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우주에 관한
서정적이고 찬란한 51가지 사색
‘빛 공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눈부신 도시의 밤하늘에서 별을 찾아보기란 더 이상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다가도 우리는 가끔 하늘을 올려다본다. 동그란 달님에게 간절히 소원을 빌거나 북극성이 어디쯤에 있는지 별자리를 더듬어 찾아보기도 한다. 우리에게 우주는 여전히 신비하고 경이롭다.
《우아한 우주》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주와 자연, 우리 삶을 지배하는 과학적 원리와 법칙, 그 경이로움을 탐구하는 책이다. 51편의 간결한 글과 재치 있는 일러스트로 구성된 이 책은 다양하고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 범위는 천문학에서부터 물리학과 생물학, 화학, 의학에 이르며, 태양계와 은하계, 열과 빛, 원자, 시간의 불가역성, 날씨의 변화, 식물과 동물, 진화와 유전적 다양성 등 다양한 우주의 면면을 담고 있다. 또한 과학자들이 쓰는 용어를 설명하고, 일상에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과학적 개념들을 풀어놓는다.
우주는 무슨 색이고, 우주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외부 우주는 끝 간 데 없이 광막하고 고요하기만 할까? 비온 뒤 흙에서 나는 냄새의 성분은 무엇일까? 심장이 완전히 멎었다가 되살아나는 동물이 있을까? 왜 어떤 생물은 몸속에 파란 피가 흐를까? 식물에게도 지능이 있을까? 한번이라도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 있다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을 쓴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이다. 한국에서도 전작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를 가수 루시드 폴이 번역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 작가의 감상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아름다우면서도 재치 있는 그림이다. 추상적이고 막연해 보이는 과학 지식을 시각적인 화려함과 특유의 위트가 녹아 있는 그림으로 그려낸다. 특히 한국어판은 원서보다 커다란 판형과 도톰한 종이를 채택하여 그림 51점의 감동을 온전히 전달하려 했다.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담백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장이다. 작가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이 작가가 이른바 글쓰기 ‘빌드 업’에 능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소소한 문장들이 쌓여 어느새 마음속에서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낸다. 곳곳에 등장하는 비유도 친근하면서도 독특하다. 이를테면 은하가 형성되던 때부터 멈추지 않고 회전을 지속하고 있는 태양계 천체들의 움직임을 “우리의 겸손한 이웃들”이 밤 동안에 추는 “느릿느릿하고 희미한 왈츠”에 비유하고, 지구와 달의 동주기 자전을 “우주라는 세상을 함께 알아나가고 함께 춤을 출” “두 사람의 댄스 파트너”에 빗대어 설명하는 식이다.
이런 작가의 문장을 온전히 살려내기 위해 특별한 번역가가 작업을 맡았다. 천문학자 심채경이 번역을 맡은 것이다. 심채경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에세이 작가이자 차세대 과학자로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우주생물학》이라는 전공 서적의 공역자로서 참여한 경험이 있는 심채경은, 이번 책의 단독 번역을 통해 번역가로서의 면모도 탁월하게 보여준다. 독자들은 전문성과 문장력이 어우러진 번역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미국에서 2019년 출간 당시 스미스소니언협회에서 ‘최고의 책 10’으로 선정되었다. 스미스소니언협회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교육, 연구 복합체로서, 미국에서 그 권위가 큰 기관이다. 미국의 정규 교육기관의 상당수가 스미스소니언협회의 추천에 신뢰를 보낸다. 또한 《네이처》지는 이 책에 대해 “과학적으로 탄탄하면서도 시적이다”라고 평했고, 월링 프라이즈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경력과는 달리, 이 책의 내용은 그저 조용하고 담담할 뿐이다. ‘커다란 우주에 대한 작은 생각’이라는 부제 그대로다. 우리 모두가 “우주적 사건의 결과물, 불타오르던 거대한 별의 잔해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138억 년째 존재해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멀게만 느껴지던 밤하늘의 천체들이 어쩐지 우리와 좀 더 가까운 존재로 여겨질 것이다.
