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그 사람들’
‘그 사람들’을 두려워 마라
주식 시장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이 주가 변동의 원인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보를 얻으려고 객장 주변을 며칠 동안 어슬렁거렸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이 며칠 동안 듣고 본 것 중에서 가장 궁금해할 내용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인가 하는 의문이다.
어디를 가든 ‘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들린다. 온갖 정보를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식 중개인들도 ‘그 사람들’이 다음에 어떤 선택을 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추적하며, 또 그 결과를 고객들에게 설명한다.
시세판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초보자이건 전문자이건 가리지 않고 모두 ‘그 사람들’이 철강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거나, 아니면 출판 종목을 내다 팔고 있다고 말한다. 혹은 주식 시장의 이러저러한 관련자들이 ‘그 사람들’이 주가를 올릴 것이라는 혹은 끌어내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말을 이 사람에 속삭일 수도 있다. 심지어 매우 신중한 투자자들도 비록 현재의 장세는 하락세이지만 ‘그 사람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를 정보를 이 사람에게 제공한다.
이 ‘그 사람들’ 이론은 초보자들뿐만 아니라 승승장군하는 거래자들 사이에서도 확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물론 초보자들 사이에서 더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근거를 대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물론 근거를 대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 사람들’이 신화로만 존재하든 아니면 실제로 존제하든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들’ 이론의 관점에 서서 시장을 연구함으로써 짭짤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월스트리트의 다양한 직무 영역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직접 물어 보면, 아마 대답하는 사람마다 내용이 모두 다를 것이다. ‘모건 사람들’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스탠더드 오일 집단’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하지만 이런 견해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거대 은행들’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또 ‘거래소에 몸담고 있는 전문 거래자들’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으며, ‘연합 형태로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기업들’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깐깐하게 굴어 좀처럼 실패하지 않는 투자자들’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또 단순히, 매우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태도로 주식을 사거나 혹은 팔기 위해서 서로 경쟁하는 거래자들을 지칭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 모종의 거래 관계를 통해서 주식의 가격이 결정된다고 믿는다.
실제로 주식 시장에 대해서 결코 만만찮은 지식과 재능을 가지고 있는,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거대한 관련 집단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대표하는 어떤 개인이 뉴욕 주식 시장 전체를 좌우지한다고 읻는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종류가 되었든 영속적으로 주식 시장을 지배하는 그 어떤 힘을 추적하거나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함은 명맥한 사실이다. 전 세계의 증권 시장이 하나로 엮여서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힘이 존재한다면 아마도 세계의 주요 증권 시장들을 모두 지배하는 전 세계적 규모의 거대한 어떤 이익 집단 연합이 바로 그 어떤 강력한 힘일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차원에서는 이런 논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투기와 투자의 과학은 지나치게 단순화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나는 여태까지 저질러진 수많은 실패도 이렇게 해서 일어났다고 본다. 4원수元数와 미분 방정식 등에 관하여 많은 책을 쓴 전직 수학 교수였던 외교과 A. S. 하디는 한때 수학은 판단력을 배양하지 않기 때문에 정신적인 훈련을 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떤 전제들이 주어지면 수학자들은 이 전제에 기초하여 올바른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보다 그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전제들을 어떻게 찾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수학적인 마인드로 시장에 접근하는 사람들은 늘 어떤 법칙(혹은 법칙들)을 찾는다. 즉, 흔히 말하는 ‘확실한 것’을 찾는다. 이들은 아마도 식료품업이나 목재업에서는 이런 법칙을 찾지 않겠지만, 그래도 발생하는 각각의 상황을 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서 대응할 것이다.
나는 주식 시장을 순순하게 실천적인 대상으로 바라본다. 과학적인 방법론들은 주식 투자에서 양계업에 이르는 모든 종류의 사업에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주식 시장의 주가 등락을 수학적으로 확실하게 예측하려고 노력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므로,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놓고 토론할 때, 명백한 현실에다가 어떤 정교한 이론들을 갖다 붙일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명백한 현실은 명백한 현실 그대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주식 투자의 심리학> --- 조지 C. 셀든 지음 I 이경식 옮김
첫댓글 그 사람들을 두려워 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