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휴전선랠리 참가기
2007, 휴전선랠리의 재구성
휴전선랠리를 생각하면서 잔차를 타고 잔차를 정비(?)하면서 준비한지 한 달이 되었다. 아예 랠리 전후로 휴가를 얻어서 준비한 랠리, 장고님이 예약한 숙소, 미리 버스표도 예약한 랠리, 음하하 겨우내 게을리했던 잔차타기를 날이 풀리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계기는 남산 댕겨올 때 고생하고 나서 느낀 바가 있었지만 남한산성 오를 때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평지는 나름대로 출퇴근으로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탄천과 한강을 돌아 안양천을 거쳐 다시 집으로 오는 길은 백 번해도 영양가가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휴전선랠리는 도로라지만 고개를 포함한다는 것이 특징이라 하겠다.
그래서 중미산 너머 양평을 지나 남한산성을 넘어 돌아 오고, 천마산 임도를 댕겨오는 라이딩에 참가하여 즐기면서 몸에 불을 지폈다. 잔차바퀴를 2.1과 2.3에서 1.75로 바꾸어 주고, 브레이크 패드도 싱싱한 놈으로 교체한 준비는 나의 마음을 굳게 하는 의식의 일종으로 경건하게 치렀다. 잔차타이어를 바꾸면서 튜브상태도 깨끗한지 점검하였다. 파우더도 뿌려서 타이어에 눌어 붙지 않도록 하면서 신경을 썼다. 효과는 나중에 열어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 브레이크패드는 앞에는 새 것으로 뒤에는 앞의 것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교체하였다.
드디어 오늘 2007년 4월 27일(금), 일찍 일어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잠을 설쳤다고 표현해야 옳다. 아침 4시에 일어나 배낭을 큰 것으로 준비해야 할지 작은 것으로 가져가야 할지 망설이면서 짐을 챙기기 시작하였다. 배낭이 이런 저런 물건을 넣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쓰여 잔소리를 날리는 집사람의 핀잔은 차라리 노래처럼 들렸다. 나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남의 잠을 방해한다는 것에 전혀 미안해 하지 않는 뻔뻔함이라니...... 반성한다.
큰 배낭으로 결정한 후 작년 도솔산에 올라 김밥 먹던 생각에 요번엔 컵라면 국물과 함께 먹을까 하고 작은 코펠과 버너를 넣었다가 빼내기도 하면서 짐을 꾸리는데 열중하다보니 마음속으로 정해 놓았던 출발시간인 09시를 넘기고 있었다. 장고님과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은 11시 30분이다. 넉넉잡고 2시간이면 되리라 생각하고 09시 30분경에 출발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자, 출발이다. 설렁설렁 탄천을 달려 한강에 이르러 잠실 선착장 쪽으로 갔다. 잠실대교를 잔차로 올라 한강을 건넜다. 이렇게 잔차타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는 시설물들이 즐비한 서울은 분명 행복한 도시이다. 한강 북단에 도착하여 동서울터미널 쪽으로 올라가니 잠실철교가 나타났다. 여기서도 놀랐다. 동서울터미널까지 잔차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잘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장고님에게 전화를 하니 성수대교를 지나고 있단다. 동서울터미널로 빠져 나오는 길에 대한 정보를 주고 터미널로 가서 미리 예약한 표를 찾고 기다리니 장고님과 "서강에서"님이 도착하였다. 반갑게 인사하고 차를 기다렸다. 버스시간 12시, 아직은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처음 뵙는 서강(이하 "서강에서"님을 줄여 표기한 것을 양해 바랍니다)님도 금방 친근감이 들었다.
(사진 위에 마우스를 놓았을 때
표시가
표시로 바뀌면 크게 볼 수 있는 사진입니다.)
