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가 민 현
하하,
꽃피고 비오고
낙엽이 흩날리다 흰 눈이 되었네.
님이 만든 눈사람은 벌써 사라지고,
새신랑 장난거는 소리, 새색시 맞장구 웃음소리
오늘밤,
비 내리고 바람불어도 그 웃음소리는 멈추지마오.
밤새,
기침소리에 하얀 밤을 보내도
그대 얼굴이 보고파 환한 밤이 더 좋아라.
한 낮은 너무 짧아 온 밤을 밝히고,
바라보고 어루만지고 또 바라다 보고
님의 손길이 그 고운 얼굴에 머물렀네.
혹여,
날이 새기전에
뿌리 센 기침이 잠시 재워지면
따스한 햇볕아래 고운 한복을 갈아입고
두손 잡고 마당으로 냇가로 산으로 거닐고파라.
흐르는 물소리로 우리 낭군님 기침소리 잦아들게 해주오.
컹컹,
그 소리가 저 강을 건너지 못하게 큰 물을 쏟아내렴.
님아,
먼저 강건너 마을 가시거든
가슴속에 묻은 아가들 꼭 찾아 잘 챙겨주오.
님께서 떠나신 길 곧 따라 갈테요.
먼저 가요.
지금,
강 건너에서도 내 목소리 들리나요.
내 노랫소리 들리나요.
이승소리 다 들을 수 있나요.
컹컹,
기침소리가 예까지 들려와요.
강물소리가 우뢰같이 점점 크게 들려와요.
님아, 강이 가까이 흐르고 있네요.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중에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