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호 씨와 모든 계획을 마치고 헤어진 금요일 저녁.
전화가 옵니다. “월요일에 친구 만나고, 친구 어머니까지 뵙고 오는 거 어때요? 친구가 다온빌까지 차 태워준대.”
둘째 날, 월요일 일정은 하늘물빛정원 방문으로 끝납니다. 양어머니께서 친구가 하늘물빛정원까지 자차로 데리러 오는데, 친구분 어머니까지 뵙고 오면 어떠냐고 물어보십니다. 김희호 씨가 엄마의 둘레 사람까지 만나는 것이니 좋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십니다.
당장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희호 씨와 어머님의 여행이고, 어머니의 의견인데 제가 뭐라 할 수는 없죠….” 담당 직원 선생님과 한 번 더 이야기해 보시라 전했습니다.
담당 직원 선생님은 어머님께 이 여행이 학생의 과업이기도 하다는 것을 언급했다고 하십니다. “이다정 학생이 답을 내릴 것이다.”라고 전하였다고 하십니다. 제가 답을 내려야 했습니다.
김희호 씨와 토요일에 만나지 않습니다. 여행 당일인 일요일에 만납니다. 그간 어머님과의 통화 시에는 늘 김희호 씨가 곁에 있었기에 나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렵습니다. 지금, 가장 먼저 김희호 씨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리 바뀌어도 괜찮냐고.
당시 고민이 많아,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했습니다.
아, 김희호 씨만 생각한다고, 김희호 씨의 둘레 사람인 양어머니의 입장까지는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다정 선생님이 할 몫이 아니야.” 네, 김희호 씨와 어머니의 여행입니다. 제가 결정할 건 없었습니다.
어느새 밤이 되었지만, 서둘러 어머님과 통화합니다. 그 일부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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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통해서, 엄마 친구를 만나게 되잖아. 그런데 그게 학생이 계획하는 데 불필요하다면 굳이 안 만나도 괜찮아요. 친구는 다음에 봐도 되니까.”
“아닙니다. 제가 판단할 게 아니고, 제가 정할 게 아니었더라고요. 어머니께서 이 여행을 위해 노력해 주신 것이고…. 저도 그렇게 여행이 예상치 못한 인연들로 타고 흘러가는 것도 좋습니다. 희호 씨가 어머니 친구분까지 관계가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것도 좋고, 그냥 어머님 친구 만나서 희호 씨가 어떻게 예의 바르게 행해야 하는지 배워가는 시간 가지는 등 이런 것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판단하기를 이제 안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계속 말씀해 주시는 게 ‘제가 짠 계획’이라 하시는데요. 제가 몇몇 의견을 내기도 했겠지만, 사실 휴양림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먹고 싶은지까지 희호 씨와 어머님이 다 짜신 계획이에요. 저는 거기에 얹혀가는 입장입니다. 함께 여행 계획 잘 짜게끔 돕는 입장에서 온 겁니다. 다만, 희호 씨 의견이 안 들어갈 것 같아서 제가 고민하고 있던 겁니다. 희호 씨가 생각하는 여행이 아니게 될까 봐 걱정한 겁니다.”
어머님은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가 여행지 근처에 온다고 하여 반가우니 만나고, 친구의 제안으로 근처에 살고 계신 친구 어머님까지 만나려 했던 것이라 하십니다. 제가 고민하는 것을 보고 무거운 짐을 준 게 아닌가 싶었다며 없던 일로 하자고 하십니다. 실습생인 제가 함께하는 여행이니 일정이 추가 혹은 변경되면 이렇게 바뀐다고 하나하나 직원에게 보고하고, 확인받아야 하나 싶어 머리가 복잡해졌다고 하십니다.
이에 “고민이 오래 걸렸던 이유는 ‘희호 씨가 계획한 여행이 아니게 될까 봐, 희호 씨 의견이 안 들어갈까 봐.’ 였습니다. 그리고 국장님과는 이미 의견 나누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국장님이 “어른으로서 아이 둘과 함께 여행 가게 되는데 할 수 있는 노력을 하신 것 같다.”라고 말해 주셨고(중략)"친구분과의 일정이 추가된 것은 희호 씨에게 잘 설명해 주시라 부탁드리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희호 씨가 주도하는 여행은 처음이니, 당장 잘 갖추어져 있는 좋은 여행이라기보다는 자기가 준비해 보는, 경험이었으면 좋겠다 싶어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어머님의 고민과 의견도 여행 계획에 담으면 좋으니 여태껏 주신 의견들을 담은 것이었는데, 이 부분은 확장된 느낌이라 고민하였습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어머님은 교통편이 불편하니, 어떻게 하면 편히 올 수 있을지를 고민하셨다고 합니다. 김희호 씨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차로 운전해 가면 계획이 없어도 좋은 데를 그때그때 들를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다 보니 고민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김희호 씨가 덜 힘들었으면 좋겠는 마음, 무리했다 여행 다녀온 후 아플까 걱정하는 마음을 갖고 계셨습니다.