집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 가는 과정 그림
동서울에서 간성까지 버스비 18,600원 소요시간 3시간 30분이었다. 버스가 승강장에 도착하고 잔차를 싣기 시작하였다. 화물칸에 칸막이가 되어 있어서 잔차바퀴를 분해하였다. 약 10분정도의 시간 안에 처리해야 되는 일이었다. 국도를 따라 달렸다. 나는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줄 알았는데 양평과 원통을 지나는 지방도로를 이용하는 버스였다. 원통을 지나 진부령을 넘어 갈 때 작년 휴전선랠리에 참가하여 달렸던 원통의 고개 길을 보니 가슴이 뛰었다. 처음 참가하는 서강님에게 설명하면서 버스로 쉽게 넘은 길을 잔차로 힘들게 넘어 올 생각을 하니 왠지 모르게 온 몸에 힘이 들어갔다. ^^
목적지인 간성에 도착(15시 30분경)하여 잔차를 내려 조립하고 금강산콘도로 향하였다. 이미 집에서 동서울터미널까지 30키로이상 달렸으니 오늘은 내일의 랠리를 위한 몸풀기라고 생각하고 주변을 즐기면서 달리리라. 간성읍내를 달리면서 점심을 먹을 식당을 찾았다. 드디어 의기투합하여 간 곳은 흑 돼지 전문 식당이었는데 주인장의 입담에 장단을 맞추면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낮에 삼겹살로 밥 한 그릇과 쇠주를 한 병을 보냈다. 처음 뵙는 서강님과 대작하였다. 이제 숙소에 도착하여 내일 랠리를 위한 휴식을 취하면 오늘 일정이 끝이라고 생각하니 숙소까지 라이딩하는 것이 얼마나 가뿐한 일인가?
숙소까지 라이딩한 그림 -2-
느긋한 식사를 마치고 7번 지방도를 따라 달렸다. 얼마를 달려 장고님의 안내로 화진포에 도착하였다.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었다. 장고님은 이미 와 본 곳이란다. 아마 地氣가 센 곳 인가보다. 역사의 질곡에서 흐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휴양하기 위해 택한 곳이니 말이다. 가까운 거리에 이승만, 이기붕, 김일성별장이 있었다. 무한권력이든, 티끌 같은 인생이든 간다. 그저 맘 편하게 라이딩 하리라.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인물들이 머물던 곳이 이제 여행객들의 눈 길을 머무르게 할 뿐 이다. (서강님, 슬로우님, 장고님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
화진포에서 동해를 바라보면서 가슴을 시원하게 하였다. 다시 계속 북쪽으로 향하였다. 어느덧 숙소인 금강산 콘도를 지나고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 주자창을 지나 명파리에 도착하였다. 장고님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가 신고 없이 출입하는 최북단 해수욕장(하계)이란다. 물론 철조망이 버티고 있어서 비수기엔 해수욕장의 모래를 밟을 수 없다. 조용한 마을이었다. 어스름 해가 지려 하는 풍경이 고즈넉해 보였다.
눈을 조금만 돌리면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모습이 곳곳에 있지만 그래도 꽃은 피고 있었다. 늦은 오후라 학생들의 모습은 없었지만 아담한 학교 구석구석 해맑은 아동들의 웃음소리가 묻어 있었다.
명파리 해수욕장 주차장에서(분단의 아픔으로 모래사장은 밟을 수 없음)
명파초등학교 앞
구경을 마치니 이제 어둠이 내리려 하고 있다. 간성에서 16시경에 출발하여 18시가 넘도록 구경하면서 달린거리가 약 31Km이다. 명파리와 숙소사이에 있는 조그만 언덕을 넘을 때는 내일의 랠리가 걱정이 되었다. 몸풀기 라이딩이 아니라 지친 라이딩이 된 느낌이다. ^^ 숙소에 도착하여 객실에 짐을 풀고 내려와 저녁식사를 돌솥비빔밥으로 하였다. 한참 후 황토님 일행이 도착하여 내일의 랠리준비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여기서 느낄 수 있었던 사실이 랠리 준비에 얼마나 많은 공력이 드는지 알 수 있었다. 미리 코스 답사와 숙소 현황 파악하는 일부터 랠리번호판 제작, 참가자에 랠리 안내 등등...... 그저 랠리에 참가해서 즐기는 입장에선 미안할 뿐이다.
