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층층이 쌓아놓은 듯 위태롭다
危如累卵 (위여누란) <사기>
알은 깨지기 쉽다. 그런데 알을 층층이 쌓아 놓는다면 이보다 위태로운 일은
없다. 계획을 세우지만 현실성이 없고 위험한 느낌을 떨칠 수 없을 때 쓰는
말이다. 누란지위 (累卵之危)라고도 한다.
위나라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범수(范睡)는 종횡술을 배운 뒤 이를 통해 출세를 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나라인 위나라에서 왕을 섬길 기회를 얻어 부지런히 일했다. 그러나 그의 재능을 시기한 윗사람 때문에 능력을 펴보지도 못하고 고생만 해야 했다.
자국인 위나라에서 더 이상 벼슬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범수는 다른 나라에서라도 능력을 펴보려고 마음먹었다. 범수는 마침 그 때 진나라 소양왕의 중신이면서 사자로 위나라에 찾아온 왕계(王稽)와 가까이 지내며 천하의 일을 얘기했다.
당시 진나라는 강국으로 발돋음하고 있었으나, 소양왕은 재위 30년이 넘어서자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고, 측근들이 멋대로 권력을 휘두르는 상황이었다. 이를 꿰뚫어본 범수는 왕계에게 각국의 정세를 논한 뒤에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제가 요즘 진나라의 정치를 보면 위험하기가 알을 층층이 쌓아놓은 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저를 기용하시면 반드시 나라를 안정시켜 보이겠읍니다."
범수가 뛰어난 인물임을 간파한 왕계는 함께 귀국한 다음 소양왕에게 범수를 추천했다. 소양왕은 범수를 등용해 놓기는 했지만, 직언을 서슴치 않는 불손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처음에는 중용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 정치에 참여시켜보자 범수는 부패한 측근 정치를 깨끗이 개혁했다.
소양왕은 마침내 범수를 재상에 앉혔다. 범수는 특히 외교와 군사에서 재능을 발휘했다. 그 중에서도 "먼 나라와 외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친다."라는 정책은 효과가 컸다.
이것은 가까운 나라를 공격할 때, 그 배후에 있는 나라가 공략하려는 나라와 손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서 먼저 배후에 있는 나라와 동맹을 맺어둔다는 외교정책이었다.
'원교근공의 책략'이라고 부르는 범수의 아 정책으로 진나라는 더욱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진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한나라와 위나라는 즉시 이 책략의 희생양이 되어 진나라에 땅을 빼앗겼다. 이 원교근공의 책략은 진나라의 국시가 되었고, 훗날 진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는 데도 크나 큰 공헌을 했다.
사업이건 생활이건 계획이 건실하지 않으면 발을 빼라
범수가 말한 '위태롭기가 알을 층층이 쌓아놓은 것 같다.'라는 상태는
오늘날에도 유념해야 할 말이다. 이를태면 경영 상태가 좋다고 점차
사업을 확장하며 스스로는 발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옆애
서 보면 오히려 위험해 보일 때가 있다. 버불경제 때 들뜬 마음에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던 기업중에 바로 '누란'의 위기와 같은 꼴이 되어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회사가 많다.
또 개인 생활에서도 경기가 좋고 수입이 좋다고 해서 전 재산을 털어서
증권 등에 쏟아 붓는 짓은 '위여누란'과 다를 바 없다. 사업이든 생활
에서든 계회은 항상 견실하게 세워야 하는 법이다.
( 剛軒 選集 <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