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백남기 씨에 대한 부검 영장을 다시 신청함에 따라 시민사회단체,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으며, 가족들도 부검 영장 기각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경찰은 25일 밤 청구했던 영장이 기각되자 26일 밤 영장을 재신청했다. 법원은 경찰의 재청구에 대해 “증거자료 불충분”을 이유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며, 오늘(27일) 오전까지는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백남기 씨 가족 대리인인 이정일 변호사는 “법원도 이 상황을 위중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혹여 있을 불상사, 경찰과 유가족의 입장, 부검 외 다른 검증 수단 여부, 영장 발부가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것 등 여러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 | | ▲ 유가족이 법원에 보낸 자필 탄원서. (사진 제공 = 백남기 대책위) |
이 변호사는 법원이 영장 신청을 받아들이는 경우에 대해서는, “법원이 부검의 정당성을 인정해 준다면, 그 순간 검경의 영장 집행은 정당한 공무가 되는 것이며, 그것을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가 될 것”이라면서, “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과정에서 서로 위해를 가하는 상황이 되면 특수공무방해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공권력 행사를 막게 되면 위법이지만, 핵심은 우리가 얼마나 정당성을 확보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또 경찰이 유가족으로부터 고발당한 피의자 입장에서 영장신청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위해자와 부검자는 제도적으로 독립적이지만, 문제는 동일 기관에 소속되어 있으므로 같은 뜻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고발된 경찰 수뇌부가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데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부검에는 검사, 피의자, 피의자에 대한 변호인, 검찰청 수사관 등이 참여한다. 백남기 씨의 부검이 이뤄질 경우, 경찰은 피의자다. 검찰을 제외하더라도 부검에 참여하는 측의 대부분이 경찰 측의 입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유가족도 27일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백남기 씨의 부인과 세 자녀는 자필 탄원서에서, “경찰이 왜 거듭 부검 영장을 신청하는지 유가족으로서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다”며, “경찰의 손에 돌아가신 고인의 시신에 다시 경찰의 손이 다시는 닿게 하고 싶지 않다. 유족으로서의 도리도 아니며, 그런 패륜, 불효를 저지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가족들은 시신을 영안실로 옮긴 뒤 검시에 참석한 사건 담당 검사가 가족의 뜻에 반하는 부검은 없을 것이라고 했으며, 10개월간의 의료 기록으로 충분히 사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영장 발부 반려를 호소했다.
국제인권, 노동단체도 백남기 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부검영장 재청구를 우려하는 긴급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 | | ▲ 백남기 씨 사망 직후 서울대병원 출입구와 장례식장 앞을 봉쇄한 경찰. 유가족은 "기각된 영장을 재청구한 것을 보면, 무력으로 시신을 탈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사실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현진 기자 |
26일 오후(브뤼셀, 제네바, 파리 현지 시간), OECD 노동조합 자문위원회, 국제인권연맹, 유럽노총, 국제노총 등은 국가폭력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 당국과, 적절한 조사를 미뤄 온 검찰을 규탄했다.
이들은 지난해 민중총궐기 당시 발생한 경찰 폭력에 대해 투명하고 독립적인 조사와 물대포 사용에 관한 지침 재검토를 촉구하고, 한국에서 현 정권 아래 집회결사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경찰의 백남기 씨 사망 이후 태도는 활동가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탄압을 지속함으로써, 과도한 권력 사용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27일 야3당은 성명을 내고 “백남기 농민의 사건에 대한 특검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부검의 부당성은 명백하며, 집요하게 부검을 요구하는 이유를 먼저 부검하라”며, “부검 영장이 기각될 것으로 기대하며, 백남기 농민이 가시는 길이라도 편하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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