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백연, 신명연, 19세기. 비단에 채색, 국립중앙박물관>
흰 제비는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새입니다. 부리와 턱 밑, 발에는 하얀 깃털과 대비되는 발그레한 분홍 빛깔이 아름답게 칠해져 있습니다. 또 배꽃 나무의 가지도 꽃과 함께 정교하게 그려져 전체적으로 곱고 아름답다는 인상을 주고 있어요.
먹으로 그린 것과 채색을 사용한 그림은 이처럼 보는 사람에게 다른 인상을 줍니다. 이런 느낌은 단지 먹과 채색의 차이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두 그림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하나 더 있어요.
윤곽을 그리느냐 마느냐 하는 것에서도 많은 차이가 발생하거든요.
먼저 신명연(申命衍)의 그림을 보면 가는 윤곽선이 보입니다.
새는 물론 배꽃의 나뭇잎에도 모두 윤곽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윤곽을 먼저 그리고 나서 그 안에 색을 칠해 넣은 것입니다.
화려한 채색을 사용하는 화조화(花鳥畵)에는 일반적으로 이 기법이 많이 쓰였어요. 황전도 이렇게 그렸으니까 매우 오래된 화법이지요.
그에 비하면 심사정(沈師正)의 해오라기와 연잎 그림에는 이런 윤곽선을 찾을 수 없습니다. 연잎을 보아도 달리 윤곽이 없이 먹만 잔뜩 칠해 놓은 뒤에 가는 먹선으로 잎맥 몇 개를 그려 넣은 게 전부입니다.
풀도 먹선 하나로 풀 한 포기를 그리고 있어요.
이렇게 그린 그림은 조금 거칠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억지로 꾸민 흔적이 없어서 자연스럽고 소박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화조화(花鳥畵)는 먹과 채색의 차이뿐만 아니라 윤곽선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도 그림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림 내용을 한 번 볼까요?
신명연(申命衍)의 그림 속에는 제비가 배꽃과 짝을 이루고 있어요.
흰 제비가 좀 특이하기는 하지만 봄이 되어 찾아온 제비가 배꽃 가지 주변을 날아다니는 일은 이상할 것이 없거든요.
심사정(沈師正) 그림의 해오라기는 연잎과 연밥과 함께 그려져 있어요.
그런데 먹으로 그린 심사정의 해오라기는 좀 이상한 데가 있습니다.
원래 해오라기는 여름 철새인데 이런 여름 철새가 시든 연잎과 같이 그려진다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시든 연잎이나 연밥은 여름철이 지나고 가을철에 볼 수 있거든요. 그렇다면 어째서 등장하는 계절이 서로 다른 해오라기와 시든 연잎을 함께 그렸을까요?
화조화(花鳥畵)를 보면 이처럼 '왜 이렇게 그렸을까'라고 생각해 보게 만드는 점이 있어요. 그것은 화조화에 담긴 뜻이나 의미와도 관련 깊다고 할 수 있어요.
해오라기는 한자로는 백로(白鷺)라고 부릅니다.
설로(雪鷺), 설객(雪客), 설의아(雪衣兒) 등 눈처럼 흰 깃에 눈길을 준 이름들이 바로 해오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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