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판다 탄생을 보고 느낀 것 임병식 rbs1144@daum.net 최근에 용인 에버랜드에서 국내 최초로 자이언트판다 쌍둥이가 태어났다. 이는 국내에서는 처음이고 중국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에버랜드에서는 금년 7월7일, 10살 수컷 러바오와 9살 암컷 아이바오가 합방한 지 4개월 만에 암컷 두 마리를 낳았다. 경사스러운 일이 아닌가 한다. 자이언트 판다는 임신이 어려운 동물로 알려져 있다. 암수가 함께 생활하지도 않고 가임기간이 일 년에 한 번 봄철 1~2일에 지나지 않아 시기를 맞추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는 3년 전에 새끼 한 마리를 탄생시킨데 이어 이번에 두 번째 경사를 맞은 것이다. 사육사의 지극한 정성이 더 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 새끼들은 용인에버랜드의 소유가 아니라고 한다. 2016년 한국과 중국이 체결한 ‘자이언트판다 공동연구협약’에 의해서 태어난 새끼의 소유권을 중국이 갖도록 조처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먼저 태어난 언니 푸바오는 네 살이 되는 내년에 배필을 만나기 위해 중국으로 들어갈 예정이란다. 이번에 태어난 판다도 앞으로 일 년 반에서 2년간 엄마와 함께 지내다가 똑 같이 보내진단다. 그 기사를 대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조선시대에 행해지던 노비종모법도 아니고 새끼까지 소유로 만든 중국의 처사가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한데, 이는 우리가 배우고 느끼며 실천할 바가 아닌가 한다. 자기 것을 지키고 명품으로 만드는 정책을 두고서 마냥 너무한다고 감성적으로 대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국가대계를 위해서 자기 것을 지키는 일은 얼마나 중요하고 바람직한 것인가. 과거의 우리를 돌아볼 때 회한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은 국토가 줄어 들었지만 옛날에는 동북아 한 영역을 차지하고 살았다. 그러면서 일찍이 농경문화를 정착시켰는데 그 역사는 실로 1만 3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1년 경기도 김포에서는 기원전 2,100년 경에 농사지은 볍씨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1998년 충북 청주시 소호리에서는 이보다 오래된 기원전 1만 3천년 된 볍씨 129톨이 출토되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것보다 무려 3천년이 앞선 것이다. 따라서 쌀의 기원지가 바뀌게 되었다. 콩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대두(콩)도 우리나라에서는 삼한시대부터 재배를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벼뿐만 아니라 콩도 원산지가 분명한데, 지금의 형편은 어떤가. 원조를 주장하기가 부끄럽게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기에 바쁘다. 종자전쟁에서 밀려도 한참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들어 정신을 차려서 로얄티를 지불하는 부담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지만 상당 부분은 아직도 종속관계에 놓여 있다. 그것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사례가 있다. 흔히 ‘라일락꽃’ ‘미스 킴 라일락’이라고 불리는 라일락은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국적불명의 나무로 취급되더니 지금은 외래종 비슷하게 되어 버렸다. 개량을 거듭한 가운데 미국의 꽃나무로 재탄생하고 말았다. 여기에는 안타까운 내력이 전해진다. 때는 1947년. 미 군정청에 근무하던 ‘엘윈 M. 미더’가 하루는 북한산에서 향취가 그윽한 토종 수수꽃다리 ‘일명 털개회나무’를 발견했다. 그는 씨앗을 받아 본국으로 가져갔다. 그는 이것을 싹 틔워서 이름을 ‘미스킴라일락’으로 붙였다. 이 나무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꽃이 아름다운데다 향기가 매우 좋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것이 역수입 되었다. 그리되어 지금은 사람들이 본래의 이름인 수수꽃다리는 잊어버리고 ‘라일락’으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기록을 찾아보면 이것은 엄연히 우리의 것으로 정향(丁香)이라는 이름으로 나와 있다. <속동문선>에 실린 남효원의 글에 보면 ‘정향꽃 꺾어 말안장에 꽂고 그 향내를 맡으며...’라는 글귀가 있다. 이렇듯 수수꽃다리는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 꽃나무였으나 지금은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국적불문의 것이 되었다. 이것 말고도 안위가 위태로운 것이 있다. 정선 동강에는 토종식물 ‘동강할미꽃’이 서식하는데 들리는 말에 이것의 생태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사진작가들이 하도 많이 몰려들어 짓밟아 놓은 바람에 성한 것이 거의 없고, 일부는 사람들이 뽑아가기까지 해서 개체수가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한편, 경기도 광릉에 서식하는 토종 요강꽃 또한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단다. 희귀한 식물이라는 말이 퍼져서 탐내는 사람들이 은근히 눈독을 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특정한 땅에서만 균사에 의해 서식하는 것이라 반출하면 곧바로 죽어버리고 만다고 한다. 이러한 터에 우리 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함부로 대한다면 장래는 어떻게 될까. 온전하게 보존되기 어려울 것이다. 걱정이 된다. 토종 수수꽃다리가 어느 새 우리 곁에서 자취를 감추었듯이 우리 것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보면 중국이 자이언트 판다에 대해 어미가 낳은 새끼까지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조금은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자기 고유의 자산을 지키고자 하는 점은 본받아야 하지 않는가 한다. 쌍둥이 판다의 출산소식을 접하면서 중국이 거기에 딸린 부대조건을 단 것을 보며 그러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2023) |
첫댓글 2023 창작수필 겨울호 발표.
수수꽃다리 사연은 처음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