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오사카에 웬 백제왕?
시작부터 다소 낯선 말이 나왔습니다. 대체 뭐길래? 답변부터 하자면 백제왕 신사는 일본 오사카부[대판부(大阪府)] 히라카타시[교방시(校方市)]에 있는 백제국왕과 우두천왕을 모신 사당이지요. 사당(祠堂)은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텐데 조상의 신주(神主)를 모셔 놓은 집입니다. 신주(神主)는 죽은 사람의 이름을 적은 나무패 즉 위패를 말하지요.
신주는 대개 밤나무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잠깐 이야기했던 신사(神社)는 일본에서 왕실의 조상이나 고유의 신앙 대상인 신을 모신 사당이지요. 또는 국가에 공로가 큰 사람을 신으로 모신 사당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때의 신사 참배(神社參拜) 문제도 있었고 해서 신사가 부정적인 의미로 기억되기 쉽지요.
② 우두천왕과 각 나라의 전통신들
본론으로 돌아가 백제왕 신사에서는 제신(祭神)으로 백제국왕과 우두천왕(牛頭天王)을 모시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신(祭神)은 제사로 모시는 신을 말하지요. 백제국왕은 그렇다 하겠는데 정작 우두천왕은 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이것부터 살펴보기로 하지요. 우두천왕은 불교의 호법신이자 천인이라고 합니다.
이전의 스투파의 숲 글에서 불교 유신론과 무신론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사실 필자도 그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고요. 다만 설명의 편의상 일단 신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하겠습니다. 호법신(護法神)은 불법(불교)을 수호하는 신이지요. 천인(天人)은 선인(仙人)과 같이 도(道)가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도는 종교적으로 깊이 깨친 이치. 또는 그런 경지이고요.
우두천왕은 본래는 인도 신화의 인드라가 불교에 융합되어 이후 붙게 된 별명 중 하나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소머리를 한 하늘의 왕이라는 뜻인데 인드라가 딱히 소머리로 묘사된 적은 없는 듯하네요. 그야 어떻든 중국에서는 이 우두천왕이 신농과 동일시되다 융합되었다고 합니다. 신농이 소의 머리를 한 반인반수로 묘사된 것을 감안하면 타당하다 여겨지고요.
③ 일본의 해신(海神) 스사노오
일본에서는 이 우두천왕이 스사노오와 동일시되어 융합되었다고 합니다. 스사노오(スサノオ)는 일본의 신화에 등장하는 남신이지요. 한자로는 소전오(素戔嗚)라고 씁니다. 이런 스사노오가 뜻밖에도 신라와의 연관성이 있지요. 이와 관련해 스사노오와 신라의 차차웅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있습니다. 「일본 예능의 신 스사노오와 신라와의 연관성 고찰」이라는 논문이지요.
스사노오는 이자나기와 이자나미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자나기는 창조와 생명의 신이자 스사노오의 아버지였지요. 한자로는 이사나기(伊邪那岐)로 씁니다. 이자나미는 창조와 죽음의 여신이자 스사노오의 어머니지요. 한자로는 이사나미(伊邪那美)로 적습니다. 이자나미는 심지어 일본 국토 그 자체를 낳았다고 하지요.
일본의 역사서(이자 설화집)인 『고사기(古事記 こじき)』에서는 이자나기가 코를 씻을 때 스사노오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스사노오는 꼬리와 머리가 여덟 개 달렸다고 하는 거대한 뱀·이무기·용인 야마타노오로치(ヤマタノオロチ)를 퇴치했다고 하지요. 여하튼 그는 토착 한반도 도래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신이며 현재 일본 왕가 남자의 조상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스사노오는 자신의 남매들인 아마테라스, 츠쿠요미와 함께 일본 신화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삼귀자(三貴子, 미하시라노우즈노미코) 중 하나입니다. 누나인 아마테라스가 태양, 형제인 츠쿠요미가 달, 스사노오는 바다와 폭풍을 다스린다고 하지요. 그리스-로마신화와 비교하면 아마테라스와 츠쿠요미는 해와 달이 뒤집혀있습니다. 츠쿠요미가 달이지요.
일본 신화에서 이자나기와 이자나미에서 나온 신 중 츠쿠요미는 비중이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남매인 스사노오와 아마테라스가 가장 중요한 신으로 나타나지요. 『니혼쇼키(일본서기)』와 『고지키(고사기)』의 신화기록들인 기기신화에 기록된 스사노오는 성격이 대단히 기묘한 신이었습니다.
스사노오는 아마테라스의 동생이면서 이자나기·이자나미 부부신의 아들로서 격이 매우 높았습니다. 그는 오로치를 물리칠 정도로 힘이 강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사노오는 어린애와 같은 면이 매우 강한 편이었지요. 스사노오는 일본 신화의 가장 대표적인 영웅신이면서도 폭력적인 면이 강했습니다. 폭력적인 면은 그리스-로마신화의 아레스와 비슷하지요.
이런 양면적 요소 때문인지 스사노오는 현대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의 대중문화에서는 매우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보통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 중 최강 클래스에 속한다고 하지요. 그가 등장했다하면 보이는 대로 부수는 파괴신으로 묘사됩니다. 이것은 어머니 이자나미와 비슷한 경우지요. 물론 성격은 상당히 다릅니다만.
④ 한국인들에게는 불쾌한 대상 스사노오
일본 신들이 한국인들에게 유쾌한 존재는 아닐 것입니다. 그렇지만 아마테라스와 더불어 스사노오가 뭔가 불쾌한 존재일 수밖에 없음은 어쩔 수 없겠지요. 스사노오가 신라로 먼저 강림했다는 이야기 때문에 일제가 강원 신사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선동조론’의 종교적 본을 받을 만한 대상 즉 표상(表象)으로 일제에게 선정된 존재가 스사노오였지요.
참고로 일선동조론은 일본인과 조선인은 조상이 같다라는 이념입니다. 이것이 신도 모자라 국토까지 동일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요. 대표 사례로 강원도 춘천의 우두산을 스사노오가 강림한 일본 땅의 소시모리와 동질의 장소로 간주했습니다. 일제 입장에서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었지요. 신불융합의 관점에서 보면 스사노오는 우두천왕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소잔오존[스사노오]은 그 행상이 난폭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므로 신들이 그 벌로 많은 공물로 속죄하도록 하고 소잔오존을 고천원에서 쫓아내었다. 그래서 소잔오존은 그 아들인 오십맹신(五十猛神)을 데리고 신라국으로 내려와 증시무리(曾尸茂梨;소시모리)라는 곳에 있었다. 그리고서 큰 소리로 “이 땅은 내가 있고 싶은 곳이 아니다.”라고 외쳐 말하며 진흙으로 배를 만들어 타고 동쪽으로 항해하여 출운의 파천 상류에 있는 조상봉(鳥上峯)에 이르렀다. 『일본서기』 권 제1 「신대(神代) 상」 |
다음 글에서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