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 <font face=굴림>
글쓴이 : 햇님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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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의 야한얘기 15》
“그, 그게 정말이에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스무 살도 넘게 보이는데 여태껏 미안하다는 말 한 번 하지 않고 살아왔다니.
아니, 것보다 미안하다고 말 하는 것이 자신이 처음이라니….
다련은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기 모해서 둘러대는 식으로.
“뭐가.”
“미안하다는 말, 처음 한다는 거 말이에요.”
그녀가 물어오자 창피해진 시후가 말을 돌렸다.
“팔 떨어지겠어. 이거나 받아.”
시후가 붉어진 얼굴로 다련에게 보라색 히아신스 꽃다발을 거칠게 내밀었다.
자신의 품 안으로 던지다시피 건네진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꽃향기가 확 풍겨왔다.
새침한 얼굴을 하고서 그가 내민 히아신스를 받아든 다련이 처음 보는 꽃에 고개를 갸웃하며 시후에게 물었다.
“근데 이거 무슨 꽃이 이래요?”
“히아신스야.”
처음 듣는 생소한 꽃 이름에 다련이 꽃다발을 이리 기웃거리며 살폈다.
보랏빛이 참 예쁜 꽃이다. 난생 처음 받는 꽃이다. 꽃다발이라고는 장미꽃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다련은 히아신스라는 꽃을 받아들자 기분이 오묘해졌다. 감동이라 해야 하나.
누가 마음의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진 듯 잔잔하게 무언가 퍼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왕이면 장미로 해주지.”
다련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가만히 그녀를 향해 있던 시후의 얼굴이 살며시 일그러졌다.
“그럼 이리 내.”
그녀가 들고 있는 히아신스로 시후의 손길이 향했다.
휙, 시후의 손가락이 꽃다발에 미처 닿기 전에 다련이 품안으로 그것을 안아들었다.
“줘, 줬다가 뺏는 게 어딨어요. 치사하게!”
꽃다발을 품에 단단히 품고서 다련이 입을 삐죽이며 시후에게 투덜거렸다.
“미안하다는 말 못 할 까봐 사가지고 온 거야.”
“에?”
다련이 시후의 말뜻을 헤아리기 힘들었다.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졌다.
꽃다발, 그것도 히아신스와 미안하다는 말이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히아신스를 빤히 바라보던 다련의 눈이 고개 숙인 시후에게로 향했다.
“못 할 줄 알았어. 누구한테 한 번도 사과해본 적, 없으니까 말이야.”
그의 말이 좋은 말은 아니었는데, 그의 어두워진 낯빛에 동정심이 들었다.
자기가 생각해도 신기했다. 시후가 입을 열었다.
스물 셋의 나이를 먹도록 그 누군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한 번도 내뱉어 본 적이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배우기도 전에 누군가가 나서 막아주는 걸 알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 전에
이 여사의 품에 가려져야 했었다. 그래서 그에겐 사과의 말을 할 수 조차 없었다.
시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말로는 도저히 못 할 것 같아서 그 뜻이 담긴 꽃을 찾았어.”
다련이 히아신스와 시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보라색 히아신스의 꽃말이 미안해요래.”
“아….”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부스락, 부스락. 꽃다발을 매만지는 소리만이 두 사람에게 들려왔다.
꽃까지 사들고 사과까지 하러 온 사람에게 괜히 자신이 더 미안해진다.
뭐 사과는 이 남자가 아니라 이 남자의 어머니가 해야 마땅한데 말이다.
머쓱해진 다련이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음, 저도 이런 건 처음 받아 봐요. 고마워요.”
다련이 퉁명스레 고맙다는 말을 내던졌다. 붉어진 시후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별다른 말이 아님에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호텔 일은 잊었으니까 걱정 마요.”
“후, 그건 정말 미안하게 되었어. 그럴 줄은 몰랐으니까.”