그 최후의 순간에 별은 자신의 외피를 벗어던져 그 내용물을 우주라는 광막한 무無이자 절대적인 모든 것의 공간에 흩뿌린다. 그렇게 퍼져나간 별 먼지 중 매년 4만 톤이 지구로 떨어지며, 여기에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통해 끊임없이 활용될 원소들이 들어 있다. 당신의 몸은 그런 우주적 사건의 결과물, 불타오르던 거대한 별의 잔해로 구성되어 있다. --- p.13
태양계 천체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움직이는지 잘 (혹은 대충이라도) 알기 전까지는 그들의 움직임을 그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번 알고 나면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의 겸손한 이웃들은 모두 각자 그 긴 낮과 감춰진 밤 동안 느릿느릿하고 희미한 왈츠를 추고 있다. 멈추어서 숨을 고르거나 박수를 청하지도 않고, 그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 p.21
우리가 보는 것은 언제나 8분 전의 빛인데, 이러한 우주적 지연이 있다고 해서 해지는 풍경이 덜 아름답거나 일몰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태양이 실제로는 이미 져버린 뒤라고 해도, 지연된 태양빛은 당신이 보고 있는 일몰 풍경 속에 아직 남아 있다. --- p.27
이 원자 갤러리에서 우리는 그림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 봐요! 이렇게 아주 작고 겸손한 것들이 모든 사물을 책임지고 있다니,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에요.”--- p.29
하지만 다 괜찮다. 우리가 밤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당혹스러워 할 때만큼은 과거를 곧장 바라보고 있는 것이니까. 빛은 초당 299,792,458미터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지만, 그 거리가 의미하는 건 빛이 우리가 그리워할 준비가 되기 전까지는 도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p.54
들숨에는 외부 대기에서 분해되고 남은, 아주 작지만 엄청난 양으로 우리의 내부에 도달할 우주 먼지의 잔해도 들어 있다. 분명 올해 언젠가 떨어진 유성의 입자도 들이마시게 될 것이다.--- p.67
별들과 다를 바 없이 언제나 달은 거기에 있다. 낮 동안에는 하늘이 너무 밝아서 별이 보이지 않지만, 달은 가끔 낮에도 밤보다 더 밝게 보인다. 이 우주라는 세상을 함께 알아나가고 함께 춤을 출, 조금씩 우리의 낮을 길게 늘여주고 우리를 느긋하게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얼마나 기쁜 일인가.--- p.72
우리 몸을 구성하는 70억 곱하기 10억 곱하기 10억 개의 원자와 우주에 있는 다른 모든 원자를 다 합쳐도, 실제로는 99.9999999퍼센트가 빈 공간이다. 그러나 실제로 완전히 텅 빈 것은 아니다. 서로 가까이 겹쳐 있기를 거부하는 전자들과 파동 함수, 보이지 않는 양자장, 그리고 종이 한 쪽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거대한 개념들로 가득 차 있다. --- p.79
당신, 당신도 나이가 들었다. 탄소, 산소와 같은 당신 몸속의 수많은 원자는 거대한 별 안에서도 만들어진다. 당신은 별이 될 수도 있었던 그 모든 것과 아주 약간 구조가 다른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138억 년째 존재해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당신이 가끔씩 지쳐 있는 것도 당연하다.--- p.86
당신과 손을 잡을 때 우리가 느끼는 것은 전자구름과 전자기장이다. 촉감은 사물 사이에 작용하고 있는, 아주 작지만 무척 중요한 척력일 뿐이다.--- p.113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이라 불리는 조상의 후손이다.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 조상은 대략 40억 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p.117
이 같은 연소 과정, 그리고 근사한 풍경을 만드는 잔해 덕분에 ‘다환방향족탄화수소’라 불리는 물질이 온 우주 구석구석까지 흩뿌려진다. 이 화합물들 때문에 우주에서는 뜨거운 금속과 디젤 연기의 냄새,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달콤한 탄내의 향연이 빚어내는 기묘한 냄새가 난다.--- p.125
수십억 년 전의 과거에는 젊고 격렬한 별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아서 우주는 수레국화 같은 푸른빛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수십억 년 동안에도 우주는 계속 변모할 것이고, 짜릿하게도, 점차 베이지색으로 물들어갈 것이다.
--- p.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