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은 약간 덜 익은 귤의 맛이다. 완전히 익은 황금색의 귤보다 꼭지 부분에 연한 초록색이 살짝 비치는 귤의 맛이다. 약한 신맛과 함께 달콤하며 군침이 도는 맛이다.
습작을 시작하려면 자신을 내려놓고 타인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쓰다 보면 군침이 돌 정도로 재미있다. 올해 삼월부터 수필창작반에서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다. 이공계적인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살다가 수필을 공부하자니 쉽지 않다. 일주일마다 주어지는 글제에 따라 한편의 글을 수필창작반 카페에 올리는 일은 더하다.
“이왕지사 시작한 일,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한 편의 글을 카페에 올린다. 월요일은 수필 강의를 듣고 문우들과 차담을 즐기며 글제에 따른 제목을 생각한다.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관련 자료를 모으고 글의 흐름과 맛을 정한다. 금요일은 노트북과 시름하며 글을 쓴다. 토요일은 전날 쓴 글을 정독하고 다시 쓰거나 수정하여 카페에 올린다. 일요일은 쉰다. 제목과 줄거리가 빨리 정해지면 토·일요일은 편안하게 쉴 수 있고 늦어지면 일요일도 없다. 스트레스가 계속되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라 감내할 수 있다.
눈에 띄는 문장이나 광고문구, 친구들의 조언,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내용은 스마트폰 노트에 수시로 메모하고 정리한다. 그리고 읽은 책은 독후감을 쓴다. 독후감을 쓰면 나와 저자의 공감대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고 읽는 즐거움과 함께 쓰는 재미도 늘어간다. 지금까지 쓴 독후감은 파일철로 네 권이며 책꽂이에 두고 필요하면 꺼내 읽는다. 독후감은 전체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독서 당시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지금은 조정래의 ‘황금종이’ 독후감을 쓰고 있다.
책이나 미술작품, 영화나 강연 등을 보고 소감이나 느낌을 적는 습관을 기르려고 노력한다. 리뷰를 쓰다 보면 내면에 담겨 있는 영감을 불러올 수 있다. 그리고 느낀 내용을 한 줄 정도로 정리하여 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여행 수기를 쓴다. 서유럽, 베트남, 일본, 중국과 몽골 등의 여행 수기를 읽을 때마다 여행할 당시의 감동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한 번의 여행이 평생의 여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자연과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관심을 가지면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수필을 시작하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주변의 자연과 사물이 눈에 들어온다.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관찰하면 새로운 세계를 알 수 있다.
재능보다는 자료를 믿는다. “천부적인 글쓰기 재능은 가지고 있지 않다.”라는 전제로 출발하면 마음이 편하다. 깊게 파기 위해서 우선 넓게 파는 것이 중요하듯이 자료를 최대한 많이 모으고 활용한다.
좋은 글이 있으면 필사하려고 노력한다. 필사는 창작의 어머니라고 한다. 시인 T.S 엘리엇은 “어설픈 시인은 흉내 내고 노련한 시인은 훔친다.”라고 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하다 보면 외우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좋은 문장과 어휘를 담은 글을 쓸 수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시대에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필사는 쉽지 않다.
카페에 올린 글은 언제 어디서나 읽고 수정할 수 있어서 좋다. 읽을 때마다 수정하고 고친 다음에는 다시 읽는다. 만족할 정도의 글이 되면 가족 카톡에 올린다. 아내와 아들딸의 피드백을 받은 다음 친한 모임 카톡에 올린다.
습작을 본 친구들은 “보고서 같다. 부드럽고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쓰라. 가르치려 하지 마라. 수필에 미친 듯이 빠져라. 흐름이 좋다. 경험과 체험을 바탕으로 쓰라. 생막걸린지 일반 막걸린지 맛을 알게 쓰라.”라고 한다.
글쓰기의 시작은 습작이다. 습작은 명작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며 필수 요소이다. 글은 쓰면 쓸수록 어렵고 힘들다지만 새콤한 습작의 맛은 쉼 없이 글을 쓰도록 유혹한다.
2024.12.7.(35)
첫댓글 습작은 명작을 만듭니다. 명작을 쓰려고 습작을 하지 않으면 대작은 나오지 않습니다. 영어에 "Pratice makes perfect" 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습이 완전함을 만든다는 말입니다. 이승엽 야구 선수는 홈런을 하나 치기 위해서 수 백 번 수 천 번 스윙 연습을 한다고 했습니다. 글쓰기도 비슷합니다. 다작이 명작을 났습니다. 가만있다가 갑자기 명작이 써지는 것은 아닙니다. 꾸준히 지금처럼 하시면 반드시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등단 작가들이 등단하고 게을러져서 등단 작이 대표작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초심을 잃어 버리면 그렇게 됩니다. 더욱 정진하기를 응원합니다.
Practice 입니다
습작에 관한글 잘읽었습니다
글쓰는것은 흥미를 가지면 재미가 배가도는것같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농학도로 글쓰기에 입문하여 방황했던 기억을 되 살려 봅니다. 그동안 수필에 매진하여 애 쓴 흔적이 여실히 드러 납니다. 이제 수필의 묘미를 터득한 것 같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