참가 동호회 별로 번호판 분배하는 일을 하면서 이러한 행사가 진행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준비가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순수한 동호회의 열정이다. 참가비 없이 하는 행사라 더욱 빛나는 것 같다.
이제 내일의 랠리를 위한 꿈나라로 빠져들 시간이다.
2007년 랠리 첫날(2007. 4. 28 토요일)
드디어 기상시간이다. 04시 출발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였다. 아침은 어제 준비한 라면과 햇반으로 마련되었다. 새벽 라이딩을 위한 라이트를 준비하고 각자 자기 짐을 챙겨 숙소를 나와 출발지인 통일전망대출입신고소 주차장에 도착하여 보니 벌써 몸풀기 라이딩을 하는 사람, 아침식사를 챙겨 먹는 사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야시장처럼 떠들석한 주차장은 조용한 새벽을 깨우고 있었다. 속속 도착하는 관광버스에서 쏟아지는 라이더들의 모습을 보니 흥분되기 시작하였다.
첫날 라이딩 코스그림 -3-
첫날 고도표시그림 -4-
약 220여명의 참석자들 속에 내가 있다니...... 음하하....
준비한 참가번호표를 받고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기다리다가 04시를 넘기면서 하나 둘 출발하기 시작하였다. 작년 랠리 경험을 살려 올해는 즐기기로 했다. 너무 달리는데 급급하다가 허기때문에 기진맥진하면 주변의 볼거리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좀 더 여유로운 라이딩을 하리라 생각했다.
또 하나 작년에는 준비해간 음식물들이 연양갱, 육포, 초콜렛, 파워~등등 다양했었는데 올해는 간단하게 파워~와 통일했다. 언젠가 육포는 소화가 되질않아 별 도움이 없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고
초코렛, 연양갱등은 먹기가 불편할 뿐만 아니라 포장지가 끈적거리는 내용물이 묻어 관리하기 힘들어 라이딩 중에 포장지 몇 개를 버렸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마치 마라토너들이 물을 마시고 패트 병, 일회용 컵, 물 스펀지 등등을 사용하고 길바닥에 버리는 모습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작년에 이러한 행동을 한 까닭에 마음 한 구석 찜찜한 기분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청정지역을 가로지르는 길에서 누가 치운다고 쓰레기를 남기고 온 단 말이냐. 올해는 한 조각의 포장지도 버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빈 봉지를 배낭에 준비하였고 내가 지나온 도로에 남긴 건 추억뿐이다. ^^
진부령에 다다를 시간이 되니 서서히 밝아오는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진부령 오르기 전에 한 번 쉬어주고.... 힘 내어 오르는데 내 배낭을 보신 분들이 한 마디씩 던져 격려해주신다. 지원차량에 실어주시겠다는 분, 가출했냐고 농담을 던져 힘들 주시는 분, 그런 분들과 이야기 나누며 진부령을 쉽게 넘을 수 있었다.
진부령을 넘어 내려 달리는 곳에서 발이 시려웠다. 봄은 봄이로되 봄이 아닌 형국이다. 진부령을 오르려고 온몸이 땀에 젖어 있던 상태에서 내리 쏘는 잔차위에 있으니 초대형 선풍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바람 앞에서 버티고 있는 효과가 나타났다. 봄에 발 시려울 정도로 라이딩하는 맛을 느낄수 있는 휴전선랠리.... 그래도 달린다. 원통에서 김밥으로 대신하려던 장고님과의 계획에 차질이 왔다. 백담사입구 부근의 이름 모를 식당을 추천하신 분이 있어서 미리 자리잡으신 분들과 함께 아침을 된장국으로 해결하였다. 토속적 향내가 진한 된장국이었다. 잠깐 찰칵!
