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직사 물대포에 맞았던 백남기 씨(임마누엘, 70)가 끝내 숨졌다.
백남기 씨는 그동안 생명유지를 위해 투여된 이뇨제 등이 전혀 듣지 않아, 위독한 상태였다. 결국 의식을 잃은 지 317일 만인 9월 25일 오후 1시 58분, 가족과 천주교 사제들, 농민회 대표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전날인 24일은 그의 칠순 생일이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전날부터 천막을 지키던 농민회 회원과 시민들이 병원으로 모여들어 애도하는 한편, 병원과 장례식장 입구까지 배치된 경찰로부터 운구 행렬을 지키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그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24일, 병원 근처에 병력을 배치했다가 철수했지만, 사망 소식에 다시 병원과 주변 등에 45개 중대, 약 3600명을 배치했다.
| | | ▲ 병원 입구와 장례식장 앞을 막아 선 경찰. ⓒ정현진 기자 |
시신 탈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시민들은 장례식장 앞 경찰 앞을 막아서고, 100여 명의 시민들이 운구 행렬을 보호했다. 시신의 곁은 가족과 천주교 사제들, 농민회 대표들이 지켰다. 시신은 4시 쯤 영안실에 도착했으며, 빈소가 차려진 5시, 미사 봉헌을 시작으로 조문과 연도가 시작돼 새벽까지 이어졌다.
이날 백남기 농민 사망 소식에 종교, 정치, 시민사회계 조문이 이어졌으며, 광주대교구 김희중 대주교와 서울대교구 유경촌 보좌주교가 빈소를 찾았다.
| | | ▲ 조문하는 김희중 대주교. ⓒ정현진 기자 |
김희중 대주교는 조문을 마친 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며, 백남기 농민에게 끝내 책임자들이 사과하지 않은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주교는, “실수나 우연이라도 상대방이 다쳤다면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상식이다. 기본 상식만 있었어도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사과할 수 없다, 원인이 밝혀진 다음에 사과하겠다”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돌아가신 분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다면,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며, “법으로 맞는가의 여부를 떠나,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양심과 합리성에 비춰 볼 때,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우리 민도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또한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그는 언론은 줄기차게 정의를 기준으로 민주주의와 사회안전, 생명존중으로 사회를 이끌어 갈 역할이 있음에도 사건이 터질 때만 관심을 갖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생명을 경시하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생명을 보호하는 쪽으로 일관되고 꾸준하게 동참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 | | ▲ 빈소가 차려진 뒤, 오후 5시쯤 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
이어 빈소를 방문한 유경촌 주교는, “300일이 넘도록 투병한 시간, 그리고 오늘의 죽음은 백남기 농민이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자신을 봉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백남기 농민의 죽음에 많이 아프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날 봉헌된 연미사 주례를 맡은 이영선 신부(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본부장)는, "백남기 농민을 이렇게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이 한없이 불편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우리는 역사의 증인이 됐다. 이 시대 우리나라에 짙게 드리워진 폭력을 거둬 내야 할 막중한 사명을 갖게 됐다"며, "폭력의 음지에서 세상을 살아가고자 하는 권력자들이 진정한 이 땅의 권력을 가진 민중에 의해 바로 잡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 | ▲ 시신 탈취가 우려돼, 운구되는 동안 시민들이 차량 주변을 지켰다. ⓒ정현진 기자 |
백남기 씨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에 마련됐다. 유가족과 대책위는 사건과 관련해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다며,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 등이 마련되기 전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한다는 입장이다.
25일 오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더민주 박주민 의원은, 지난 청문회와 검찰 수사를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돼, 특검을 요청하고 이번 국감에서도 진상규명 문제를 다룰 것이라며, "끝까지 백남기 농민 사건의 진상규명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는 지난 317일간 봉헌했던 매일미사를 빈소에서 같은 시간에 봉헌하기로 했으며, 교구별 각 성당에서도 연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