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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 때 무의식적으로 외치게 되는 '휘바 휘바'. 필자는 이곳에 오기 전, 정말이지 궁금했다. 그들이 얼마나 자일리톨을 사랑하는지. 그들은 과연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자일리톨 껌을 씹고 자는지 말이다.
자일리톨(Xylitol)
여기서 잠깐! '휘바 휘바(hyvä hyvä)'의 뜻은 뭘까? 핀란드어로 'hyvä'는 영어의 'good(좋은)’과 비슷한 의미다. 한마디로 '휘바 휘바 (hyvä hyvä)'는 기분이 좋을 때나 칭찬할 때 쓰는 표현이다. 자일리톨(Xylitol)은 사람이 만든 화학성분 물질이 아닌, 채소나 과일에 들어있는 천연 감미료다. 핀란드산 자작나무에서 자일리톨을 추출하여 껌을 만든다고 한다.
궁금증을 한껏 품은 채 핀란드인에게 자일리톨이 유명하냐고 묻자 반응은 의외였다. 탐페레 대학교에 재학 중인 에미 마껠라(Emmi Mäkelä•23)는 “한국인 친구들이 왜 핀란드를 두고 '휘바 휘바(hyvä hyvä)'라고 하거나, ‘자일리톨’이라고 외치는지 이해가 안 됐다”라고 했다. 핀란드에서 자일리톨은 그저 껌의 주성분일 뿐이기 때문! 그녀는 한국의 광고와는 다르게 핀란드인이 자기 전에 자일리톨을 씹는 일은 거의 없고 식후에 씹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그들에게도 그저 흔한 껌일 뿐인 것이다.
▲ 이것이 바로 진짜 핀란드 자일리톨 껌 엔키(Jenkki)! 향과 맛이 강하다
살미야끼(Salmiakki)
핀란드인이 진짜 사랑하는 먹거리는 따로 있었다. ‘국민 먹거리’로 불리는 살미야끼(Salmiakki)다. 살미야끼는 짠맛이 나기도 하고 쓴 약 같은 맛이 나기도 한다. 서양 감초가 주재료로 쓰이는데, 동양의 감초와는 완전히 다르며 소금과 염화암모늄까지 들어있어 특이한 맛이 난다. 살미야끼를 처음 맛본 한국 교환학생들은 특이하고 강렬한 맛에 쉽사리 좋아할 수가 없었다. 핀란드에서는 살미야끼로 각종 먹거리를 만든다. 사탕, 젤리, 껌, 아이스크림, 초콜릿 그리고 보드카까지 생활 곳곳에 핀란드인의 살미야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 살미야끼(Salmiakki)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 젤리, 초콜릿, 사탕(출처: http://www.fazer.fi/tuotteet-ja-asiakaspalvelu/tuotemerkit/fazer-salmiakki/)
▲ 필자도 선물로 받은 살미야끼를 먹어 봤으나 이내 표정은 아래와 같아졌다.
▲살미야끼를 처음 맛본 표정 (출처: http://www.fazer.fi/tuotteet-ja-asiakaspalvelu/tuotemerkit/fazer-salmiakki/ )
음식이 맛없기로 소문난 핀란드?
사실 핀란드 음식은 영국 음식보다 맛이 없다고 소문나 있어 미식가가 싫어하는 나라 중 하나로 뽑힌다. 필자 역시 핀란드 음식이라고 딱히 떠오를만한 것이 연어나 생선요리 정도뿐 이니 말이다. 이제부턴 핀란드 식탁 위에는 어떤 음식이 올라가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이름은 어렵지만 핀란드 가정식의 베스트셀러. 마카로니라띡꼬(Makaronilaatikko)
같은 학교 친구인 테무(Teemu virkkala, 22)가 필자를 집으로 초대해 정말 맛있는 마카로니라띡꼬(Makaronilaatikko)를 만들어줬다. 그는 “마카로니라띡꼬는 마치 한국의 김치볶음밥처럼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핀란드 대표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어렸을 때부터 학교 급식이나 집에서 가족과 자주 먹었다고 했다. 주재료는 마카로니, 쇠고기, 달걀, 우유 그리고 각종 채소다.
