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Ⅱ-103]아름다운 사람(32)- 백수상白壽床 효자친구
과학기술처와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공무원으로 35년간 봉직한 친구가 있다. 사람이 무척 점잖다. 얼굴이 둥글넓적 환하고 말수도 그리 많지만, 친구끼리 만남이 있으면 빠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소리없이 빙그레 웃음을 곧잘 잘 지어 인상적이었다. 6년 전, 고향 전주 인근(완주 비봉)에 택지를 매입하여 아담한(?) 2층 목조주택을 짓고 ‘황홀한 은퇴’생활을 즐기고 있다. 구순을 훌쩍 넘긴 노모老母를 봉양하기 위하여 월말부부를 자청했다. 요즘은 각종 효소 만들기에 재미가 붙었다. 게다가 올해 백수白壽를 맞이한 노모의 생신때 일가족(2남 2녀)과 그 총생들이 모여 “생신 축하합니다” 축가를 불러드렸다한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해도 사실 흔치는 않는 일이다.
그는 고등학교 동창친구로 20여년 전부터 안부를 묻고 지내는 사이. 과기부 기술직으로 시작하여 1989년 제1호 전기사무관이 되었다. 국비유학생으로 영국 맨체스터대학에서 과학기술정책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실력을 인정받았는지 국무총리실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로 전출됐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대형사고 직후 우리나라도 안전에 초비상이 걸렸을 때이다. 2013년 월성원전 소장으로 일할 때가 황금시절이라고 추억한다. IAEA의 어려운 인터뷰를 통과해 원자력안전과 안보교육관(project manager)으로 재직했으니, 그 계통의 인재일 것이다. 퇴직 직후 과학기술협동조합(법인)을 만들어, 간판을 집앞 대문에 걸어놓아 보기 좋았다. 한국천문학회 감사로도 활약하고 있으며, 정부기관 과학기술 자문에 응하고 있다.
그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의 전력前歷이 화려해서가 아니다. 위로 형님과 누님 두 분이 있는데, 막내로서 은퇴만 하면 어머니를 모시려 작정하고 귀촌을 했다는 것이다. 2, 3년 전만 해도 보행이 문제가 없었는데, 이젠 아닌 모양이다. 안전봉 같은 것을 잡고 겨우 일어나시는 것을 보면 가슴이 메어진다. 그 어머니, 아직까지 인지장애 조금도 없는 복 많은 할머니이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식들을 위해 기도를 하신다. 이게 서울집을 자주 못가는 이유이고, 특별한 일이 아니면 집을 거의 비우지 않으려는 것은 노모를 염려해서이다. 그 마음씀씀이가 너무 좋게 보이는, 실제로 효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녕하시기만 하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긴 병이 아닌 장수長壽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결국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이 효자역할을 톡톡히 하겠지만, 당사자(부모-자식)들에게는 ‘피멍’들 일들이 이어지는 게 요즘세상인 게 한스러울 뿐이다.
20년은 족히 된 듯하다. 불쑥 자신의 호를 지어달라 했다. 당시, 호를 받고 아주 흐뭇해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의 작호기가 있어 부기한다(자료를 찾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오규진 형이 작호作號를 부탁했습니다. 21세기 정보사회시대의 첨병인 과학기술부에서 불철주야 봉직을 하는 바람에 친구들과 ‘소원’한 것에 대해 항상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가진 점점잖은 분입니다. 어찌 그에 걸맞는 호가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작호할 때에는 먼저 그분의 인품을 떠올린 뒤 그에 걸맞는 글자를 찾고, 그 글자가 쓰였던 문헌이나 전거를 찾습니다. 따라서 옛사람들이 주역을 바탕을로 작호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현대판 호는 음운론적으로 읽기 쉽고 부르기 쉬워 기억하기 쉬우며, 그 사람의 이미지와 맞아떨어지면 되지 않겠냐는게 저의 우견입니다.
원우圓盂로 짓습니다. ‘둥글 원’자야 선인들의 호에서 많이 발견되지만, ‘바리때 우’는 어쩌면 오형이 맨처음 사용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생소한 글자일 것입니다. 제 식대로 풀이하면 이렇습니다.‘우’는 밥그릇(바리)입니다. 절에서는 바리때라고 하지요. “君猶盂 民猶水 盂方水方 盂圓水圓”사발이 모난 것(네모)이면 거기 담은 물의 모양도 방형方形이 되고, 사발이 둥근 것(동그라미)이면 거기 담은 물의 모양도 원형圓形이 된다는 뜻이죠. 임금은 바리가 되고 백성은 물이 된다는 말은 백성의 선약은 임금의 선악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일 것입니다.
또한 우란분盂蘭盆이라는 불교용어를 아시지요? 범어梵語(산스크리스트어) ‘울람바나’의 음역으로 삼보三寶에 불공佛供하여 죽은 자의 괴로움을 구원한다는 뜻입니다. 조상의 영전에 음식을 바쳐서 추수秋收를 알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큰 일을 처리할 때도 원만하고 신중하게 하여 뭇사람들의 본보기가 되라는 뜻으로 지었습니다. 그가 좋아하고 늘 사용하는 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필지(600평)에 복합비료를 최소 4푸대는 뿌려야 한다. 살포기를 메고 비료를 뿌리고 있는 사이비 농사꾼 우천. 어설프다.
첫댓글 효자 오규진 존경스럽고. 우천 멀리서 보니 제법 농사꾼 같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