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국 이상으로 대도시에 인구가 밀집돼 있다. 땅값과 집값이 비싸 대도시 서민들은 대부분 20평 미만의 ‘토끼장’에서 산다. 단독주택이나 분양받은 아파트(일본에서는 맨션이라 부른다)에 살고 있는 중상층 이상의 사람들이나 집에서 애완동물을 키우지,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개나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월세를 내는 임대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건물의 오염이나 손상에 따른 자산가치의 하락을 우려해 좀처럼 애완동물 사육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 지자체가 관리, 운영을 맡고 있는 아파트도 원칙적으로 애완동물 사육을 금지하고 있어 몰래 키우다 문제를 초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빡빡한 조직생활, 갈수록 심화되는 개인주의로 마음을 줄 데 없는 일본인들이 허전한 마음을 애완동물로 달래고 있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와 자녀수 감소도 애완동물 붐의 한 배경이다.
일본의 애완견 사육 가구수는 현재 1,000만가구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5가구 중 1가구꼴이다. 또 고양이도 6가구당 1가구 비율인 약 800만가구가 사육하고 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관리규약에 애완동물 사육을 불허했던 신축 분양 아파트도 최근에는 50% 이상이 ‘사육 가능’으로 바뀌고 있다. 개인주택의 경우 42.9%가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애완동물에 대한 인식과 인간과의 관계도 변했다. 단순히 마음의 위로를 받기 위해 사육하는 ‘애완동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일원 혹은 인간의 파트너로서 ‘컴패니언 애니멀’로 지위가 격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변화와 함께 애완동물(페트) 관련 산업도 애완동물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 및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페트숍, 페트호텔, 의료, 장례, 미용, 인재육성, 공생주택, 페트보험뿐만 아니라 사육자의 새로운 욕구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애완견이나 고양이와 함께 놀 수 있는 ‘페트파크’와 페트가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운동장을 갖춘 ‘페트론’ 등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 추계에 따르면 일본의 페트 관련 시장규모는 올해 1조엔을 돌파한 후 계속 확대일로를 달릴 전망이다. 현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페트푸드’로 약 3,700억엔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데 대기업 및 외국업체들이 참여해 시장쟁탈전을 벌이는 격전지가 되고 있다. 또 2,100억엔을 웃도는 페트용품시장에서는 최근 인터넷을 통한 판매와 통신판매가 크게 늘어나는 등 신규 참여업체들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페트 비즈니스에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푸드나 용품 분야가 아닌 신종 서비스 및 신규 사업이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푸드나 용품시장은 과당경쟁으로 성장세가 옆걸음질 치고 있는 데 반해 관련 서비스산업은 빠른 속도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애완견에 영국식 예절교육을 시키는 가나가와현의 한 학원은 약 2개월 훈련코스 비용이 90만원에 달하는데도 높은 인기를 누리며 도쿄 등에 분점을 내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애완동물 장례식장도 일본 전역에 수십군데에 달한다. 죽은 애완동물의 사진이 걸려 있는 식장에서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너와 만나서 나는 행복했다. 너와 함께 놀았던 날들을 나는 결코 잊을 수 없다”는 애도의 시가 낭송된다. 참례자들은 아로마 기름이 담긴 용기에 순서대로 하얀 꽃잎을 뿌리고 명복을 빈 후 화장해서 뼛가루를 담은 단지를 건네받는 데 약 2시간 코스의 장례 서비스에 드는 비용은 약 50만원선이다.
이밖에 애완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식욕부진, 자폐증, 불면 등과 같은 ‘페트로스 증후군’에 빠진 사람에게 카운셀링을 해주는 일본페트로스협회가 활동하고 있으며, 애완동물의 노령화 및 생활습관병으로 인한 간병 대책도 큰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애완동물 의료비의 절반을 보상받는 의료공제에 가입할 경우 10년 동안 약 300만원을 납입해야 한다.
페트보험 비즈니스도 성장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4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97년에 설립된 일본페트공제회는 ‘페트(개ㆍ고양이) 의료보장제도’를 제공하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미국 보험회사와의 업무제휴를 통해 종래 의료보장에다 수의사와의 건강의료상담, 간종 전문가에 의한 예절교육, 페트로스 상담 등의 서비스를 곁들인 업무를 시작했다. 페트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페트보험시장은 현재 8,800만달러 규모로 매년 45%에 달하는 경이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1억3,600만마리에 달하는 애완견이나 고양이의 1%만이 보험에 가입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한편 최근 도쿄만 매립지인 오다이바에 오픈한 도심온천테마파크인 ‘오오에도온천 모토가타리’에는 사람이 이용하는 대규모 온천시설과 함께 애완견 전용 온천시설을 갖춰 스트레스가 쌓인 견공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입욕료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에 2,620엔으로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인데도 주말에는 약 40마리가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가나가와현의 인기 유원지인 하코네 지역에 지난해 12월 오픈한 한 회원제 리조트호텔은 페트와 함께 잘 수 있는 객실을 6개 마련, 페트 전용 욕조를 설치했는데 예약이 쇄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 유명 온천 성분에 한약재를 넣어 만든 입욕제 등도 인기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페트 붐은 다른 산업에까지 적잖은 파급 효과를 안겨주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한 유명 건설회사는 ‘애완동물과 함께 사는 쾌적한 공간’을 모토로 내걸면서 주택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키스이하우스는 “인간의 시각이 아니라 애완동물의 시각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2년을 연구한 끝에 애완동물용 깔개를 개발했다.
한편 “애완동물은 가족의 일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의 일원”이라고 강조하는 아사키카세이 홈즈는 ‘애완견과의 쾌적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안뜰, 고양이가 즐기는 산책길, 주인이 외출해도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창, 애완동물용 발코니’ 등 갖가지 아이디어를 주택에 적용하고 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애완동물에 그렇게 돈을 쓸 필요가 있느냐”라는 소리가 상당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애완동물 사육과 관련 서비스는 일시적인 붐 차원을 지나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잡으면서 관련 시장규모도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일본 페트숍협회는 소형 애완견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식품, 용품, 미용, 호텔비 등을 합쳐 연 10만엔 정도로 추산한다. 수명을 15년으로 봤을 때 총 150만엔이 드는 셈이다. 이 협회는 수년 내 페트산업 규모가 2조엔대에 육박할 것이라면서 21세기는 페트산업의 전성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첫댓글 음!! 가깝고도 먼나라 우리는 언제나 애견에대하여 관심믈 갖고 정책을 추진할려나 째깨 부럽구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