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친 글] 화장실에 가고 오면서 / 정희연
배가 몹시 아팠다. 몸이 다치면 낫기 까지는 계속 아프다. 하지만 몸 안이 아프면 진통이 오다 말다 하는데 끝날 기미다 없다. 서기도 하고 눕거나 엎드리기도 하며 몸부림을 쳐 봐도 소용이 없다. 오롯이 혼자 버텨야 했다. 한밤중에 일어난 일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다.
두 시간쯤 지나니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리를 반쯤 숙여 아픈 배를 부여잡은 채 집 앞 병원으로 향했다. 아파트 단지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어 자가용보다는 그편이 더 나았다. 응급실이 있는 2차 의료기관이다. 간호사와 의사는 대수롭지 않은 듯 쳐다본다. 침대에 눕고 싶은데 접수가 먼저다. 아내가 등록을 끝내고 한참 후에야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의사는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며 이리저리 만져 보더니 별말이 없다. 병원에서 해줄 것이 없다고 한다. 원인이 무엇인지 말해 주던지, 아니면 잘 모르겠으니 더 좋은 의료기관으로 가라 하든지 해야 하는데 그것으로 끝이다. 배는 아프고 해결책이 없다는 말에 화가 났다. 공공장소라 소리를 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집으로 왔다. 그렇게 네 시간을 보내고서야 진통은 가라앉았다.
그 후 아무 일 없이 며칠이 흘렀지만 증상은 3, 4주 간격으로 주말만 되면 계속되었다. 두세 번 당하고 나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다음에 같은 일이 생기면 대형 병원으로 가자고 아내와 약속해 두었다.
토요일 저녁 다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입원할 요량으로 수건, 슬리퍼, 양말, 칫솔 등 세면도구를 챙겨 택시를 탔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간호사가 먼저 내 상태를 살핀다. 그동안의 과정을 알려 주었더니 쓸개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의사 선생님의 진단에 따라 초음파 촬영이 필요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의사 선생님의 지시가 떨어지자 침대에 누운 채 촬영실로 향했다.
원인은 쓸개 안에 생긴 결석이 담관으로 이동하면서 담즙 경로를 막았다고 한다. 담낭과 담관의 압력이 높아지면 심한 통증을 일으킨다고 했다. 담석을 제거하는 것과 쓸개를 떼어내는 방법 중 후자를 권했다. 며칠 후 빠르게 수술하자 고통은 끝났다.
그 후로 다시는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죽음에서 빠져나오는 듯 홀가분한 기분이다. 살맛 나는 세상이다. 쓸개는 길이 7~10cm 되는 간 아래쪽에 붙어 있는 주머니다. 간에서 분비된 쓸개즙을 저장하고, 쓸개즙은 지방의 소화를 돕는다. 쓸개를 제거해도 적응 시기만 지나면 음식을 섭취하고 생활하는 데 크게 지장이 없다. 지방이 많은 것을 먹고, 오른쪽 명치 부위에 반복되는 통증이 지속되면 의심하고 치료해야 한다. 담석증을 예방하려면 고지방식, 콜레스테롤 음식을 줄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 과일 등을 충분히 먹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과체중에서 벗어나야 한다. 담낭을 절제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다. 그러므로 정상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운동과 음식 관리가 필요하다. 몸속의 장기는 차가운 것, 짠 음식, 과식, 밤을 새우는 것, 오래 앉아 있는 것을 무서워한다.
통증만 없게 해 주면 앞으로 착하고 바르게 살겠다고 성모님, 예수님, 부처님 그리고 하느님에게 깊은 밤 굳게 약속했던 기억을 잊었다. 수술한 지 3년이 지나간다. 아무런 불편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주말 아침 국밥집으로 향한다. 소주가 빠지면 재미가 덜하다. “한잔 할랑가?” 아내에게 물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화장실에 가고 오면서 마음이 다르다더니 나도 어쩔 수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