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의 대가들
필자는 ‘엔드류 램’으로 매사추세츠주에서 활약하는 망막 전문 외과 의사이자 안과 조교수다. <시력을 지켜라.> 등 저서가 있다. 본문 462쪽에 부록 포함 535쪽이다. ‘리처드’는 업무 스트레스로 하루 담배를 세 갑씩 피웠다. 37세에 왼쪽 손가락 두 개에 저린 감각을 느낀다. 잠에서 깨어 응급실에 도착하니 정신을 잃었다. 심장마비였다. 이 사건 이후 금연하고 운동량을 늘리고, 몸무게를 줄였다. 우관상동맥이 50% 좁아져 있었다. 지난 세기가 시작될 무렵만 하더라도 중년의 돌연사는 흔한 일이었다. 멀쩡한 사람이 갑자기 몇 분 만에 숨을 거두곤 했다. 1900년 미국의 평균수명은 47세였다. 1930년에 66세로 늘었다. 심장의 펌프 작용은 매일 6,000L의 혈액을 몸 전체에 보낸다. 심장의 질병에는 ‘심근경색증’이란 이름을 붙였다. 심장마비의 치료법은 거의 없었다. 심장을 수출하려면 먼저 심장을 멈춰야 한다. 이를 위해 몸에서 심장으로 혈액을 보내는 상대정맥과 하대정맥의 우회로를 설치한다. 심장 수출이 끝난 후에는 심장을 다시 가동해야 한다.
자궁 내 태아는 호흡하지 않는다. 태아의 혈액은 태반을 통해 산모의 혈액과 교차 순환한다. 산모의 폐를 이용해 혈액에 산소를 공급받는 셈이다. 심장병에 가장 효과적인 전술은 예방이다. 금연, 운동, 체중 감소를 권장하는 사망률이 상당히 낮아졌다. 우리를 애타게 만드는 해법 중 하나로 줄기세포가 있다. 줄기세포는 신체 여러 종류의 세포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특별하다. 의사들은 환자의 심장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배양으로 복제한 다음, 다시 심장에 주입해 손상 조직을 보완하거나 정상 세포의 기능을 보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당뇨는 오래된 병이다. 우리나라 왕 중 눈이 나빠졌다는 세종대왕이나 몸에 종기로 죽은 임금은 모두 당뇨와 관련이 있다. 1918년 미국 뉴욕에서 11살의 소녀가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먹고 피곤해지고 무기력하다 수시로 소변을 보고 체중이 위험할 만큼 체중이 감소했다. 치료법은 먹을 건 단백질과 지방뿐이었다. 탄수화물은 섭취해서는 안 됐다. 아이는 쇠약해져 머리카락이 빠졌으나 규칙을 잘 지켰다. 췌장의 일반적인 기능은 두 가지다. 첫째, 췌액을 분비하는 세포인 샘꽈리세포가 생성하는 외분비 소화효소를 방출한다. 작은 췌장의 기능은 인슐린, 글루카곤, 소마토스타틴 등 호르몬 내분비가 그것이다.
세균성 감염, ‘코호’와 ‘파스퇴르’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을 밝혀내고, 세균 이론이 옳다는 걸 증명하는 데 많이 이바지했다. 1921년 40세의 ‘알렉산더 플레밍’은 런던 ‘세인트 메리’ 병원 접종부서에서 근무하던 미생물학자였다. 그는 실수로 곰팡이 배양균을 발견하고 이를 연구하여 페니실린을 발견한다. 신약 개발의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1종의 신약을 시장에 내려면 약 10억 달러가 들어간다. 제약회사의 측면에서 보면, 항생제는 비교적 환자들이 많이 필요로 하는 약이 아니기 때문에 관절염 약이나 콜레스테롤, 약처럼 매일 먹는 약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 2012년 미국 의회는 항생제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항생제 개발 촉진법’을 통과시켰다.