시후가 한숨을 내쉬며 심경을 토로했다. 정말 이 여사가 그런 식으로 나오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다. 교양으로 똘똘 뭉친 그녀가, 격식을 제일 중요시 여기는 그녀가
그런 짓을 한 것은 아마 그녀의 인생에서 큰 오점이라고 생각한다.
시후가 이 여사를 떠올리자 화가 치솟는 걸 느꼈다.
“됐다니까요. 그 날은 드레스 입고 다이아반지 끼고 호텔에 들어갔던 것 까지만 기억할거에요.
멋진 추억이었어요. 평생 못할.”
다련이 시후를 향해 멋쩍게 웃어보였다.
꽃다발을 들고 있는 다련의 모습이 시후의 눈에 들어왔다.
꽃보다 도드라지게 눈에 띄는 그녀의 얼굴에 시후가 이상함을 느꼈다.
찌릿하다고 해야 하나, 무언가 가슴께서 충동적으로 스파크를 튀겼다.
“그니까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럼 조심해서 가세요.”
다련이 시후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그녀가 뒤를 돌아 대문을 열었을 때, 시후가 다섯 남짓한 계단을 거침없이 올라와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련이 놀란 토끼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흡, 밀착 되어진 몸에 다련이 반사적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왜, 왜요.”
모르겠다. 왜 자신이 그녀를 붙잡았는지를.
단지, 그냥 이유를 만들자면 그녀를 집에 들이 보내기 싫은 느낌이 생겼다 정도.
더 깊숙이 파고들자면 그녀와 헤어지기 싫다는 느낌이 강하게 자신을 끌어당겼다는 것.
시후가 다련의 물음에 머쓱하게 뒷머리를 헝클었다.
“미안해.”
“그만해요, 알았으니까.”
다련이 설렁 말하고 다시 들어서려 할 때, 또 시후가 그녀를 붙잡았다.
“왜요?”
다련이 인상을 찌푸리고 그에게 따져 묻듯 물어왔다.
“차은후랑은 무슨 사이야?”
시후가 궁금함을 참고 있다 뜬금없게 물었다.
누가 형제 아니랄까봐. 똑같은 질문을 해오네.
다련이 그가 붙잡은 팔을 빼내며 그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딱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그냥 아는 사람 정도에요. 됐죠?”
“어떻게 알게 된 건데.”
다련의 눈이 시후를 힐끗 쳐다보았다.
갈 생각이 없는 건가. 뭐가 그렇게 궁금한 거야.
다련이 눈썹을 일거리며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그냥요, 그냥! 그냥 알게 되었어요. 이제 됐죠?”
그렇게 나오는 다련의 모습에 시후가 더 물어보고 싶어도 못 물어 보게 되었다.
아쉽지만 그녀를 보내야 했다. 다련이 시후를 힐끗 쳐다보고는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다련이 슬리퍼를 질질 끌며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까지도 원맨쇼를 하고 있는 영남의 모습에 다련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야, 이 드레스 전에 네가 입고 들어온 드레스 맞지?”
접때 시후가 숍에서 카드로 긁은 드레스를 꺼내 들고 거울 앞에 서 있는 영남을 보자,
아차 무언가가 떠올랐다. 저거 갖다 줘야 하는데.
다련이 허둥지둥 핸드폰을 꺼내 시후에게 연락을 취했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서 좁은 동네를 빠져 나왔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번호가 다련이었다.
시후의 입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뭐야.”
“지금 얼마 못 갔죠?”
“왜.”
“드레스요. 드레스랑 반지랑 돌려줄게요. 다시 올 수 있어요?”
흠. 시후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다련과 만날 기회가 하나 생겼다.
드레스와 반지.
“아니, 너무 멀리 왔어.”
춘자씨 미용실을 조금 넘어서 골목 어귀를 틀고 있던 시후가 거짓말을 내뱉었다.
다련의 집과 춘자씨의 미용실은 차바퀴로 열 번 정도 구르면 충분히 도착하고 남을 짧은 거리였다.
