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禮記)》단궁(檀弓)에, “공자(孔子)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었으므로 아버지의 묘(墓)를 알지 못했다.”
하였는데, 정현(鄭玄)의 주(注)에,
“부모가 야합(野合)하여 공자를 낳았기 때문에 어머니 징재(徵在)가 부끄러워서 알려주지 않았다.” 하였다.
덕무(德懋)는 상고하건대, 가령 야합을 하였다 하더라도 아버지를 장사지낸 것과 무슨 상관이 있기에 징재가 부끄러워서 공자에게 알려주지 않았겠는가. 정현의 말이 매우 어둡다.
《정의(正義)》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상고해 보건대 공자세가(孔子世家)에 ‘숙량홀(叔梁紇)이 안씨(顔氏)의 딸과 야합하여 공자를 낳았다.’ 하였는데, 정현이 세가(世家)의 문장을 인용했기 때문에 주에 ‘야합은 예(禮)를 갖추지 않은 것이니《논어》의「선진(先進)이 예악(禮樂)에 질박하다.」한 말과 「질박하다, 유여[由也]」라는 말과 같은 것이며 초야(草野)에서 합했다는 말이 아니다. 그런데 다만 징재(徵在)가 남편과 예를 갖추지 않고 처가 된 것이 부끄러운데다가 공자가 예를 알기 때문에 알리지 않았다.’ 한 것이다.”
덕무는 상고하건대, 징재가 만약 공자가 예를 아는 줄 알았다면 더욱 그 아버지의 무덤을 알려 주어서 그로 하여금 예를 행하도록 했어야 할 것인데, 어찌 야합이 부끄럽다 하여 알리지 않았겠는가.《정의》의 말도 모호하다.
《예기(禮記)》에 ‘묘를 알지 못했다.’ 한 것은 관(棺)이 있는 곳을 확실히 알지 못했음을 이른 말이요 이는 묘의 소재를 전혀 알지 못한 것이 아니다. 그가 혹 나갈 때는 하직하고 들어오면 보고하되 그때마다 묘의 본처(本處)만 바라보고 절을 하였다가, 이제 합장(合葬)하려고 하였으므로 모름지기 올바로 널[柩]의 처소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묘를 알지 못한다.’고 한 것이다.
상고해 보건대,《가어(家語)》에,
“숙량흘이 나이 70여 세에 아내가 없었는데, 안부(顔父)에게 세 딸이 있었다. 그는 세 딸에게 ‘추대부(鄒大夫)는 신장(身長)이 7척이며 무력(武力)이 뛰어난데 나이가 70여 세이다. 누가 그의 아내가 되어 주겠는냐?’하니, 두 딸은 대답하지 않고 징재가 나아가 ‘아버지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장차 무엇을 물으시렵니까?’ 하자, 아버지가 말하기를 ‘너만이 할 수 있다.’ 하고 드디어 그에게 아내로 주어, 공자를 낳았다. 공자가 세 살 되던 해에 숙량흘이 죽었다.”
하였다. 그러므로 왕숙(王肅)이《가어(家語)》의 글에 의거하여《예기(禮記)》를 ‘망령되다.’한 것이다. 그리고 또《논어위찬고(論語緯撰考)》에 이르기를,
“숙량흘이 징재와 더불어 이구산(尼丘山)에서 기도하다가 흑룡(黑龍)의 정기에 감(感)하여 중니(仲尼)를 낳았다.”
하였다. 지금 정현이 말한 ‘야합’은《가어》의 글뜻과 또한 다를 것이 없다. 왜냐하면, 70세 된 남자가 비로소 징재를 취(取)하였으니, 예를 갖출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므로 또한 ‘야합’이라 부른 것이요, 또 징재가 나이 어린 여자로 70세된 남편에게 시집갔으니 이 때문에 부끄러워서 아들에게 알리지 못하였다 운운한 것이다. 정현의 말이 《가어》ㆍ《사기》의 말과 똑같은데 왕숙이 망령되게 의난(疑難.의심이 나는 일)을 자아냈으니 의리상 잘못이다. 성호 이씨(李氏.이익)는,
“《좌전(左傳)》에 ‘가악(嘉樂)은 원야(原野)에서 합하지 않는다.’ 하였고,《사기》에 ‘숙량흘이 안씨(顔氏)와 야합하여 공자를 낳되 이구산에서 기도하였다.’ 하였으니, 대개 이구산에서 기도하고 제사를 지낼 때에 원야에 악(樂)을 베푼 것이다.”
하고, 또 이렇게 말하였다.
“단궁(檀弓)에 ‘공자(孔子)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었으므로 그 무덤을 알지 못했다고 한 것은 선유(先儒)들이 이미 의심을 가졌던 바이다. 그런데 한 가지 증명할 만한 일이 있으니,《중용(中庸)》에 말하기를 ‘아들에게 바라는 것으로 아버지를 섬기는 것은 능하지 못하다.’ 하였으니 그렇다면 부자(夫子.공자)는 일찍이 아버지를 섬겼던 것이다. 이것이 또한《맹자(孟子)》에 ‘전에는 사(士)의 예를 쓰고, 후에는 대부(大夫)의 예로 썼으며, 전에는 삼정(三鼎)을 썼고, 후에는 오정(五鼎)을 썼다.’는 말이 있으니 이것으로 공자와 맹자가 다 어릴 적에 아버지를 여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끝)
첫댓글 이회서당 글 755번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