바이러스성 감염 팬데믹, 1952년 12세 소년 ‘아르비드 슈워츠’는 농장에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 두 다리에 이상이 생겨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다 넘어져 얼굴을 처박았다. 급성회백수염 팬데믹에 걸려서 하반신을 마비당한 것이다. 이 질병은 경미한 두통, 약한 감기 기운과 같은 무해한 증상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팔이나 다리에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1796년 ‘제너’는 농장에서 유행성 우두가 발병했다. 우두를 통해 천연두를 막아내 증명하고, 소를 뜻하는 라틴어 ‘vaccine’에서 이름을 따와 백신 접종이라 부르게 되었다. 바이러스라는 용어는 ‘독’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바이러스는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생물학적 개체이면서, 단순하게 보면 캡시드라는 단백질 껍질이 감싼 작은 DNA 조각이다. ‘세이빈’의 백신을 사용하면서 급성회백수염은 선진국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2019년 12월 34세의 안과의사 ‘리원량’은 중국 우한 중앙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의사들에게 메시지를 통해 “사스 확진 사례 일곱 건이 ‘화난수산물시장’에서 발생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환자들은 응급실에 격리되어 있습니다.”라고 썼다. 중국 인터넷이 뜨겁게 달구어졌다. 중국 정부는 ‘리원량’은 공공질서를 해치는 거짓 발언을 했다는 각서에 강제로 서명을 시킨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중국을 벗어나 퍼져나가고 있었다. 허를 찔린 미국 정부와 국민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감염병은 눈부신 발전 덕분에 최악의 살인마 자리를 잃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영유아 사망자의 3분의 2와 개발도상국 사망자의 4분의 1에서 3분의 1가량은 감염병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선명한 교훈을 남겼다. 감염병에 너무 느린 속도로 대응했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우리가 팬데믹에 대처한 방법은 여러 면에서 중세 사람들의 대처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병이 닥치자, 사람들은 집에 숨고, 환자를 격리하고, 교역을 중단하고, 외국인을 내쫓았다. 무지와 두려움으로 판단력이 흐려질수록 정확하지! 않은 방법을 무턱대고 쓰는 경향도 있었다.
당황스럽도록 복잡한 배열 암, 암이란 사실 수백 가지 이상의 다양한 질병을 가리키는 용어다. 대개는 무분별하고 불필요한 세포 분열이라는 근본에서 시작되기는 하지만, 놀라운 만큼 균일하지는 않다. 다양한 악성종양이 서로 다른 유병률, 특징, 예후를 보인다. 사실 신체의 모든 장기가 암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무런 티를 내지 않고 잠복해 있는 종양도 있고, 신체 곳곳으로 빠르게 전이되는 종양도 있다.
어린이에게 백혈병은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다. 백혈병은 미성숙한 백혈구가 너무 활발하게 증식하면서 건장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의 정상 생산을 방해하고 골수를 망가트리는 병이다. 인도 공장의 노동자에게 자주 발생하던 영양성 빈혈을 연구하다 환자 혈구수를 증가시키는 영양식을 찾는데 ‘잼 마마이트’였다.
전쟁의 유일한 승자는 의학이다. 총상으로 인한 수술은 명망이 있는 외과의사가 대형 대학병원에서 수술했다. 마치 로마의 원형경기장 같은 곳에서 진행했다. 수술 전에 손을 씻지도 않았고, 수술 도구도 세척하지 않은 채 여러 환자에 연이어 사용했다. 1876년 9월 국제 의료학회에 참석한 미국 의사 다수가 방부제를 향해 혹평을 들어야 했다. 대부분 미국 외과의사가 이 방법을 채택하지 않은 듯하다. 1881년 미국 대통령 ‘가필드’가 기차역에서 총격당한 지 79일 만에 심각한 패혈증으로 숨을 거두었다. 총에 의한 것보다 의사들은 소독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그를 검진한 탓에 감염이 발생해 사망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세계대전은 수많은 외상 환자를 만들어냈다. 당시 참호전은 처참한 안면 손상을 입히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런 부상자들은 목 아래는 별다른 부상이 없었다. 생명에도 지장이 없었다. ‘가필드’가 총격당한 지 100년이 흐른 뒤 1981년 3월 ‘로널드 레이건’이 총상을 입는다. 폐 주위에 15분마다 200~300mL의 피가 흘러나왔다. 총알의 위치를 파악하고 심장으로부터 2.5cm 떨어진 곳에 박혀 있었다. 레이건은 12일 후 퇴원했다. 그가 70세의 나이에도 이처럼 회복한 것, 현대 의학의 엄청난 발전 덕분이다. 레이건은 임기 중 총격을 받고도 살아난 미국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다.
2024.09.30.
의학의 대가들
앤드류 램 지음
서종민 옮김
상상스쿼에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