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보'의 어원은 1만 년 전으로 소급될 수도 있다.

이번엔 좀 점잖치 못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어 죄송합니다. 흔히 매춘부나 조숙하지 않은 여성을 가리켜 '갈보'라는 말을 씁니다. 오늘날에는 거의 쓰여지지 않고 있지만..
이 '갈보'에 대해 이능화의 조선해어화사(朝鮮解語花史)에서는 몸파는 유녀를 가리켜 갈보(蝎甫)라 하는데 그 뜻은 피를 빠는 '빈대'에서 그 뜻을 취했다고 해설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 해설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갈보'라는 말이 먼저 있었고 그 음을 취사하기 위해 '빈대'를 뜻하는 '갈'(蝎)이라는 문자를 썼다면 '갈보'가 '빈대'를 뜻한다는 것은 수레를 말 앞에 매는 격인 것이죠. 혹자는 기녀가 남자를 자주 갈아 치운다해서 '갈보'라고 했다는 해석도 내놓지만 설득력이 별로 없고요. 하여튼 국어학자에게 '갈보'의 어원은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이죠. 그러나 저에게 이 '갈보'라는 말은 아주 간단하게 해석되는 단어입니다.
우리말에 '흘레' 붙는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이 '흘레'란 짐승이 교미함을 뜻한다고 해설되어 있습니다.
'흘레'는 고대어 관점에서 '클레','흘레','슬레'로 재구될 가능성이 높은데 고대 우리말의 발음에서 어두음 'ㅎ'은 'ㅋ'이나 'ㅅ'과 교환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자주 교미하는 짐승을 고대에는 '클(흘)레-보'라고 불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때 어미 -보는 뚱뚱보, 먹보와 같이 사람의 특징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고대에는 이 -보가 동물에게도 쓰였을 가능성을 저는 점쳐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추정이 옳다면 '클(흘)레-보'는 줄어서 '클(흘)-보'가 되었을 겁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이 '클(흘)-보'를 여성에게 바로 붙히기에는 뭔가 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 '클(흘)-보'가 어떤 동물에 대한 별칭이었을 수 있는 것이죠.
예를 들면 '미꾸라지'가 '미끌미끌 한 놈'을 뜻하듯이 말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 눈에 난잡하고 시도 때도 없이 교미하는 동물 '클(흘)-보'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혹시 '개'(dog)는 아니었을까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개는 인간의 주변에서 여러 마리가 어울려 다니기 때문에 이 개들의 '흘레'는 자주 사람들 눈에 띄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개를 가리켜 속된 표현으로 '클(흘)-보'라고 불렀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제가 이런 추정을 하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개'를 한-장어계 다른 나라에서 '칼보'에 가까운 음가로도 부르기 때문입니다.
스타로스틴 박사의 해설을 봅시다.
============================================================
Proto-Kiranti: *khle\ (클레/흘레)
Sino-Tibetan etymology:
Meaning: dog (개)
Tulung: khlewa, khleja (AS khleba)
Kaling: khlep
Limbu: khja:ba: dog, khja:ma: bitch, khja:sa: puppy
Dumi: khi:by, khi:bu; dial. khlebu (흘레/클레부)
->Dumet:
Kulung: kheba 'dog', khepme 'bitch'
->Kulet:
Comments: Toba 89 *khlepa.
============================================================
한-장어계에서 개는 '쿠인'에 가까운 표현이 있습니다. 알타이제어에서는 '캉이'죠. 그리스어에서도 개는 '카니(cani)'입니다.
Proto-Sino-Tibetan: *qhw|i:j ( / *qhw|i:n)
Sino-Caucasian etymology:
Meaning: dog
Chinese: *khw|i:n dog.
Tibetan: khji dog.
Burmese: khwijh dog, LB *khujx.
Kachin: gui2 dog (cf. also c^@>khjon1 a fox, wolf or wild dog).
Lushai: ui dog, KC *g|ui.
============================================================
Nostratic: *K.u"jnA
Meaning: wolf, dog
Eurasiatic:
Altaic: ? *ka/n|V
Uralic: *ku"jna" 'wolf' (Wichmann FUF)
Indo-European: *k'uu_on- ==> 인도유럽어 즉 아리안어로도 개를 '꾸온'이라고 했군요.
Comments: [For PA cf. rather PIE *(s)ken- 527?]
References: МССНЯ 334, ОСНЯ 1, 361-362; ND 1083 *K.u"y(a)n:V 'wolf, dog'.
Proto-Afro-Asiatic: *kun- = (아프리카에서도 개는 '쿤',카니'입니다)
Meaning: dog
Eurasiatic:
Berber: *kun- 'dog'
East Chadic: *kany- 'dog'
Omotic: *kunan- 'dog'
NOTES: Related to *kan-, *ku"Hen- id.
============================================================
이상에서 보듯이 전세계는 '개' 를 우리 말 '개' 또는 '강아-지'와 아주 유사하게 부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카니, 캉, 쿤, 쿠온, 등)]
짖는 소리가 컹컹거려서 그렇다는 건 넌센스고요. 우리 귀에 '컹컹'이 다른 나라사람에게도 그렇게 들린다는 건 억지죠. 그리고 켈트어에서는 '개'를 아주 노골적으로 'cy'(키)라고 불러서 아일랜드에서는 지금도 개를 '키'/케'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남방계어에서 이 '칼(할)부' (khlebu / khlepa.)와 같이 '개'를 부르는 말이 따로 또 있다는 겁니다. 이 개를 뜻하는 '칼부'는 메소포타미아 아카드어에서도 똑 같습니다.
Akk. kalbu "dog".
[2000] A. Cavigneaux,
- 펜실베니아 대학 ePSD-
문제는 이 개를 뜻하는 '칼부'가 메소포타미아에서 티벳과 버마를 거쳐 우리의 '갈보'로 왔다고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개의 사육과 전파는 제가 사이언스지의 유전자 추적 검사논문을 드리대며 누누히 말씀드렸듯이 1만5천 년 전에 동아시아에서 전세계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죠.
만일 우리 말 '갈보'가 고대로 부터 '개'를 뜻하는 또 다른 단어가 맞다면 이 어원의 전파는 결코 서에서 동으로 차용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일본어 '꼼쀼따'가 미국에 전파되어 '컴퓨터'가 되었다는 주장만큼이나 억지스러운 것이죠.
우리말 의 속된 표현 '갈보'는 어쩌면 우리 동이겨레가 1만여 년 전 '개'와 함께 서방에 문명을 전파했던 시절의 증거일 지도 모릅니다. 그릇에 대한 어원이 그랬듯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