말도 안 돼. 자기가 집에 들어온 지 2분도 채 되질 않았건만.
“에? 얼마 간지 얼마 안 됐잖아요!”
“그 동네 빠져 나온 지는 오래 됐어.”
“이씨, 온 김에 드레스랑 반지 가지고 가요. 네?”
“다시 차 돌리기 힘들어.”
“이봐요! 약속 정하고 만나고 하면 번거로우니까 가져가요.”
다련이 목매달며 소리쳤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에게 선물이니까 그냥 가지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나면 만날 기회가 사라진다.
그것은 싫었다. 이상하게 자꾸만 만나고 싶은 여자였다. 못 보면 후회할 것 같은 공연처럼.
“차 돌리기 힘들다고 했잖아.”
“그럼 이거 어떡해요!”
“내일 연락하도록 하지.”
시후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먼저 끊었다. 전화를 끊은 시후의 입가에는 미소가 머물렀다.
기분이 좋아졌다. 아주 많이.
“이봐요, 이봐요!”
끊겨진 전화에 대고 다련이 있는 힘껏 소리쳤지만 들려오는 건 띠띠 기계음 소리뿐이었다.
뭐 이딴 사람이 다 있는 거야. 매너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 같으니라구!
다련이 핸드폰을 거칠게 닫으며 씩씩거렸다. 닫자마자 핸드폰이 울려댔다.
안 봐도 뻔히 그 남자겠지. 이 남자를 그냥! 다련이 발신번호도 확인치 않고 덜컥 소리부터
내질렀다.
“이봐요, 당장 가져가요!”
“아… 저, 다련씨. 저 차은후입니다.”
화끈. 그의 이름이 들려오는 순간 다련이 허무해졌다. 젠장, 왜 하필 이때에.
다련이 뒤이어 수습하려고 어색한 웃음을 내뱉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아, 아뇨. 아뇨. 아무 일도 없어요.”
전화너머로 들려오는 다련의 어색한 웃음소리가 은후를 걱정시켰다.
다련이 끝까지 괜찮다고 말하는 거에 조금 안심을 한 뒤에야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냥 다련씨가 생각났어요. 지금 뭐해요?”
아, 이 남자 목소리. 너무 부드럽다. 귀가 다 행복해.
영남이 드레스를 건들다 말고 황홀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는 다련에게 슬금슬금 다가왔다.
다련이 손을 내저으며 그녈 떨어트리며 방으로 잽싸게 들어와 문을 잠갔다.
“자려고 방에 들어왔어요.”
“아, 그래요. 내일은 뭐해요?”
이건 분명 데이트다. 데이트.
다련의 심장이 콩콩 뛰기 시작했다.
쿵쾅거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다련이 아무 약속 없다고 말했다.
우선은 그녀와 많은 만남을 해야 한다고 느꼈기에 은후가 다행이라면서 말을 이어왔다.
“그럼 내일 간단히 식사라도 할까요?”
나이스 캐치!
다련이 수줍게 그의 말에 대답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한동안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었다. 기쁨에 악 소리를 내지르며 침대에 몸을 던진 채
뒹구는 다련이 키득키득 숨 죽여 웃었다. 좋은 꿈을 꿀 것 같은 기대를 품고서 잠자리에 든
다련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또 어딜 나가시게.”
다련이 이 옷 저 옷 꺼내 입는 모습을 문에 서서 지켜보고 있던 영남이 그녀를 향해 물었다.
연신 방글방글 웃으며 영남의 물음에 대답했다.
“식사하재.”
“그래, 배터지게 먹으려무나. 동무여, 난 학교에 간다. 데이트 잘하련.”
영남이 부러움에 입을 삐죽거리고 손수건 흔들듯 손을 흔들며 집을 나섰다.
갖은 치장이란 치장은 다 하고 나서 나가려고 할 때였다. 핸드폰이 울렸다.
은후인가 싶었는데, 이게 웬 걸. 그의 동생 차시후다.
“왜요.”
