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을 일으킨 이무기
임두환
용산의 이무기가 내란을 일으켰다. 2024년 12월3일 밤, 10시 25분경이었다. TV 연속극을 보는데 자막으로 속보가 떴다. 곧바로 이무기가 나타더니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지 않는가? 처음에는 가짜뉴스인 줄 알고서 설마 했지만 기정사실이었다. 용산의 이무기가 밤중에 지랄 발광한 짓이다.
그날 저녁, 공포에 떨며 뜬눈으로 뉴스를 지켜보았다. 점점 커지는 정치적 압박에 못 이겨 비상계엄을 선포한 듯 했다. 공황장애 환자가 아니고서야 현직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켰다니,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지 싶다.
용산의 이무기는 “야당의 계속되는 패악 질에 열 받았다.” “총선에 부정선거가 있었는데도 선거관리위원회가 모른 체 했다.”며, 혼란을 초래하는 반국가 세력을 모조리 척결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비상계엄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상 약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오르고 민주주의 꽃을 피운 지 오래인데, 비상계엄령이라니 죽으려고 환장을 했지 싶다.
비상계엄령은 즉각적으로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쳤고, 국회의원들은 경찰과 군인들의 방어벽을 뚫고 국회의사당에 진입했다. 4일 새벽 1시가 조금 지나, 국회는 전체 300명 의원 중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지난 1980년 신군부 세력에 맞서 민주화를 외치던,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떠오른다. 민주화를 부르짖던 무고한 시 민들에게 무차별 발포를 명령했던 전두환의 폭거를 잊지 못한다. 내가 전매청 남원지청에 근무할 때였다. 그 당시 3명의 직원이 광주에서 출퇴근하고 있었다. 야생 봄 딸기가 익어가던 5월 18일, 광주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며 부들부들 떨었다. 전남도청 주변에서 민주화를 외치던 시민들이 계엄군의 총탄에 엄청나게 쓰러졌다는 소식이었다.
나는 그런 끔찍한 소식에도 놀라지 않고 담담했다. 계엄군이 언론을 장악하여 눈과 귀를 막아 깜깜무소식이어서였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전두환은 신군부 세력을 장악하려고 잔인무도한 만행을 저질렀다. 악독하기 그지없는 전두환은 죽어서도 천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용산의 이무기가 저지른 비상계엄령은 야당 국회의원과 시민들의 저항으로 6시간 만에 막을 내렸으니 천만다행이다. 성공을 했더라면 5·18 광주민주화와 같은 유혈사태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계엄령이 해지 된지 한 달이 넘어섰는데도 이무기의 주장은 당당하다. 대통령관저에 파묻혀 있으면서도 계엄의 원인은 “내 탓이 아니라 야당 탓이다.”라며, 법꾸라지 노릇을 하고 있다. 지금도 분糞인지 된장인지를 모르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요즘 들어 법꾸라지가 묘안을 생각해 냈다. 신앙의 이단자 전광훈 목사를 신봉하는 신도들을 애국시민이라 호칭하며, 그들에게 도와달라는 편지를 써서 뿌렸지 않는가. 물에 빠지면 “지나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했다. 살겠다는 마음이야 간절하겠지만, 이미 저질러진 사건인데 이를 어떡하랴.
날이 갈수록 정치적 혼란을 키우고, 국민의 삶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경제와 외교 안보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는 데, 걱정이 앞선다. 주변 국가들은 얼마 남지 않아 취임할 트럼프, 미국대통령에게 환심을 사려고 바쁜 걸음을 하고 있다. 불확실성에 빠진 우리나라 외교 안보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의문이다. 해법이라면 이무기로 변신한 윤석열이 하루속히 탄핵을 받든가, 아니면 내란의 우두머리 죄로 처벌 받아 마땅하다는 논리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려면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노벨문학상 발표 뒤, 용산의 이무기 윤석열은 “한강 작가님께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며, 축하를 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한 번이라도 읽었더라면 비상계엄의 망상에 빠져들지는 않았을 게다.
겨울 추위에 마냥 웅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추울수록 뛰어야 몸이 더워지는 법이다. 겨울이 가면 반드시 봄은 온다. 어떤 찬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자리를 굳건히 지켜, 대한민국의 찬란한 봄이 오기를 기다리자.
* 이무기: 용이 되려다 못되고 물속에 산다는 전설상의 구렁이.
2025,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