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콘서트 2』는 전편보다 남녀 문제, 회사 생활과 연봉, 더 살기 좋은 도시처럼 더욱 일상적이고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룬다. “왜 잘나가는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할까?”, “왜 이상한 후보가 당선될까?”, “왜 무능력한 상사가 높은 연봉을 받을까?” 등 누구나 한번쯤 궁금했던 일상 속 현상들을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 시리즈의 저자로, 방송과 강단을 오가며 일상 속 경제학의 원리를 설명해온 경제학자 팀 하포드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세계은행에서 국제금융공사 수석 경제학자들의 집필 자문으로 활동했다. 그는『경제학 콘서트』시리즈 곳곳에서 어려운 경제 이론을 쉽고 유쾌하게 풀어내 대한민국 60만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이 책은 일반 독자들 뿐 아니라 수많은 경제학자들과 경제 전문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 “왜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는 걸까?”
- 일물일가 법칙과 결혼 양상의 상관관계
전편처럼 2권에서도 일상의 사례들로 경제학의 주요 개념들을 설명해낸다. 일례로, 팀 하포드는 ‘일물일가의 법칙’을 통해 최근 변화한 결혼 양상을 설명한다. 여기 미혼의 남성과 여성이 각각 20명씩 있는 결혼 슈퍼마켓이 있다. 남녀가 짝을 지어 계산대로 나타날 경우 100달러를 준다면, 남녀는 아마도 50달러씩 나누어가질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한 남성에게 무슨 일이 생겨 남성 19명, 여성 20명이 되었다. 혼자 남은 여성은 100달러 중 40달러만 받겠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다른 여성들도 더 적은 돈을 받겠다고 할 것이다. 결국 남성은 99.99달러를 받고 여성은 1센트만 받게 된다. 같은 시장 같은 시간에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은 같게 되는데, 이를 ‘일물일가의 법칙’이라고 한다. 결국 19명의 여성은 1센트를 받고 결혼 슈퍼마켓은 문을 닫는다.(143쪽)
이 ‘결혼 슈퍼마켓’은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레나 에들런드에 따르면 시골엔 남성이 많고 여성이 적으며, 도시엔 여성이 많고 남성이 적다. 47개국 가운데 44개국에서 이 현상이 발견되었고, 워싱턴 D.C.의 남녀 비율은 8대 9다.(149쪽) 따라서 도시의 똑똑하고 잘나가는 여성들은 ‘일물일가의 법칙’에 따라 눈을 낮춰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는 것이다.
■ “빈둥대는 상사가 많은 월급을 받는 이유는 나 때문이다?”
- CEO의 높은 임금은 토너먼트 이론으로 설명 가능하다
이 책에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궁금했을 사례도 등장한다. 월트 디지니사의 CEO인 마이클 아이스너는 13년 동안 회사로부터 8억 달러(한화 1조 680억 원)를 받았다. 사실 8000만 달러만 줘도 아이스너는 열심히 일했을지도 모른다. 디즈니 주주들이 그에게 높은 임금을 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토너먼트 이론’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여느 스포츠 토너먼트처럼 사무실에서도 토너먼트가 이뤄진다. 다른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일을 잘하는 직원에게 회사는 보너스를 주거나 승진을 시켜줌으로써 동기를 부여한다. 하지만 상위직으로 승진할수록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어 승진만으로는 근로자에게 동기를 부여할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거액의 연봉만이 근로 의욕을 자극할 것이다. 따라서 상사가 점점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은 덜하는 모습을 보며 직원들은 승진을 목표로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 이론의 주창자인 에드 레이지어는 이렇게 말했다. “사장의 임금은 사장에게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하기보다는 부사장에게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한다.”(198쪽) 이로서 디즈니를 비롯해 기업의 CEO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이유에 직원들의 동기가 개입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 “높은 아파트에 살수록 더 위험해진다?”
- 도시의 범죄율과 체스판 이론의 효용
마거릿 물러와 세라 스테파넥은 각각 예술가와 경제학자였으며, 재능 많은 젊은 여성들이다. 이들은 모두 괴한에게 피습을 당했지만, 한 사람은 살아남았고 한 사람은 그렇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마거릿은 아침 8시 30분경 한적한 빅토리아 파크에서 조깅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으슥한 정원에서 50군데를 찔린 채 살해당했으며, 살인자는 사라졌다. 한편 세라는 가게가 즐비한 워싱턴 D.C. 15번가에서 피습을 당했다. 저녁 시간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시키기 위해 밖으로 나와 있었다. 괴한은 지나가는 그녀의 등과 배를 찌르면서 얼굴을 구타했다. 하지만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행인이 괴한을 밀어냈고 다른 사람들도 달라붙었다.
도시 경제를 연구한 제인 제이콥스는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웃은 범죄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거리의 눈’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체스판 이론이다. 제이콥스에 따르면 고층 아파트가 세워지면 사람들의 시선이 거리에서 멀어져 거리가 더 위험해진다고 한다.(237쪽) 실제로 아파트 단지가 공영인지 민영인지와 상관없이 아파트가 높을수록 더 많은 범죄가 발생한다. 우리가 사는 건물의 높이가 한 층 높아질 때마다 거리에서 강도를 당하거나 자동차 절도를 당할 위험은 2.5퍼센트씩 올라간다.