식당 안에 있는 나무여인상과 장난을 했다. ^^
아침 6시 50분 도착, 라이딩 거리 50km, 아침식사 40분동안 언 몸도 녹이면서 밥 두 공기 뚝딱 해치웠다. 배를 채웠으니 또 달린다. 한참 달리고 있는데 큰산님 잔차의 뒷바퀴가 흔들린다. 불안한 마음으로 달리고 있는데...
좀더 가다 보니 바퀴살 하나가 허브에서 분리된 것을 본 회원님이 알려주었다. 서행하여 넓은 공간이 있는 주유소의 빈터에서 장고님이 바퀴살 고정하는 공구로 해결한다. 장가이버님이라 칭하고 싶다. 역시 랠리는 함께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력이다.
조금 달리니 원통이 나타났다. 작년에는 여기서 김밥을 챙겨 먹고 배낭에 채우고 갔었는데 올해는 그냥 지나 서화를 향해 고개를 넘었다. 여기부터는 차량도 뜸해지고 이런 저런 고개들이 나타나는 분위기가 낯설다. 작년에 달린 길인데도 말이다. 구비구비 냇가를 따라 난 길을 달리는 기분은 무엇보다도 좋다. 다른 곳 보다 늦게 봄이 오는 풍경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오지임을 알린다. 해안에 도착하였다. 사방이 산에 둘러 쌓여 있어서 그릇( punch bowl)처럼 된 곳이다. 도솔산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휴식을 취해야 한다. 도솔산지구전투전적비에서 쉬면서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다.
이제 도솔산을 넘는 일만 남았다. 작년에 힘들어서 저속으로 놓으면 엉덩이에서 불이 나고, 기어비를 고속으로 조금만 올리면 힘든 상황에 빠져 "이렇게 힘든 일을 왜 하냐"고 궁시렁거리면서 오르던 길이다.
도솔산 오르기 전에 큰산님, 장고님, 라이더님 기념사진이다. 올해는 모래알을 세는 일이 없었다. 주변의 두릅을 감상하느라고 잔차에서 자주 내렸기 때문이다. 라이더님은 안장에 수건을 대어 엉덩이 보호에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나 보다. 두릅채취에 여념이 없는 나와 거의 비슷한 시간에 도솔산 정상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라이더님의 음성에서 느긋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고개 중간에 해안면이 잘 보이는 곳에서 한 장 찍었다.
앞서 간 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미안한 마음 뿐이다. 도솔산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라이딩하면서 내내 느낀 봄의 모습은 없고 겨울의 끝자락이 어딘가 숨어서 이별을 아쉬워하는 듯하다. 다른곳은 벌써 이파리가 짙은 색으로 변해 여름을 반기는데 이곳은 가랑잎 밑에서 부끄러운 모습으로 앙증 맞게 피는 노랑 야생화가 봄임을 알리고 있을 뿐이다. 지난 랠리에서는 엄청 고통스럽게 오른 이길, 이제는 여유롭게 두릅을 살피면서 쉬엄쉬엄 오른다. 엉덩이의 반항으로 잔차에서 내려 걷는 라이더님과 함께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도솔산 정상에 올라보니 모두 올라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제 도솔산을 내려가는 일은 또 다른 짜릿함을 준다. 시속 30~65Km사이를 오르내리는 속력으로 꼬불꼬불한 길을 달리는 긴장감이란 땀뻘뻘 흘리며 오른 고통의 보상이다. 바람막이 옷을 퍼덕이는 바람소리, 오르기 힘든 만큼 내려가는 기쁨도 비례하는 것은 인생의 모든 이치와 다름이 없다. 크하하.......
시원하게 내리 쏜 후 동면에 있는 영림식당이란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도솔산 두릅을 살짝 익혀달라고 내 놓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한 말씀하신다. "아직 피지도 않은 두릅을 채취했으니 불쌍해서 어쩌나!"
나의 욕심이 결국 또 사고를 쳤다. 에구 불쌍한 두릅, 두릅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같이 라이딩한 분들과 한 개씩 나누어 먹었다. 봄을 먹었다. 여기서도 밥 2공기 뚝딱....
