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사회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회서비스는 사회복지의 시작과 함께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사회서비스 영역이 우리나라에서 제도적으로 확대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를 시작으로 노인요양보험제도까지 바우처 제도가 진행되면서 민간 공급체계 확대와 시장화, 그리고 시장화로 인해 발생한 여러 문제가 오히려 사회서비스 제도화에 계기가 되었다. 당시 시장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서비스 공급기관 간 경쟁을 통해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했지만, 정책의 진입장벽을 지나치게 낮추는 바람에 영세한 기관이 대거 투입되면서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지 못하는 지경에 처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점은 그간의 여러 연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김윤수, 2018; 김보영, 2019; 남기철, 2020; 석재은, 2017). 즉, 공급기관 간의 과도한 경쟁, 서비스 질의 저하, 종사자의 근로조건 악화, 정부 역할의 최소화 및 책임회피, 서비스 제공기관의 영세성 등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용자의 선택권과 자율권을 보장하면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는 정부 의도와는 달리 다양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서비스 공급 주체의 공공성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사회서비스원의 설립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와 좋은 일자리 확충을 전면에 부각했다는 점에서 사회서비스 시장화와 산업화를 통해 사회서비스 품질 제고를 목표로 해온 이전 시기의 사회서비스 정책과 차별성을 가진다(강혜규, 김회성, 안수란, 2019). 물론, 공공성의 개념은 시대적으로, 혹은 학자에 따라 접근방식이 다소 다르고, 신자유주의의 저항 담론으로서의 공공성까지 다양하게 논의할 수 있다. 또한, 개념의 모호함과 추상성으로 인해 완벽하게 합의된 정의를 제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짧은 글에서 공공성의 개념을 논의하기엔 그 개념이 매우 방대하다. 하지만, 앞서 제시한 여러 문제점을 해소하고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시키고자 설립된 사회서비스원의 역할을 재조명하기 위해서는 사회서비스원이 서비스의 공공성을 실현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사회서비스원은 2019년 서울, 경기, 대구, 경남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현재는 중앙사회서비스원을 비롯해서 17개 시·도 중 14개 시도에 설립·운영되고 있고, 2022년 말까지 17개 광역 시·도에 모두 설립할 예정이다[표 1]. 2021년 9월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이 제정되면서 긴급돌봄서비스 제공, 국·공립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운영, 종합적인 재가서비스 제공, 사회서비스 제공 및 운영기관에 대한 상담·자문, 사회서비스 종사자 처우개선 및 고용안전성 제고, 사회서비스 질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 및 교육사업 지원 등(사회서비스원법 제10조)을 그 기능으로 명시해 두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이 2022년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책평가 및 학술평가는 지금까지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시기적으로 사회서비스원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단계이자 지역사회 내 존재하는 여러 민간의 공급체계 속에 공공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새로운 정부 출범을 맞아 사회서비스원의 설립 취지를 제고하고, 사회서비스 고도화를 위해 몇 가지 화두를 던져보고자 한다.
[표 1] 사회서비스원 운영 현황(2022년 6월 기준, 14개 시도)
새 정부의 방향과 우려
2022년 5월 발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사회서비스 혁신을 통한 복지·돌봄서비스 고도화’가 제시되어 있다. 이 과제의 목표는 다양한 공급 주체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복지·돌봄 체계로 사회서비스를 혁신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중앙 및 시·도 사회서비스원을 통한 민관협업 활성화 및 사회서비스를 혁신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은 자칫 사회서비스원의 대표적인 역할을 민관협업과 사회서비스 혁신 지원으로 한정 짓는 것은 아닌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사회서비스의 공급 주체를 다양화한다는 주장의 이면에 공공의 책임성이 오히려 축소되는 것은 아닌지, 공공의 책임성 축소가 재정 지원의 축소로 이어지진 않을지에 대한 여러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직 새 정부의 방향이 무엇이라고 평가하긴 이르지만 이전 정권에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제도적으로 사회서비스원이라는 인프라를 확보했다면, 새 정부에서는 사회서비스원이 민과 관을 아우르는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됨과 동시에 사회서비스의 혁신을 견인하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는 것으로 짐작, 혹은 나름의 해석을 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서비스 총량 확대가 필수
사회서비스원의 여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은 서비스 총량이 이전보다 더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서비스 고도화, 질 높은 사회서비스 제공은 궁극적으로 서비스 총량의 확대가 전제되어야 하며, 이 전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실상 서비스 질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서비스는 소득 보장과 같이 현금을 직접 제공하는 제도와 달리 유무형의 서비스를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물리적 공간과 인력이 포함된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는 민간에 비해 공공의 직접 공급이나 역할의 비중이 상당히 적은 편에 속하고, 전체 사회복지의 총량도 부족한 수준이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2019년 GDP 대비 공공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12.2%로 1990년에 비해 4.7배 상승하여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지만, 아직 OECD 평균 20.0%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 일 뿐만 아니라 38개국 중 35위를 차지하고 있다(사회보장위원회, 2020).
