념관과 전적비, 호국영령 충혼탑이 건립되었으며 해마다 10월 16일을 전승 기념일로 삼아 민·관·군 합동 위령제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참고: 백마고지 전투지 안내문]
백마고지 위령비, 충혼탑
백마고지 위령비와 기념관, 충혼탑, 전적비가 있는 곳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 길의 끝에는 치열했던 백마고지 전투지를 볼 수 있습니다.
자작나무와 태극기 길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습니다. 껍질이 하얗게 벗겨지는 자작나무의 모습이 마치 백마고지 전투의 상흔과 닮은 듯합니다.
<백마고지 전적비>
<백마고지 호국영령 충혼탑>
<백마고지 위령비>
백마고지 전적지의 태극기 게양대
태극기는 우리나라를 상징하고 나아가 국민주권과 국위를 나타내는 상징입니다. 태극기의 존엄성을 높이고 국민화합과 애국심을 고취하고자 철원군은 6·25전쟁 당시 국군의 탁월한 전투능력과 투지를 유감없이 발휘한 백마고지 전투의 승리를 기리는 백마고지 전적지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였습니다.
■ 설치일: 2018년 백마고지 전투 승리 제66주년
■ 설치 위치: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백마고지 전적지 충혼탑 옆, 해발 215m 지점
■ 게양대 규격: 높이 50m, 지름 상면 0.4m ~ 하면 1.1m
■ 태극기 규격: 가로 18m, 세로 12m
<백마고지 상승각과 자유의 종>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백마고지 전투지가 보입니다. '통일아 평화야 철원아'라고 적혀 있는 곳 뒤로 보이는 산이 395고지, 백마고지입니다. 이 산을 사이에 두고 치열했던 전투로 인해 민둥산이 되어버린 곳이 지금은 푸른 산으로 변모되었네요. 평화로운 농촌 풍경에 그저 감사하게 됩니다.
6·25전쟁 70주년 기념행사에서 잠시 상영한 영상에서 전쟁터의 군인들과 평화 속에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었습니다. 그저 마음이 먹먹해지더군요. 우리가 지금 자유로운 땅에서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우신 분들 덕분입니다. 여러분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억하며 어렵게 찾은 우리나라를 아끼며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오대쌀 생산지, DMZ 인근의 철원평야>
백마고지 전적지 가는 길, 버스는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삼림 가운데로 난 길을 달립니다. 짙푸른 숲의 모습이 아름다워 창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DMZ와 가까워질수록 드넓은 평야지대가 펼쳐집니다. 큰 규모의 미곡종합처리장 건물을 보니 갑자기 '철원 오대쌀'이 생각나더군요. 그러고 보니 이 일대의 평야가 그 오대쌀의 생산지겠네요. 철원 오대쌀은 무엇이 특별한 걸까 늘 궁금했던 터라 제가 본 미곡종합처리장이나 철원농협, 대마리의 BM 미곡, 철원 미곡 등 여러 사이트를 찾아보았습니다.
철원쌀의 특징
철원쌀은 강원 북부내륙 지방에 위치한 해발고도 200m 전후의 넓은 평야지대에서 재배되며, 비무장지대에서 직접 흘러나온 깨끗한 물,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점질의 기름진 토양, 춥고 긴 겨울로 인해 병해충 발생이 적어 농약 살포 횟수가 적어 벼 생육에 유리한 조건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철원평야 지역은 행정구역 상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월정리, 대마리 일대와 동송읍 하갈리 일대이며, 철원읍 월정리, 대마리 일대 대부분의 토지는 붉은빛을 띠는 황토성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벼의 성장과 발육에 필요한 영양분과 수분을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게 합니다. 오대벼는 알맹이가 굵고, 쌀알 옆구리에 박힌 흰 점이 두드러지며, 무기질과 식미성분이 잘 조화된 고품질 쌀로 명성이 높습니다. 철원에서 생산되는 오대벼는 도요식미치 성분이 타 강원지역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고 합니다. 이는 동일한 오대벼 품종 볍씨의 재배 시 철원산 오대쌀은 타 지역에 비해 품질이 우수하며, 밥맛이 타 지역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사진 출처: 철원농협>
백마고지 전적지를 둘러보고 나니 한국전쟁 이후, 이 일대의 개간이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지뢰밭과 불모지의 땅을 목숨을 걸고 개척·개간하여 지금처럼 비옥한 땅으로 일구어 내신 분들께 깊은 존경을 표합니다. 어느 순간 당연하게 여겨진 한식이라 밥맛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철원 오대쌀을 비롯하여 다양한 곳에서 재배되는 쌀에 관심을 가지고 감사하며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DMZ 인근의 마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