도착시간 : 12시 30분( 점심시간 40분), 출발점으로 부터 118Km 이제 또 달린다. 군부대가 대부분인 곳을 달리다. 도고터널 지나 휴식을 취했다. 전쟁기념공간인 곳이었었는데 사진을 찍지 못했다. 완장을 찬 아줌마가 쉬고 있던 곳이었는데..... 분위기가 이상해서 배낭을 살펴보니 점심 식사한 곳에서 바람막이 옷을 놓고 왔다. 큰일이다. 앞으로 내릴 쏘아야 할 곳이 있는데 추우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면서 찾을 방법을 궁리하는데 식당 전화번호를 알고 있는 분이 없었다. 번뜩 머리를 스치는 생각, 내가 식당에서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것을 떠올리고 카메라의 사진을 표시창으로 확인해 보니 다음과 같이 전화번호가 나왔다. 국번호만 말이다.^^ 이런 낭패가 있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랠리 진행을 도와주시는 강한다리님에게 연락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고 슬로우님이 통화를 하였다. 다행이다. 자기 물건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다른이에게 불편을 끼쳤다. 방산면 오미리, 이제 평화의 댐에 가기 위한 고개를 넘어야 한다. 오천터널을 넘기 전에 휴식을 취한다. 휴식을 취하면서 백에 있는 음료를 빨아 마시는데 다 떨어진 것 같다. 허걱, 불안해진다. 그나마 다행이다. 평화의 댐에 가면 보충할 수 있으니 말이다. 고개가 지겨워 지기 시작한다. 터널 안내표지판이 나오면 반가울 지경이다. "500m 앞 터널 주의" 요 표지판이 반가운 것이다.
오천터널을 지날 때의 서늘함이라니..... 땀으로 흠뻑 젖은 옷에 냉기가 있는 바람을 쐬는 기분, 힘든 라이딩에 청량제다. 오천터널을 지나 오르내리길 여러 번, 드디어 평화의 댐이다. 여전히 관광객이 반갑다. 이렇게 외진 곳에 차량을 이용하여 구경 오는 사람이 많이 있다. 일단 매점으로 가서 스포츠음료를 물주머니에 채워 넣고 휴식을 취하였다. 많은 잔차인들이 매점에서 음료를 보충하니 그 매점, 오늘 땡잡았다. 이렇게 휴전선랠리는 행운을 얻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기분 좋은 축제이다. 도착시간 16시 00분, 출발지로부터 154Km, 해발 280m, 이곳도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구조물이다.
댐의 존재에 대한 갑론을박으로 뉴스의 한 면을 장식하였던 곳, 내 눈에는 그냥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조용한 곳인데.....
자, 오늘의 마지막 관문인 해산터널 넘기가 남았다. 아흔아홉구비의 길을 오르고 또 올라야 한다. 징글징글한 길. 작은 터널을 지나서 체인이 벗겨지는 바람에 넘어질 뻔 하였다. 체인이 벗겨졌을 땐 페달에서 신발을 분리시키는 것이 우선인데 헛 페달을 무의식적으로 돌려대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몇 바퀴 페달을 돌리다가 겨우 멈추고 잔차에서 내렸다. 에궁.... 힘든 길을 오르기도 전에 힘이 빠지는 일을 겪었다.