이처럼 이 책은 합리적 선택과 차별 이론에서부터 스필오버와 게임 이론, 정치와 경제성장 문제에 이르기까지 어렵고 복잡한 경제 이론을 초보자도 완벽히 이해할 수 있도록 명쾌하게 풀어내며 경제학이 우리 삶에 얼마나 쓸모 있는 학문인지를 증명해낸다. 경제학이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 짧은 시간에 경제학을 마스터하고 싶은 사람, 남들보다 더 똑똑하고 경제적인 선택을 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경제학 콘서트』시리즈보다 더 적절한 책은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나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주장할 것이다. 첫째, 합리적인 행동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어서, 성에 관심이 많은 10대의 머릿속처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둘째, 합리성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신념(‘신념’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은 실질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사실 우리 행동의 근간을 이루는 합리적 선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 마약 중독자들과 10대 살인범들도 합리적일 수 있다. 도시가 무질서하게 확산되는 스프롤 현상이나 도심 공동화 현상도 분명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사무실에서 끊임없이 계속되는 회의와 회사 생활 중 겪게 되는 엽기적인 부당함도 합리적인 것일까? 물론이다. ‘합리적 선택 이론’은 인간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엑스레이 사진과 같다.
_15~16쪽 〈프롤로그_모든 선택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중에서
여성이 부유한 남성을 선호한다면 부유한 남성이 많은 곳에 여성들이 몰려들어야 한다. 도시가 그런 조건에 맞는 장소다. 남성은 경제력이 뛰어난 여성과 결혼하는 데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도시에 대해서도 여성만큼 관심을 갖지 않는다. 임대료가 상승하면 돈벌이가 신통치 않은 남성은 돈벌이가 신통치 않은 여성보다 먼저 시골로 돌아간다. 아니면 처음부터 도시에 진입할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이는 컬럼비아 대학교의 레나 에들런드가 주장한 것이다. 그녀의 주장은 이렇게 정리된다. 첫째, 남녀의 비율을 따졌을 때 항상 시골보다는 도시에 남성이 적다. 그녀가 조사한 47개국 가운데 44개국에서 그런 현상이 목격됐다(나머지 3개국의 남녀 성비는 도시와 시골 모두 비슷했다).
_148~149쪽 〈CHAPTER 3 왜 멋진 여자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할까 _일물일가의 법칙〉 중에서
토너먼트 이론에 따르면 8억 달러의 임금은 아이스너에게 동기─디즈니 주주들에게 그만큼의 돈을 추가로 벌어주어야겠다는─를 부여해줄 필요는 없다. 실제로 이 돈이 제2의 아이스너를 꿈꾸는 부하 직원들에게 열심히 일할 동기를 부여했다면 그 값어치는 한 것이다. 아이스너의 임금이 디즈니 전체 직원들에게 8억 달러 이상을 벌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해주었다면 아이스너가 책상 위에 두 발을 얹고 하루 종일 〈톰과 제리〉를 보며 놀더라도 그에게 8억 달러를 지불한 건 디즈니 주주들에게는 합리적인 결정이었을지 모른다. 이는 토너먼트 이론의 흥미로운 측면을 보여준다. 즉 CEO의 임금은 그의 성과와는 무관할 수 있다.
_199~200쪽 〈CHAPTER 4 빈둥대는 상사가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이유_토너먼트 이론〉 중에서
마거릿과 세라는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심에서 생면부지의 남자로부터 피습을 당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만날 수가 없었다. 세라는 다행히도 살아남았지만 마거릿은 그렇지 못했다. …중략… 세라 역시 마거릿과 똑같은 운명을 겪을 뻔했다. 그녀도 마거릿처럼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그녀가 공격받은 곳은 한적한 공원은 아니었다. 그녀를 공격한 레지널드 존스는 워싱턴 D.C.의 15번가를 공격 지점으로 삼았다. 후텁지근한 7월의 어느 날 저녁 사람들은 더위를 참지 못해 밖으로 나와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17번가의 술집과 식당과 아이스크림 가게 주변을 어슬렁거렸고, 어떤 사람들은 홀푸즈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중략… 도시 경제를 연구한 제인 제이콥스는, 세라와 마거릿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웃은 범죄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거리의 눈’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_233쪽~236쪽 〈CHAPTER 5 편견이 사는 곳을 결정한다_체스판 모델〉 중에서
연구팀은 취업 사이트에 게재된 이력서를 바탕으로 연락처, 주소 그리고 기타 정보를 변형시켜 5000개의 가짜 이력서를 만들었다. 그다음 연구팀은 이력서에 무작위로 이름을 배정했다. 일부 이력서에는 타이런 존스나 라토야 워싱턴과 같은 흑인 이름이 붙었다. 다른 이력서에는 앨리슨 월시, 브렌던 베이커와 같은 백인 이름이 붙었다. …중략… 결과는 암울했다. 백인 이름이 흑인 이름에 비해 50퍼센트나 많이 면접에 오라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프라이어의 실험에서 가짜 고용주들이 ‘자주색’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지원자들을 탈락시켰던 것처럼 진짜 고용주들 역시 흑인 이름을 보자마자 지원자들을 탈락시켰던 것이다.
_262쪽~263쪽 〈CHAPTER 6 이성적인 선택이 불러온 비극적 현실_합리적 차별〉 중에서
놀랄 만한 사실 한 가지! 누구의 표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투표를 한다 해도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거의 없다. 그러니 누가 굳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하겠는가? 투표를 자동차 구매와 비교해보자. 특정 모델이 안전성도 뛰어나고 연비도 좋다고 착각해서 그 차를 샀다면 여러분은 그 실수에 대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반면 조지 부시가 동성 결혼을 옹호해줄 것이라고 착각하고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면, 그러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표가 선거 결과를 결정한 건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은 아무 손해도 입지 않는다. …중략… 합리적 선택의 관점에서 볼 때 전형적인 유권자들은 무지, 즉 ‘합리적으로 무지’하다.
_340~341쪽 〈CHAPTER 8 이상한 후보가 당선되는 이유 _정치와 선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