사회서비스원은 공공이 직접 공급의 주체로서 역할을 점차 늘려가는 것이 중요한데, 역할을 늘려간다는 것은 공공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총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그동안 사회복지 현장과 학계에서 꾸준히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비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연구자들은 공공부문의 실질적인 인프라 확대를 강조하고 있고(김보영, 2019; 남기철, 2020, 이승호, 양난주, 2020), 재원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사회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를 확대하면서 실질적인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을 언급한다(김학만, 권정만, 2021). 대표적으로 종합재가센터의 독립채산제 방식의 운영이 오히려 민간 공급자들과 경쟁 구도를 만들면서 설립 취지를 온전히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계속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독립채산제 방식을 탈피하고 안정적 운영을 위한 운영비와 인건비 등에 대한 예산이 지원되어야 한다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커뮤니티케어를 통한 돌봄 서비스의 고도화 실현
추가적으로 커뮤니티케어를 통한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서비스 고도화를 강조하고자 한다. 2018년에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를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면서 가족의 돌봄 부담 경감, 충분한 재가서비스 제공, 사람 중심 통합 서비스 제공,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커뮤니티케어 선도사업을 추진했다(보건복지부, 2018). 이와 함께, 올해 새 정부 인수위원회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위한 예방적·통합적 돌봄 강화를 위해 시군구 중심 지역 내 다양한 의료·돌봄 기관을 연계하여 커뮤니티케어를 실현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2022). 현재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2022년 기준 89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7.4%를 차지하며(행정안전부, 2022년 3월), 2025년 20%, 2035년 30%, 2050년 40%를 초과할 전망이다(통계청, 2020). 또한,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인한 ‘고령화의 고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돌봄의 대상자인 노인들은 자신이 평소 살고 있는 집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2020년 발표한 노인실태조사(보건복지부, 2020)에 의하면, 조사에 참여한 노인 1만73명 중 56.5%는 거동이 불편할 경우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응답하였다. 반면, 배우자와 자녀, 또는 형제자매 집에서 같이 살거나 근처에 살길 희망하는 비율은 각각 7.2%, 4.9%로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종합하면, 대부분의 노인들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신이 평소 사는 집에서 지내길 원함과 동시에 자신의 가족에게 돌봄 부담을 주지 않길 바란다는 점이 조사 결과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즉, 현재 우리 사회는 고령사회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고, 당사자인 노인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기존 거주지 중심으로 제공받고자 하는 욕구가 상당히 크다. 2018년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2026년에 전국적으로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커뮤니티케어 정책인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라는 사업의 명칭이 새 정부 인수위원회 자료에 제시되어 있진 않지만 이 커뮤니티케어는 사회서비스의 궁극적인 목적과 방향성을 담고 있는 정책이다. 이러한 서비스가 지역사회 내에서 목적과 의도에 맞게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현재 지닌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어려움이 있다. 예컨대, 기존에 존재하는 통합사례관리와의 일부 기능적인 중복, 의료와 복지 연계의 어려움, 지역 자율형 정책 추진으로 발생하는 지역적 편차 등의 쟁점을 지역사회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돌봄 모델 마련과 해결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서비스를 지역사회 내에서 통합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회서비스원이 그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참고문헌]
강혜규, 김회성, 안수란 (2019). 사회서비스 정책 전망과 과제. 보건복지포럼 2019년 1월호.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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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영. (2019). 2020 년 보건복지 분야 예산안 분석: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분야. 월간 복지동향, (253), 42-48.
김학만, 권정만. (2021). 대전시 사회서비스원의 공공성 강화 방안. 한국과 국제사회, 5(2), 45-67.
남기철. (2020). 사회서비스원과 공공성. 한국사회복지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97-116.
보건복지부. (2018). 지역사회 중심 복지구현을 위한 커뮤니티케어 추진방향.
. (2020).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
사회보장위원회. (2020). 제4차 중장기 사회보장 재정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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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양난주. (2020).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의 고용성과와 진단: 서울시 종합재가센터 사례를 중심으로. 월간 노동리뷰, 6월호, 99-111.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2022년 5월).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2022년 5월.
중앙사회서비스원(https://kcpass.or.kr/). 6월 13일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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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0).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
출처 : 복지타임즈(http://www.bokj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