해산터널 입구까지 돌고 돌아 올라갔다. 차량이 없어 조용한 산길, 새소리와 바람소리뿐인 곳을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면서 거친 호흡으로 오른다. 이윽고 주변의 모든 소리는 사그라 들고 내가 뿜어내는 숨소리만 내 귀를 가득 채운다. 무념, 무상, 아무 생각 없이 요번 모퉁이를 돌면 터널이겠지 하고 돌면 또 굽이 굽이 도는 길이 나타날 뿐이다. 중간에 잠시 손바닥처럼 짧은 다운힐의 맛에 기뻐하는 단순한 심리에 빠지면서 말이다. 해산터널 역시 서늘한 기운이 엄청 좋았다. 약간의 내리막길이기 때문에 터널 내부에서 엉덩이를 안장에서 분리시키자........ 전신을 훑고 지나는 냉기에 기분 전환되면서 힘이 충전되는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제 목적지인 화천 대이리까지 내리막이다. 오늘 라이딩의 고생에 대한 보상인 듯 달렸다. 평속 30이상으로 달리는 듯하다. 미리 와 있던 회원님들에게 전화가 왔다. 저녁식사 장소로 가라고, 어죽집에서 오늘 힘든 랠리를 마무리 하면서 어죽과 동동주로 배를 채웠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숙소인 굴바우민박로 가서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피로에 찌든 몸을 씻고 휴식을 취할 때 황토님의 랠리에 대한 평가를 들었다. 랠리는 서로서로 도와서 어려움을 덜어 라이딩하는 것인데 각자 라이딩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에 장고님이 내일 라이딩에 대한 "뽐뿌(?)"가 있었다. 지금까지 말조의 비표를 부착하고 뒤에서 느긋하게 달리며 말조의 본분을 지켰는데 내일은 이런 분위기가 달라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뚜시쿵~ 산거미님이 제작해 배포한 말조 비표(?)
오늘의 총라이딩 거리 187Km, 출발시간 : 04시 숙소도착시간 : 19시 35분
깊은 잠, 방안에는 피곤함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소란스런 환경이었겠지만 나의 장점인 귀 닫고 잠자기(잠에 취하면 아무 소리 못 듣는 지경에 이름)의 효과를 톡톡히 본다. 코고는 소리는 없었다.
2007 휴전선랠리 둘쨋날(2007. 4월 29일)
오늘은 05시가 출발시간이다. 이에 맞추어 숙소를 나서려고 일찍 일어났다. 하루 일과의 시작은 기상을 실장님께 보고하는 일이다. 그런데.... 긴장된 시간의 연속이라 그런지 매일 면담하던 실장님의 부르심이 없어서 불안했다.
장고님의 표정을 보니 벌써 면담을 마친 느긋한 얼굴이다. 확인해 보니 일찍 해결 했단다. 냉수를 들이켰다. 실장님의 호출을 기원하면서 말이다. 라이딩 중간에 부르시는 불상사가 발생하면 골치 아프다. 면담의 결과로 자연친화적인 부산물이 생긴다 해도 시간이 지체될 뿐만 아니라 마땅한 면담 장소를 물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숙소 출발 바로 전에 부르심을 받았다.
민박집에서 잔차를 꺼내 간단히 점검을 하였다. 200여 Km를 달렸으니 체인오일을 칠해 주었다. 여기서 가람님의 노련한 점검 실력을 보았다. 평소에 잔차를 사랑해준 내공이 드러난다. 드디어 출발, 찬바람을 가르고 출발집결지로 약간을 꺼꾸로 대이리 쪽으로 갔다. 목적지까지 천천히 몸풀듯 운행을 했다. 기분이 엄청 상쾌하였다.
오늘은 말조에서 빡조로 이름을 바꾸기로 한 까닭에 초반에 몸 관리를 해야 했다. 일산엠티비에서 말조에 끼어 랠리 완주한 것 만으로도 뿌듯하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힘을 주면서 달렸다. 어둠을 뚫고 달리는 라이더들이 점점 늘어 났다. 집결지에서 간단한 인사를 하고 오늘의 랠리를 시작하였다. 사진을 보면 긴장감이 묻어난다.
화천쪽으로 향하여 달리던 중 갑자기 속도계가 잔차에서 이탈되었다. 아뿔싸.... 일행에서 떨어졌다. 잔차를 서서히 길가로 몰아 세운다음 다른 라이더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속도계가 분리된 곳으로 갔다. 어둠속을 헤드램프로 비추면서 난감한 생각이 들었다. 무리하지 않고 라이딩하려 했는데 몇 분만 지체되어도 일행과 뚜~욱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속도계를 포기할까 하다가 앞서가는 일행이 화천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따라 가면 되겠지 하고 꿋꿋하게 찾아보았다. 물론 지나가는 라이더들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떨어진 소리 들리던 곳과 전혀 엉뚱한 장소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오~메 반가운 거....
