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년만의 조우와 팔레스타인-요르단 교역투자
>> 텔아비브무역관, 오태영 관장
거의 이십년이 지나고도 서로 즉각 얼굴을 알아봤다. 머리는 하얗게 세고 이마와 정수리 부분 숱이 빠졌지만 둥글고 도톰한 인상이 예전 그대로다. 적당히 엷은 웃음을 띤 다감한 표정도 여전하다. 높은 천장까지 올라간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오후 햇살이 실내 수영장을 밝고 안온하게 비추고 있다. 날은 맑았지만 아직 겨울이라 몸도 덥힐 겸 호텔 안의 사우나와 연결된 수영장에 잠시 들렀던 참에 조우한 것이다. 출장차 방문한 요르단 암만은 이십년 전보다 자동차가 훨씬 많아지고 도시가 팽창되었다.
지금의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에 있는 서안지역(West Bank)과 지중해 해변에 위치한 조그만 직사각형 띠와 같은 모양의 가자지구(Gaza Strip)를 일컫는다. 서안은 요단강 서쪽에 있는 강 언덕이라고 해서 그렇게들 말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땅에 살아온 민족이다. 사실 이스라엘 안에도 현재 상당수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기도 하다. 하여튼 요르단 전체 인구의 70% 정도를 점할 정도로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이 요르단에 살게 된 경위는 1948년 1차 중동전쟁과 1967년 6일 전쟁으로 인한 것이다. 요르단 외에도 시리아나 레바논으로도 많이 피난을 갔었다.
수영장 가기 전 출장 항공권을 지불하려고 여행사에 연락했더니 30대로 보이는 남자가 카드 기계를 들고 호텔로 왔다. 이런 저런 이야길 하다 고향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서안의 툴카름(Tulkarm)과 나블러스(Nablus)라고 하면서 다섯 살 때 부모와 같이 요르단으로 왔다고 한다. 먼 친척들이 아직 그 곳에 살고 있다고 덧붙인다. 중동에선 나블러스를 오래 전부터 작은 다마스커스(Little Damascus)라고 불렀다. 나블러스에 있는 천년 가까이 된 올드 시티를 보면 다마스커스나 알레포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다. 나블러스 올드 시티 안에 있는 무수한 가게들이 생닭에서부터 식품, 의류, 생활용품, 가구, 약재, 공기구 등까지 온갖 상품을 팔고 있다. 사실상 팔레스타인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라말라의 시장이 전체 규모는 가장 크겠지만, 오래된 건물의 단일 구역에 모여 있는 재래시장으로는 나블러스가 서안에서 최대인 것 같다. 수백 년 전부터 나블러스 토산품으로 유럽에까지 많이 알려진 올리브 비누는 우리나라로도 소량이지만 수출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최대 교역대상국은 요르단이다. 그 이유는 지리적으로도 붙어 있지만 팔레스타인과 요르단과의 역사적, 인적 관계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요르단은 팔레스타인 수출액의 절반을 수입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요르단 다음의 2위국 비중은 7%로 이하로 확 떨어진다. 팔레스타인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대상국은 1위가 이집트로 그 비중이 대략 17% 정도고, 2위 요르단은 15%, 그리고 한국은 12%로 3위나 된다. 한국 수출품의 90% 가량이 자동차인데, 이 점은 우리나라의 다른 제품들도 더 수출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팔레스타인에도 외국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는가? 물론 많지는 않지만 투자하고 있다. 외국기업이 팔레스타인에 투자하고 있는 규모는 연간 대략 2억 달러 정도고, 현재까지 잔고로 있는 투자규모는 약 25억 달러다. 국가별로는 요르단이 무역에서와 같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것 같지만 이번엔 다르다. 요르단이 자본에 별반 여유가 없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요르단은 팔레스타인에 2위 규모로 투자하고 있다, 물론 1위국과 비교하면 그 비중이 꽤 떨어지지만.
위 25억 달러 중 무려 85%나 투자한 나라는 중동의 부국 카타르다. 카타르 통신회사인 오레도(Ooredoo)는 팔레스타인 2위 무선통신회사 와타니아(Wataniya) 지분 48% 등을 포함해 약 7억 달러를 투자한 팔레스타인 최대 외국투자 기업이다. 2위는 카타르 국부펀드가 설립한 카타르 부동산개발회사인 카타르 디아르(Qatar Diar)로 거의 4억 달러를 투자했다. 요르단이 투자한 규모는 2억 5천만 달러 정도다. 요르단의 하우징(Housing) 은행이 약 7천만 달러를 투자해 진출해 있고, 아랍 은행은약 5천만 달러 규모로 지점을 설치해 영업하고 있다.
우리 기업은 팔레스타인에 아직 직접투자보다는 수출에 더 관심을 가질 단계인지도 모른다. 팔레스타인의 최대 수출품은 석재다. 전체 수출액의 20%를 웃돈다. 팔레스타인 서안지역 전체가 거대한 돌산으로 연이어 있다. 팔레스타인에 혹 투자를 생각한다면 우선 석재 분야가 검토대상으로 가능할 수 있다. 온갖 원자재를 먹는 세계적 하마인 중국이 팔레스타인 석재광산도 일부 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십 년이 지나고 뜻밖에 만난 친구와는 반가운 인사와 함께 수영장 안락의자에서 한참 동안 지난 시절과 요즘 사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다. 이 친구도 고향이 서안 헤브론이다. 고향을 마지막으로 갔던 해가 1972년이고, 이후에는 대신 친지들을 암만으로 초청한다고 한다. 한국 대기업의 주력 제품들을 수십 년 동안 수입 판매해 지금은 반석에 있다. 관심 있는 한국의 다른 회사 제품이 요르단에 에이전트가 없다고 하면서 필자에게 혹시 아냐고 묻는다. 규모도 있어서 들어본 기업이다. 나중 알아보고 결과를 연락 주겠다고 했다. 사우나로 옮겨 몸을 덥히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