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적인 피해를 가져오는 번개와 뇌우의 결정체
낙뢰(Thunderbolt)
낙뢰.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방전 현상이다. <출처: (cc) Scotto Bear>
지난 글(네이버캐스트[번개]편)에서 번개와 뇌우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번부터는 낙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낙뢰는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방전 현상을 말한다. 낙뢰는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평균적으로 매년 14만 건 정도 낙뢰가 발생한다. 최근의 기상이변 심화, 지구온난화는 뇌우발생율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 NASA는 지구 대기 온도가 1℃ 상승 시 낙뢰발생 가능성은 5~6% 증가한다고 한다. 1세기 전보다 낙뢰발생 가능성이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될 정도다. 우리나라의 연구에서도 낙뢰의 강도가 평균적으로 증가했다는 결과가 있다.
낙뢰는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보통정도의 번개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0분이 1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히로시마 원폭의 에너지는 67GJ, 번개의 에너지는 평균 5GJ 임). 그렇기에 낙뢰를 맞으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낙뢰로 인한 피해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피뢰침을 만든 후 다양한 피뢰침이 보급되면서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말레이시아 쌍둥이빌딩 위로 내리치는 낙뢰. 피뢰침 덕에 별 피해는 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피뢰침이 잘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1769년 이탈리아의 브레스치아교회에서의 일이다. 피뢰침을 달아 피해를 줄이자고 하자 교회지도자들은 반대한다. 이들은 하나님께서 교회당에 벼락을 내리신다고 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신성모독이라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교회당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피뢰침을 설치하기는커녕 오히려 교회 안에 도시의 모든 화약을 저장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교회당의 첨탑에 벼락이 떨어졌다. 이로 인한 화약 폭발 때문에 도시는 쑥대밭이 되었고 3,000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역사상 낙뢰로 인한 가장 큰 피해사례다.
그러나 실제 낙뢰로 인한 사망률은 10%내외로 생각하는 만큼 높지는 않은 편이다. 최대 7번 맞고 살아남은 사람도 있다. 낙뢰를 맞은 사람 중 가장 운 없는 사례를 소개해 본다. 섬머포드라는 영국 육군소령이 있었다. 1918년 2월, 플랑드르에서 독일군과 전투를 벌이던 중 낙뢰를 맞고 말에서 떨어졌다. 하반신 마비로 전역한 그는 1924년에 2명의 친구와 낚시하고 있었다. 이때 다시 낙뢰가 그를 공격했다. 이번에는 그의 몸의 오른쪽 전체를 마비시켰다. 운명은 장난처럼 이어졌다. 1934년에 3번 째 낙뢰가 그를 내리쳤다. 그의 몸은 영구히 마비된다. 2년 후 죽은 그의 묘지를 낙뢰는 다시 공격한다. 낙뢰가 그가 묻혀있던 묘지를 공격하여 비석이 파괴된 것이다.
낙뢰의 피해는 간접 피해가 더 커
낙뢰피해의 유형은 크게 직접적 피해와 간접적 피해로 나눌 수 있다. 직접적 피해는 낙뢰 감전사고, 가옥과 삼림화재, 건축물과 설비의 파괴 등이다. 간접적 피해는 낙뢰에 의해 발생하는 2차적 피해를 말한다. 전력설비의 정전, 통신설비의 통신두절, 철도 등 교통시설의 불통, 공장과 빌딩의 조업중단을 들 수 있다. 낙뢰사고는 간접피해가 훨씬 더 큰 영향을 주는 특성이 있다.
직접적 피해는 국소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피해확산의 우려는 없다. 피뢰침 설치나 사람들이 낙뢰 시 안전행동요령에 따라 행동하여 낙뢰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간접적 피해는 산업시설, 국가기반시설 등의 대형시설에 떨어진 낙뢰에 의한 피해를 말한다. 시설자체의 피해는 물론, 그 여파가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사회·경제적 손실과 사회혼란, 심한 경우 치안붕괴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낙뢰로 인한 피해사례를 살펴보자1). 먼저 인명피해 사례다. 2007년 7월 북한산 낙뢰사고는 갑작스런 게릴라성 폭우와 함께 동반된 낙뢰로 등산객 사상이 발생하였다.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당했다. 2007년 7월 29일 수락산에서도 낙뢰로 인해 1명이 사망했고 2명이 부상했다. 충북의 한 골프장에서는 2004년과 2005년 연이어 낙뢰에 따른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들은 골프장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다 낙뢰로 사망하거나, 피해자의 금목걸이에 낙뢰가 내리쳐 사망한 사례였다.
1) 자료로 소방방재청자료를 활용하였다.