다련이 퉁명스레 전화를 받았다.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는 거야!”
전화너머로 시후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따가운 소리침에 다련이 눈살을 찌푸리며 맞받아 소리쳤다.
“늦게 받을 수도 있지, 어따 큰 소리에요!”
다련의 소리침에 시후가 잠시 주춤했다.
“드레스 가지고 집으로 와.”
“지금… 어디로 오라고 그랬어요?”
“우리 집이지, 어디야.”
하, 이 남자가 미쳤나.
“못 가요. 나 지금 약속…”
“주소는 문자로 보낼게.”
달칵 끊겨진 전화를 내려 보며 다련이 어이없는 웃음만 터트렸다.
이 남자, 전화 하는 꼬라지 봐!
웬만큼 괜찮은 남자다 싶었는데 커다란 실수였다. 막무가내 똥고집 성격이 하루아침 새에
바뀌었노라고 착각한 자신이 바보라고 여기며 다련은 전화기를 쥔 채 이를 바득 갈았다.
몇 분 후에 주소가 적힌 문자가 날아왔다.
“이 사람이 정말…!”
시후가 테라스에 놓인 의자에 앉아 바깥풍경을 마주하고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다.
잔뜩 멋 부린 채 방에서 걸어 나오는 은후의 웃는 모습이 가시처럼 눈에 들어왔다.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걸어 나갔다. 맞은편에서 걸어 나오는 은후를 막아선
시후가 괜한 시비를 붙였다.
“어디 좋은 데라도 가나보지?”
“집에 들어왔구나, 몰랐네. 잘 들어왔어.”
“너한테 그딴 말은 듣고 싶지 않고. 어디 가냐?”
그의 시비는 하루 이틀이 아니었기에 익숙해진 은후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다련씨랑 약속이 있어서. 먼저 나가봐야겠다.”
자신을 지나쳐 가는 은후의 모습을 보고 시후가 주먹을 꽉 쥐었다.
다련씨? 하, 자신도 못 불러본 이름이 은후의 입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자 기분이 나빠졌다.
시후가 핸드폰을 꺼내 다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걸려온 전화를 반갑게 여기며 다련이 폴더를 열었다.
“이봐요, 난 약속이 있어서 못 가요!”
“난 오늘 아니면 안 돼.”
“아, 그럼 이 주소로 택배 부칠게요. 그럼 되죠?”
“그것도 안 되겠어. 그 드레스랑 반지가 얼마나 고가품인지 알잖아, 잃어버리면 안 돼.”
아, 그것도 그러네. 다련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데이트는 해야겠고, 이 남자는 도움도 안 되게 오늘 당장 달라고 그러고. 미치겠네.
다련이 머리를 푹푹 긁으며 좋은 수를 생각해내려 애썼다.
은후와 다련이 만나는 걸 안 이상 물러설 수가 없었다.
원래 차은후랑은 라이벌처럼 지내왔기에 승부욕이 강했다.
이번엔 더더욱 지고 싶지가 않다. 이 여자. 차은후랑 데이트 하며 웃는 모습 생각하기도 싫다.
전화기를 붙들고 있던 시후가 무겁게 입을 뗐다.
“보고 싶어, 그니까 이쪽으로 와.”
★끝까지 읽어주신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한개의 꼬리말에 다음편이 올라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한개의 꼬리말에 다음편이 올라옵니다★
★끝까지 읽어주신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한개의 꼬리말에 다음편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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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후 겸댕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ㅋㅋㅋ시후질투하는거너무귀엽네요
진짜 미치게 하네
꺄아아아앙아.... 다련이 완전 부럽당ㄷㄷㄷ....
ㅏ아앙아아ㅏ아아아아앙
엇..ㅋㅋㅋ 어케//ㅠ/ㅠ 다련이는 좋게따~
보라색 히아신스 꽃말 , 영원한 사랑 <- 아니에요? ;;;
보고싶데 ㅜ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굿
시후야 너가 꼭이겨야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