“나 혼자면 갈 수 있어. 뭐든지 할 수 있어. 그런데 옆에 사람을 인솔해서 가는 상황이 되는 거잖아. 지금 내가 어른이니까. 계획은 다정 학생이 세웠어도 어른이니까 내가 인솔해야 하는 모습이 된 거잖아. 그래서 생각이 좀 많아졌던 거지.”
교통수단 안된 것이 가장 큰 걱정, 문제였다고 하십니다. 휴양림을 택한 것도 다니기 좋으니까, 이왕 여행 간 김에 좋은 것도 보여주고 싶어서 였다고 하십니다.
“제가 바라던 게 그거였거든요. 꼭 자식이 모시는 여행이어야 되냐, 같이 준비하는 여행이면 안되냐, 도로 그 답들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 결국 이렇게 같이 준비하게 되는구나.'”
“희호가 좋아하는 것도 생각해야 하고, 어떤 게 희호한테 좋은 일일까 고민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잖아. 지금, 그러니 이리 계획하게 되는 거야.”, “학생은 좀 더 잘하고 싶고, 프로그램 잘 되면 좋겠는 거지.”
“결과도 상관없는데, 방법이 이렇게 흘러가는 게 맞는지 고민되었습니다”, “방법이 잘 된다면 결과야 어떻든 다 의미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거드는 게 맞나? 이 부분에서는 내가 어디까지 거들어야 하는지, 어디까지 내가 의견을 낼 수 있는 부분인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사실 두 분의 의견을 살리고 싶어 뒤로 많이 빠지고 싶었거든요.”
“내가 학생이 생각하는 것까지, 배우는 것까지는 잘 모르니까. 나는 좋은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희호한테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
“많은 도움이 되십니다. 양어머니 말이라면 ‘아 맞다, 엄마가 이렇게 말했으니까.’ 하며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들이 희호 씨에게는 어떻게 보면 좋은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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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일단 일정은 그냥 계획대로 하고 그날 친구하고 연락해서 안 되면 취소해도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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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 학생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서 미안하네.”
“아닙니다. 저는 이런 고민을 하고자 왔으니까요. 덕분에 이런 고민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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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안 하고 갈 수도 있었어. 잠깐 친구 만날 수도 있는 거니까. 우연히 만난 걸로 할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면 내 마음에 분란이 생길까 봐.”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걸 통해서 무엇이 더 낫고, 낫지 않고를 떠나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서 내가 가져야 할 태도는 뭔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결정내릴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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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일정 봐서 여의치 않으면 친구네 집에 안 가도 상관없으니까.”
“그러면 열린 결말로 둘까요?”
“응. 시간 되고, 교통편이 되면 교통편만 도움받는 걸로 해도 되고, 희호한테는 내가 잘 설명할게요.”
“이를 1박 할 때 이야기해 볼까요? 어떻게 할까요?”
“희호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지 뭐.”
일요일에 숙소에서 이야기해 보기로 합니다.
“이야기해 보고 희호도 좋다고 하면 그냥 친구네를 들리든지, 들리는 것을 빼고 차 타고 오는 것만 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우리끼리 오든지 해요.…마음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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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귀한 나눔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학생을 만나서, 하나님이 희호에게 좋은 사람을 많이 붙여줘서 이렇게 또 여행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신 것도 감사하고, 뭐든지 감사해요. 내일은 좀 푹 쉬어요. 걱정하지 말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통화를 마칩니다.
조언해 주신 선생님들께 마저 알립니다.
최승호 선생님, 국장님 의견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어찌 말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었고, 덕분에 희호 씨의 둘레사람인 어머니의 입장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선생님과도 어머님과도 이야기 잘 마쳤습니다. 제가 고민하던 바도 잘 말씀드렸고, 어머님도 이해해 주셨습니다. 저도 어머님의 마음을 이해했습니다.
결론은! 하늘물빛정원 이후의 일정은 열린 결말로 두기로 했습니다. 어머님도 희호 씨에게 잘 설명하겠다고 하셨습니다. 희호 씨가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끼리서 돌아오고, 괜찮다고 하면 잘 다녀오자 하셨습니다. 친구분은 언제든 그 만남을 취소해도 되는,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 하십니다. 부탁하고, 거절하는 데 부담이 없는 사이라 하셔요. 어머님이랑 여행이란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 같이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어른 한 명에 젊지만 어린 사람 둘이 갑니다. 어른인 어머님이 부담될 수 있겠다는 걸 느꼈습니다. 어머님 마음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결정하는 일은 없습니다! 안 하기로 했습니다! 이제 맞지요! 대신 제 고민과 생각을 전하기만 했습니다.
본 취지대로, 부담 없이 이리되든 저리되든 즐겁게 다녀오자 하였습니다. 어머님이랑 희호 씨랑 여행하면서, 그때 정해보기로 했습니다.
2024년 7월 5일 오후 10:48
2024년 7월 5일 금요일, 이다정
※이다정, 성찰, 24-10, 이다정 선생님이 할 몫이 아니야
※2024년 단기사회사업 합동연수 후기2- 이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