블랙 소시지. 무스따 마까라(mustaa-makkaraa)와 링곤베리잼(Lingonberry jam)
▲ 시장에 가면 즉석에서 무스따 마까라 (mustaa-makkaraa)를 링곤베리잼(Lingonberry jam)과 함께 바로 먹을 수 있다.
무스따 마까라(mustaa-makkaraa)는 쉽게 말해 한국의 순대와 조금 비슷하다. 그렇지만 순대보다 더 까맣고 달짝지근하며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다. 순대는 소금에 찍어 먹지만, 이곳 사람들은 무스따 마까를 링곤베리잼(Lingonberry jam)과 함께 곁들여 먹는다.
고가 음식인 순록고기(Reindeer meat)
▲순록고기(출처: http://www.baconismagic.ca/finland/food-of-finland/)
추위가 매서운 핀란드 북부지방에서는 순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핀란드인이 거주하는 남쪽에서는 순록을 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 그들에게조차 순록고기는 고가의 음식이며 생일과 같은 특별한 날에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다. 처음 먹으면 독특한 냄새 때문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으나, 이내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질긴 맛에 중독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핀란드인이 즐겨 찾는 음식으로는 전통 크림 연어 수프(Lohikeitto), 도넛츠 뭉끼(Munkki), 호밀빵, 감자, 커피, 보드카 등이 있다.
▲ 탐페레 시에 위치한 피니키 타워(Pyynikki tower) 1층에 있는 카페에서 파는 뭉끼(Munkki)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탐페레 시내에서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타워를 보러 오는 사람보다 뭉끼를 먹으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을 정도.
▲ 핀란드에서는 커피를 ‘카빌라(Kahvila)’라고 한다. 놀랍게도 세계 최대 커피 소비국은 이탈리아가 아닌 핀란드라는 사실! 카페는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살미야끼(Salmiakki) 사랑! 사진은 살미야끼로 만든 술
핀란드 음식축제 '레스토랑 데이'
마지막으로 소개할 것은 핀란드에서 시작된 젊은 음식 축제이자 이젠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레스토랑 데이'다. 2011년 핀란드에서 시작된 레스토랑 데이는 누구나 하루 동안 장소의 구애 없이 팝업(pop-up) 레스토랑을 열 수 있는 음식 문화 축제의 날이다. 페이스북을 통해 대중화된 레스토랑 데이는 핀란드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까지 퍼져 이제 참여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누구나' 그리고 '어디서나' 참여 가능하다는 슬로건 아래, 일반인들은 세계 각지의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고, 참여자는 일일 요리사로 음식을 선보일 수 있으니 모두가 행복할 수밖에. 일 년에 4번씩 개최되며 날짜는 공식 홈페이지(http://www.restaurantday.org/ko/)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레스토랑 데이 홈페이지 화면. 17개국 언어를 지원하며, 어느 장소에서 어떤 음식을 맛볼 수 있는지 모두 검색이 가능하다
지난 2월 15일, 핀란드 탐페레에서 어김없이 레스토랑 데이가 열렸다. 추운 날씨도 레스토랑 데이에 대한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 평소에 음식점에 가야지만 맛볼 수 있는 태국 음식, 멕시코 음식 등이 길거리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줄을 서는 사람들
▲ 친한 친구들과 함께 추운 날씨에 나와 직접 만든 음식을 파는 것 또한 판매자에게도 큰 추억이 된다
이날, 가장 많은 손님이 몰린 가게는 멕시코 퀘사디아를 파는 곳이었다. 가게 주인장이었던 파울리나 로페즈(Paulina Lopez)는 "어릴적 꿈이 요리사였는데, 꿈을 이루려 매년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남편이 회사원인데 회사에 레스토랑 데이에 참여하겠다고 하니 배려를 해줘 함께 일하고 있다"며 더 많은 손님에게 음식 솜씨를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핀란드가 미식가에게 사랑받는 나라는 아니다. 하지만 핀란드는 특유의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고유의 음식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또, 레스토랑 데이를 통해 글로벌한 음식 문화 트렌드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고 있기도 하다. 이번 기사를 통해 핀란드 사람들은 자일리톨 껌만 씹는다는 고정관념을 버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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