요번 랠리에서는 물건 잃어버렸다 찾는 것이 추억이 되려나....... 다시 장착하고 초반 서행한다는 생각과 달리 약간은 과속을 하여 몇 개 팀을 추월하여 화천시내에 진입을 하니 날은 서서히 밝아오면서 주변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작년에 본 눈익은 거리였다. 거리가 낯설지 않는 만큼 불안감도 어둠과 함께 가시기 시작하였다. 김밥집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장고님이 보였다. 이미 식사를 시작하신 분들도 있고.... 편의점으로가 음료수를 챙겼다.
조금만 늦었어도 다른 팀 지원하시는 분들이 스포츠음료를 싹쓸이 하는 바람에 곤란을 겪을 뻔하였다. 휴~ 또 다행이다. 시간을 지체 할 수 없어서 다시 김밥집으로 향하였다. 늦은 김밥을 먹고 그 바쁜 와중에 라면도 한 그릇 시켜 먹었다. 그래도 작년보다 시간이 절약된 느낌이다. 자!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틀째 랠리를 시작할 수 있다. 화천을 지나 조그만 언덕이 나온다. 작년에 우비를 쓰고 넘던 고개였는데...... 요번 랠리는 날씨가 너무 좋았다. 주변은 서서히 군부대풍경으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고개.
2일차의 첫 시련이 있는 말고개, 1일차에 넘던 고개에 비하면 쉬운 곳인데도 땀을 흘리면서 오를 때 동서울행 버스가 지나가는 곳, 버스에 몸을 맡기고 싶은 유혹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정상부근에서 굴욕모드로 사진을 찍었다. 지친 표정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귀차니즘의 포로가 되었다.
말고개를 내리 쏘면서 다시 힘을 충전하였다. 평지에 다다르면서 바람이란 심술꾸러기를 만났다. 김화 - 철원 너른 들판을 무작정 달렸다. 앞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교대로 하면서 달리는 기분은 좋았다. 다만 언덕 오를 때 앞에서 서행하면서 매연으로 응원(?)하는 지원조 차량에 대한 원망으로 지원조의 적절한 지원을 받는 라이더들이 부러워 보였던 기분이 사라졌다. 철원에 있는 옛 노동당사에서 초로객님을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다. 라이딩중 부상당한 몸으로 지원조를 하신단다. 열정이 대단한 분이시다.
바람과 악전고투(?)하면서 달리고 또 달려서 신탄리 지나 대광리에 도착하였다.
마음속으로 군생활 하던 곳이었음에 왠지 모르게 기분이 과거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때 같이 있던 동료들은 어디서 무었을 하고 지낼까? 벌써 20년이 넘었다. 이런 상념은 곧 사라졌다. 허기진 상태에서 먹을 곳을 찾는 일에 열중하였기 때문이다. 점심도 시간절약과 에너지 보충에 중국요리가 적합하다는 의견 조율로 짜장면으로 결정하고 중국요리집을 찾았다. 대광리 뒷골목에 위치해 있는 곳을 찾아 점심을 주문해 놓고 장고님과 서강님을 기다렸다. 장고님의 동행으로 서강님이 힘을 얻었으리라. 이처럼 랠리에선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하여 힘을 주고 받으면서 완주하는 것이 훨씬 쉬우리라.
점심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였으니 힘이 절로 난다. 요번 랠리는 중간에 허기진 상태로 빠져들지 않도록 적절하게 음식을 섭취한 것이 다행스럽다. 작년에는 부들부들 떨릴 지경에 이르러서야 허기진 배를 채웠으니 효과가 없었다. 바람의 저항도 있었지만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렸다. 왕징면 화이트교 있는 삼거리까지 와서 휴식을 취하였다. 여기서 큰산님이 식당에 휴대폰을 놓고 온것 같다면서 중국집에 전화를 하려는데 내가 중국집전단지를 들고 왔던 것을 보여주었더니 어제 바람막이 옷을 놓고 온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바로 요놈이다.