2007년 북한산 낙뢰 사고 부상자를 치료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낙뢰로 인한 산업피해도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송전선로에 낙뢰가 발생하여 인근 지역에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사고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송전선로에 낙뢰가 내리쳐 원자력 발전이 중단되는 사고도 있었다. 한국전력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력설비에 낙뢰로 인한 피해는 증가하고 있다. 2003년 205건이던 것이 2007년에는 462건으로 늘었다. 한국전력 통계에 따르면 매년 낙뢰로 인해 발생하는 송전고장은 전체의 66%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고사례를 살펴보자. 첫째는 원자력발전소 송전선로 낙뢰사고다. 2005년 7월 2일 새벽 4시5분께 전남 영광~전북 신김제 간 송전선로에 낙뢰 사고로 전기가 끊겼다. 이로 인해 영광원전 6호기(가압수로형 100만㎾)가 가동을 중단했다. 2008년 8월 8일 오전 11시52분 고리1호기(가압경수로형, 58만7000kW급) 역시 송전선로의 낙뢰로 인해 발전이 정지되었다. 하루 이상 원전발전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원자력발전소 가동중지는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이 크다. 이뿐만 아니라, 낙뢰가 7~8월에 집중되므로 여름철 전원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와 겹친다. 이 이야기는 전력수급에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사고사례는 철도 낙뢰피해다. 2006년 8월 5일 오후 3시 41분께 대전 대덕구 오정동 조차장역 구내에 낙뢰로 인해 열차 신호제어 시스템이 고장났다. 이 사고로 열차 신호제어 시스템이 1시간 가량 마비되었다. 대전을 통과해 내려가는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 등 대부분의 열차노선이 연착되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낙뢰시 행동요령 및 응급처치
낙뢰의 피해가 어떨 때 자주 생길까?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낙뢰피해를 분석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해당 기간 중 미국에서 낙뢰로 인한 사상자는 총 261명이었다. 사망자의 81%가 남성이었다. 낚시(11%), 캠핑(6%), 보트타기(5%), 해변활동(5%) 등 수상 레저 활동 중에서 나타난 피해가 가장 자주 일어났으며, 축구(5%), 골프(3%) 등의 스포츠 활동 중에 발생한 피해도 컸다.
낙뢰 피해는 수상 레저 활동과 스포츠 활동 중에 흔히 일어난다
낙뢰의 위험이 있을 때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골프협회가 제안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벼락은 높은 곳에 떨어지기 쉬우므로 자세를 낮추고 될 수 있는 대로 움푹 들어간 곳이나 동굴로 피하는 것이 좋다. 라디오에서 찍찍하는 잡음이 들려오면 빨리 피한다. 평지 부근에 나무가 있다면 그림과 같이 앙각이 45° 이내의 곳으로 피하되 나무는 높아서 벼락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나무에서 1m 떨어진 곳으로 피해야 한다. 피뢰침은 그림과 같이 보호각이 보통 60°이므로 앙각이 30° 이상인 곳으로 피한다.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자동차, 전차, 비행기 등은 전기적으로 차폐돼 있으므로 그 안에 머물면 안전하다. 머리핀, 장신구, 시계, 금속성 도구 등을 멀리 치운다. 그러나 벼락을 유인하는 것은 인체 그 자체이지 금속이 아니다. 금속이든 비금속이든 사람의 머리보다 위로 나와 있으면 벼락을 유인하는 효과가 증대한다. 따라서 벼락을 피하려면 금속성 도구를 버리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며 자세를 낮추는 것이 상책이다. 강한 낙뢰가 있을 것 같으면 TV의 콘센트를 빼어놓고 전선의 안전차단기를 내려놓는 것이 좋으며, 전등과의 거리도 1m 이상 떨어진 곳이 안전하다.
나무의 보호 범위 <자료출처: 케이웨더>
피뢰침의 보호 범위 <자료출처: 케이웨더>
낙뢰에 맞을 경우 심한 피해를 입게 된다. 여러 정도의 화상·골절·내장파괴가 발생한다. 전문(電紋)이라고 하는 피부홍반(皮膚紅斑)이 나타나기도 한다. 죽음의 원인은 호흡이나 기타 중추신경마비·심장장애·과열 등이다. 다행히 살아남은 경우에도 시신경의 위축이나 백내장 등 눈의 장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낙뢰를 맞은 사람은 빨리 응급실로 이송한다. 119 신고를 하고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도 확보 및 인공호흡 등 소생술을 시행하도록 한다. 낙뢰사고 사망률은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10%내외이므로 낙뢰를 맞았다고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가능한 신속하게 최선을 다해 조치하면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낙뢰 생존자의 사진. 전문(電紋) 혹은 리덴베르크 무늬라고 불리는 피부 병변이 선명하다. <출처: NOAA>
인공번개로 실험한 결과. 벼락이 칠 때 우산을 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처: 연합뉴스>
번개를 전기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
번개가 가진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번개가 전기로 밝혀진 18세기 이후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 주제였다. 비교적 근래에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어, 2010년에는 브라질 캄피나대 연구팀이 "지붕에 태양패널처럼 '습기전기(humidity electricity)'수집패널을 설치, 번개로 전력에너지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직은 확실한 기술은 개발되지 않았다. 번개의 에너지를 저장하는 설비를 만드는 것 자체도 쉽지 않겠지만, 경제성을 갖춘 설비를 만드는 것은 더 힘들어 보인다. 언젠가는 번개를 전기로 활용하는 기술이 개발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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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반기성 | 케이웨더 기후산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