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前生)과 후생(後生)
김 상 립
우연히 YouTube에 들어가 전생을 찾았더니 전생은 물론이요, 후생도, 윤회도 자료가 지천으로 깔렸다. 세상이 하수상하니 모두들 심드렁하여 현실문제에는 고개 돌리고 오히려 그런 일에 관심이 커진 탓일까? 하기야 학자들 중에는 전생이 있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를 수집하여 책으로 펴내기도 하고, 또 여러 사람을 만나 그들의 전생을 기술 받아 발표하는 사람도 한 둘이 아니다. 또 사후에 관한 서적도 많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보면 자기가 직접 체험한 사례는 드물고 거의가 실험대상자들을 통한 간접경험이다. 나는 증언한 그들도 실제로 자기가 경험한 것을 정확하게 말한 게 아니고, 최면이나 질문내용 따라 환각을 일으키거나 꿈을 꾸는 것 같은 상태에 빠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나는 임사체험(臨死體驗)을 했다는 몇 사람의 얘기를 직접 들은 적이 있다. 예하면‘침대에 누워 죽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공중에서 담담한 눈으로 잠시 내려다보다가 누군가에 이끌려 급히 길을 나서는데 그만 잡은 손을 놓치고 보니 병원이더라.‘내가 저승사자와 함께 길을 가다가 강을 건너야 하는 데 물살이 거세져서 배에 오르지 못하고 돌아섰더니 살아있더라.’또는‘캄캄한 굴 속을 지나는데 홀연히 나타난 눈부신 빛을 보고 두려움 없이 따라갔더니 되려 살아 돌아 왔다.’는 얘기 등이었다. 그런 체험도 짧으면 20여초 길어봤자 5분이내의 경험이라니, 사후세계를 체험한 사례라 보기에는 신뢰성이 떨어졌다.
또 산에서 토굴을 파놓고 공부를 하거나 외딴 곳에 작은 움막을 쳐놓고 수련하는 사람들을 만나 전생에 대해 묻자, 그들은 한결같이 약간 흥분한 상태에서 침을 튀겨가며 열심히 설명했다.‘전생에 나는 큰 방앗간을 했는데 엄청 많은 돈을 벌어, 보리 고개가 다가오면 주위 어려운 사람들도 열심히 돕고 살았었지. 그때가 참 좋았는데.’또 어떤 이는‘나는 언제 무슨 벼슬을 지냈고, 또 어느 때에는 장군을 했고, 큰 부자로 살았던 시절도 있었다.’라고 전생 3대를 역어서 말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전생을 전하는 사람들의 얘기에는 늘 시대적 배경이나 사실관계가 불충분했다. 암만 긍정적으로 들어주려 해도 당사자의 상상 속에서 이미 만들어놓은 어떤 행적을 반복하여 얘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는 그 후 어떤 도사를 만나도 다시는 전생을 묻지 않았다.
흔히 우리는 일상에서 예상외로 아주 좋은 일을 만나면‘아이구,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또 반대의 경우에는‘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다고….’하며 슬쩍 핑계를 댄다. 너무 아프고 비통한 이별을 두고도‘그래 다음 생애 에서 우리 꼭 다시 만나자’라며 서로 굳게 손을 맞잡는다. 그렇다면 이런 말을 하는 당사자들은 과연 전, 후생에 대한 확신이 있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오랜 세월 힘들고 어렵게 살아온 까닭에 위안받을 어떤 방책이 필요했고, 그 하나로 전생이나 후생을 생활 속으로 끌고 들어왔을 것이라 본다. 그러므로 이런 일은 민속 문화의 한 부분으로 내려온 언어의 습관이라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하여 이 문제는 심각하게 논쟁하거나 깊이 파헤칠 대상이 아닌 것이다.
나는 한 생명이 사멸되면 누구를 막론하고 생시와 똑 같은 모습으로 환생하여 다시 지구로 올 수는 없다 생각한다. 원래 전생, 후생의 개념은 사람의 육신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니고, 육신에 깃들었던 영혼의 여정과 관련된 것임을 인정하면 아주 간단히 풀려갈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내용은 받아 들이지 않고 자신이 직접 해탈을 하든, 윤회를 해야 한다고 우기니 답이 없는 게다.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흙에 묻히든 태워지든 하지만, 의식은 한 줌 정보를 가진 에너지로 바뀌어 영혼과 결합하여 먼 길을 떠난다. 이렇게 자신의 삶의 기록이 영혼에 완전히 이관되고 나면, 그 순간부터는 영의 세계에서 일체를 관장함으로, 당신은 미래나 과거의 삶에 직접 관련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나쁜 운을 피하기 위해 신(神) 점을 보러 다니고, 영험 하다는 곳을 찾아 가족의 행복이나 조상의 극락왕생을 간곡히 빌기도 한다. 종교인들 중에도 언젠가는 자신이 환생 할 것이라 믿거나, 사후 하늘나라로 가서 잘 살 것이라는 사람이 다수다. 진실이야 어떻든 그들이 그리 믿으면 그렇게 알고 살면 그만이다. 신앙이란 그 누구도 당사자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근래에 와서 스님들 간에도 윤회에 대한 논쟁을 공개적으로 벌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핵심은‘부처님께서 직접 설법하시면서 윤회에 대해 분명한 말씀이 있었냐 없었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다. 하지만 이 또한 믿음에 관련되어 있기에 암만 논쟁을 벌여봐도 명쾌한 결론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독교 쪽에서도 천국이나 지옥에 대해 설교를 하지만, 신자들 중에는 천당이나 지옥을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 사람도 두루 섞여있는 게 현실이다. 이렇게 믿음이란 목사님이 어떤 설교를 하던 간에 받아들이는 신도의 속마음이 자기 행동을 결정하고 만다.
누가 아무리 전생이나 후생을 굳게 믿어도 실제로 그의 삶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조물주는 인류를 창조하기 훨씬 전에 새로 탄생할 생명이 지켜나갈 대원칙을 만들어 두었고, 전생이나 후생도 이에 포함되어 있는 까닭이다. 그러니 살면서 괜한 일에 솔깃하거나 논쟁에 말려들지 말고, 자기가 옳다고 믿는 대로 정직하게 살아가면 그뿐이다. 대체로 삶에 집착이 강하면 죽음이 두려워진다. 죽음이 자꾸 무서우면 삶에 더 집착하게 되니 악 순환만 계속될 뿐이다. 앞은 안보이고 악순환이 거듭되다 보면 판단력을 잃고 포기를 선택할 수가 있다. 우리사회에서 자살이 증가하는 것도 이런 일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삶에서 그 무엇이 되었던 집착은 놓아버릴 수록 좋은 것이다. 제발 나이 들어가면 불필요한 일들은 내려놓고 마음 편히 살 일이다. 마음이 편안하면 행복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것이 전생, 후생에 대한 나의 해법이다.
첫댓글 "제발 나이 들어가면 불필요한 일들은 내려놓고 마음 편히 살 일이다"....갑자기 절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선생님.....
오랜만에 묵직한 울림을 주는 작품을 읽었습니다. 부디 건강관리 잘하셔서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