역시 겪어봐야 터득하는 내가 부족하다. 연락을 해 보니 주인장 대답이 "휴대폰은 뭔 휴대폰" 이란다. 큰일이다. 걱정하고 있는데 허걱..... 큰산님 바지주머니에 있었다. 이렇게 힘들면서도 웃을 수 있는 일이 생기니 즐겁다.
이제부터는 길 바닥에 표시된 도로 안내표를 잘 참고하여 달려야 한다. 어떤 규칙을 가지고 안내하였는지 파악을 하고 나니 길 찾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GPS에 미리 트랙을 준비해 간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새로 난 큰 도로를 이용하여 달리는 라이더들도 보였지만 우리는 한적하고 안전한 도로를 이용하여 표시를 따라 달렸다.
그래야만 맛 볼 수 있었던 밥재약수터의 물을 마셨다. 이렇게 자유로 옆의 한적한 도로를 이리 저리 달리다 보니 코스 준비에 힘쓴 운영진의 노고를 새삼 느꼈다. 마지막 수퍼에서 음료수 챙겼다. 목적지에 도착할 수록 힘은 나는데 조그만 언덕도 높아 보였다. 안전하게 라이딩하여 도착한 시간이 15시 35분 이었다.
함께하신 분들과 랠리 준비하시고 운영하신 분들에게 다시 한번 더 고마움을 느낀다.
오늘의 총라이딩 거리 180Km, 출발시간 : 05시 도착시간 : 15시 35분
같이한 일산MTB회원님들과 함께 끝까지 완주하여 기쁘다. ^^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다른 라이더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은 일산에 있는 묵은지집에서 해결하였다. 랠리의 뒷얘기로 즐거운 식사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두워졌다.
집에까지 잔차로 가기로 마음 먹었다. 장고님과 큰산님의 걱정스런 안내를 받아 행주대교까지 와서 잔차도로를 이용하여 집으로 달렸다. 혼자 달리려니 힘들고 피곤이 몰려 왔다. 후회스런 마음이 들기 시작하였다. 여의도를 지나는데 "하이서울 축제"의 일부분인 듯 한강에 야간 조형물을 설치해 놓았다. 쉴 겸 잔차를 세워 놓고 찰칵 했다. 그래도 힘들었다.
서울 비행장 옆을 지날 땐 너무 힘들어 탄천에선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기가 퍼덕이는 소리를 들으면서 걸어 갔다. 조명도 없는 곳을 걸어 가니 기분 묘해 졌다. 야심한 밤에 왠 청승인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결국 집에 도착하였다. 일산에서 집까지 거리는 70여키로 밖에 안 되는데 엄청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다.
랠리의 끝에는 요거 하나가 펄럭인다. 그 고생을 왜 하냐구,
아무 이유 없다. 완주가 전부다.
랠리의 휴유증이 많이 남아서 완주한 기분이 오래 가길 바라면서 랠리의 재구성을 마친다.
이 글을 정리하면서 랠리를 하는 것처럼 흠뻑 빠져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
첫댓글 '범죄의 재구성' 뺨치는 환상적인 '랠리의 재구성'에 아낌 없는 환호를 보내 드림니다. 브라보 휴전선랠리!!! 브라보 집나온 배낭 !!! 브라보 아직도 얼얼한 내 엉뎅이 ㅋㅋㅋ...
랠리의 열정만큼이나 후기 또한 열정이 넘칩니다.
^^* 해돋이님 뵙게 되어서 큰 기쁨이였읍니다... 010-7797-1258 목소리 함 들려주세여... 늘 건승하시길...
아무 이유 없어... 피스~~~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곳에 다녀오셨네요^^~~~~~~~~~~~~~~~아직도 엉덩이가 얼얼합니다..
해돋이님 함께 라이딩 하게 되서 즐거웠습니다. 두릎도 좋았구요. 좋은 후기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