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아빠의 만남
곧 영국으로 유학 가는 제우(제자이자 친구)를 만나러 부산엘 갔다. 먼 길 가기 전에 얼굴 한 번 더 보려고 가는 거였지만, 막상 가려니깐 서산에서 부산까지가 왜 그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사람은 말에 지배 받는다.
인사치례로 “출국 전에 한번 갈게.”하고 남긴 말에 덜미를 잡혔다.
사실 가야할 이유는 또 있었다. 그 친구의 엄마와 화해하기 위해서였다. 4년전, 산티아고로 해외이동학습을 준비할 때 이 친구는 졸업하고 일년반 동안을 전국을 떠돌고 있었다. 명색이 여행학교를 졸업했으니 혼자서 여기저기 배움과 즐거움을 찾아 여행하는 것은 당연해보였다. 지인이 소개해준 곳에 가서 일도 하고 용돈도 벌고 그냥 같이 살기도 하고 또 그 사람이 소개해준 지인에게 가서 지내는 식이었다.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인생을 경험하는 여행이었던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유익한 여행이었지만 그녀의 엄마가 보기엔 달랐다. 다 큰 딸이 미래는 준비하지는 않고 그냥 밖으로 나돌기만 하니 속이 탔을 게다. 다행히 가을에 대학진학을 약속한 터라 현재의 딸을 인정해주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딸이 입학을 한해 늦추고 가을에 후배들의 장기이동학습에 보조교사로 간다고 엄마에게 말한 것이다.
내가 그 친구에게 물었다.
“이번에 산티아고로 장기이동학습 가는데, 너 보조교사로 같이 갈래?”
“응 좋아. 그 기간에 입학면접이 있는 것 같은데... 입학이야 한해 미루면 되지 뭐.”
그 뒤 그 친구의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니, 선생님. 갸가 장래도 생각해야하고 가을엔 대학교 가는 거 준비하기로 했는 데, 해외이동학습 따라가는 게 말이나 됩니꺼!”
“그럼 선생님이 갸 아빠라도 되 줄랍니꺼?”
“그럼 제가 아빠 해줄게요.”
“.....”
엄마는 조용히 전화를 끊었다. 그때 무슨 맘으로 이런 대답을 했는지 모르겠다. 엄마의 하소연 섞인 질문에 그냥 '예'라는 대답을 해버렸고, '예'라고 한 이상, '아빠가 되어 준다'는 말이 자동으로 따라 나왔다.
나는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동학습보조교사는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고,
결국 그 친구는 해외이동학습은 동행하지 않고 대입준비를 마친 뒤 여행자로 바르셀로나에서 우리 일행과 만났다.
어째든 그 친구 엄마와 나의 만남은 엄마와 아빠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 뭘 가르쳤길래, 동생이 갑자기 똑똑해졌죠...
그 친구의 언니가 물었다. 나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이 질문부터 했다.
“일반학교 다닐 때는 무식했는데, 그 학교 가고부터 갑자기 똑똑해졌는데 뭘 가르친 겁니까?”
“뭐 특별한 걸 가르쳐서라기보다, 뭘 하든 실전이란 생각으로 배웁니다.”
여행을 위한 자료조사를 하든, 시사토론을 하든, 인턴십 준비를 하든 뭘 하든 그 자체로 실전이다. 뭘 하든 발표문을 작성하고 피피티를 만들고 학생들과 학부모 앞에서 발표를 한다. 그 과정에서 더 몰입하는 만큼 자기 것이 되는 것이다.
뜻밖의 질문에서 샨틴학교에서 일한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돌아왔다.
* 그 친구와 함께 갔다. 영도의 유진목 시인이 운영하는 책방카페 '손목서가' 안과 밖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